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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돈다발 자책골' 김용판 의원실엔 "믿더라도 확인하라"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실에 걸려 있는 '믿더라도 확인하라' 실훈 액자 (제보사진)

이재명 경기지사가 출석한 지난주 월요일 '대장동 국정감사 1차전'의 화제는 단연 '돈다발 사진'이었다. 김용판 국민의힘 의원이 성남 지역 폭력조직원 박 모 씨가 이 지사에게 건넨 사진이라며 띄운 현금다발 사진 얘기다. 국민의힘은 '조폭연루설'을 내세우며 기세를 올렸지만 한나절도 채 가지 못했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한 SNS에 올라온 똑같은 현금 사진을 찾아냈기 때문이다. 동일 인물로 추정되는 이가 2018년 11월 페이스북에 '렌터카와 라운지 바 사업으로 번 돈'이라며 올린 사진이었다.

돈다발, 김용판

사진의 진위 논란은 진행 중이지만 적어도 그날 국정감사는 사실상 거기서 끝났다고 봐도 무방한 수준이었다. 이 지사는 "코미디"라고 촌평했고 민주당 의원들은 반격 모드로 전환해 총공세에 나섰다. 민주당은 김 의원을 윤리위에 제소하는 등 다음날까지 반격을 이어갔지만 국민의힘 대응은 속수무책에 가까웠다. 김 의원은 한 언론과 통화에서 "사진의 진위 여부는 확인하지 못했다"고 실토하고 말았다. "사진 한 장으로 전체를 덮으려 하고 국민을 호도시키는 자세는 적절치 않다"는, 민주당을 향한 김 의원의 국감 발언은 사실상 패배를 시인하는 말로 들렸다. 야당 안에서조차 '자책골'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폭력조직원 박 씨의 새로운 증언이 나오면서 사건은 진실게임 양상으로 흘러가는 분위기지만 현  시점에서 야당의 판정패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보인다. 청문회와 국정감사가 상당 부분 기세 싸움이라는 걸 감안하면 예봉이 완전히 꺾인 채 주도권을 내주고 말았다. 야당이 그렇게 벼르고 별렀던 대장동 국감은 '맹탕 국감'이라는 평가를 피하지 못했다. 박 씨는 "전달하라고 받은 돈을 과시욕에 찍어 올린 사진"이라고 했지만 진술의 일관성은 이미 한 차례 흔들렸다. 어떤 새로운 증거와 증언이 나오더라도 민주당 입장에선 방어가 훨씬 수월하게 됐다. 일각에선 민주당이 또 다른 반격을 준비하고 있다는 말도 들린다.

돈다발 사진을 국감장에 띄운 김용판 의원 역시 사실 확인에 소홀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민주당 한병도 의원이 제시한 사진은 국감 다음날까지도 버젓이 해당 SNS에 올라와 있었다. 사진에는 렌트카 명함을 비롯해 각종 명함도 같이 찍혀 있다. 용도를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사진이었다. 김 의원 측은 "사진의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못했다"는 김 의원의 발언에 대해 "새로운 증언이 나오기 전에 한 이야기"라고 수습했지만, 야당으로선 만에 하나 결정적 증거를 잡는다 해도 그 신빙성을 의심받게 됐다.

김용판 의원실 사진

정작 의혹을 제기한 김용판 의원실에는 "믿더라도 확인하라"는 실훈(室訓)이 떡하니 걸려있다. 20년 넘게 경찰 생활을 한 김 의원의 좌우명 같은 말로, 오래전부터 걸려 있던 액자라고 한다. 국민의힘이 김 의원을 믿고 공격수 역할을 맡긴 데는 경찰의 2인자인 서울지방경찰청장 출신이라는 그의 전력을 고려한 영향도 있었을 것이다. 아직 단정은 이르지만, 국감장에서 보여준 그의 '자책골'은 그 실훈을 무색하게 하는 것이었다. 스스로도 믿지 않아 확인하지 않았는지, 혹은 믿음이 너무 지나쳐 확인이 부족했는지 모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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