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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히 두면 마음은 굳는다. 움직여야 한다." 『쓰는 기분』 - 박연준 [북적북적]

"가만히 두면 마음은 굳는다. 움직여야 한다." 『쓰는 기분』 - 박연준 [북적북적]
[골룸] 북적북적 310 : "가만히 두면 마음은 굳는다. 움직여야 한다."
『쓰는 기분』 – 박연준

더 이상 새로운 사람, 동물, 꿈, 사건이 생기지 않는 삶을 살 순 없다. 깨트리기! 쓴다는 건 멀쩡히 굴러가는 삶을 깨트리는 일이다. 깨트린 뒤 다시 조합해 새로 만드는 일이다. ..(중략)..
"새로운 사람, 동물, 꿈, 사건"이 생기려면 무언가를 사랑하고 뛰어들고 다치고 도망가고 잡고 빼앗기고 슬퍼하고 으깨져야 한다. 가만히 두면 마음은 굳는다. 움직여야 한다."
-『쓰는 기분』 서문 中

네. 마음은 굳습니다. 생각도 굳죠. 그냥 하루 하루 주어진 일을 해치우고 버티며 살다 보면 점점 굳어가고 무뎌집니다. 그럼 어쩌죠? 덜 굳고 덜 무뎌지는 방법은 없을까요? 북적북적, 오늘은 지난 7월 출간된 박연준 시인의 산문집 『쓰는 기분』(현암사)을 소개하고 책에 실린 산문 두 편을 읽어드립니다.

박연준 시인은 『쓰는 기분』에서 '연필을 쥔 사람은 삶의 지휘자가 될 수 있다'고 귀띔합니다. 특히 '시'를 쓰는 일이란 '세상에서 놀라운 것을 발견하기 위해 하는 일'이라고요. '달을 (단순히) 달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고 '슬픔을 (단순히) 슬픔이라고 부르지 않는 것'이라고 말이지요.
'쓰는 것'도 버거운데 낯설고 어려워 보이는 '시'를 써보라니, 의아하다고요? 시는 과연 낯섭니다. 박연준 시인은 당연한 일이라고 우리를 안심시켜요. 시는 우리말이지만 그 시인만의 언어이기 때문에 낯설 수밖에 없다고요. 하지만 시가 멀기만 한 것은 아닙니다. 살면서 누구나 한 번쯤 써봤을 말 중에 '이거 참 시적인데?'라는 말이 있을 거예요. 시를 좋아하거나 즐겨 읽지 않아도 누구가의 행동이나 표정, 눈빛, 그림, 춤, 음악 할 것 없이 우리 마음을 크게 흔드는 것 앞에서 '시적이다'는 말이 나오죠.
새로운 걸 발견하는 사람들, 춤추는 사람들, 달리는 사람들, 우는 사람들, 웃는 사람들, 사랑을 고백하는 사람들, 이별하는 사람들, 삶과 죽음을 겪어내는 사람들의 '고양된 순간'엔 언제나 시가 들어 있다고 생각해요. 모두 다른 방식으로 시를 살아본 적 있는 거지요. 그걸 언어로 기록한 결과물을 '시'라 부르지만, 시는 도처에 있지 않은가요?
『쓰는 기분』中

『쓰는 기분』은 독자에게 시를 읽어보고 싶고, 더 나아가 써보고 싶은 마음을 북돋습니다. 시를 읽는 마음가짐이랄까요 자세를 흥미진지하게 알려주고 세상 모든 것을 나만의 말로 풀어낼 수 있는 '메타포'라는 만능 렌즈를 안겨줍니다. 저자는, 우리는 누구나 시인으로 태어나 독창적인 메타포를 만들어내고 자신 있게 시를 쓰던 어린 시절을 보냈으나, 자라면서 '내가 그랬던 사람'이라는 것을 다 잊었을 뿐이라고 강조합니다.
이 책 한 권을 읽는다고 저처럼 평범한 독자가 갑자기 시를 척척 쓰진 못하겠죠. 그러나 순간 순간 만나는 '시적인 것'들을 발견하고 놓치지 않고, 일상에서 쓰고 말하는 뻔하고 무딘 말의 테두리를 벗어나 내가 좋아하는 것, 슬퍼하는 것, 그리워하는 것, 분노하는 것을 시의 언어로 생각하고 표현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것만으로도 이 책은 체한 사람의 손을 따주는 것 같은 효용이 있습니다.
시는 효용이 없지요. 다만 읽는 사람을 다치게 할 순 있습니다. 좋은 시는 항상 누군가를 상처 입게 하거든요. 체했을 때 바늘로 손을 따는 것처럼, 나쁜 피를 흘려보낼 수 있을 만큼의 상처지요.
『쓰는 기분』中

뭉툭해진 연필을 깎아 뽀얀 나무 속 날렵한 검은 심을 드러내면 무엇이든 사각사각 써볼 자신이 생기듯 이 책을 읽으며 저자가 나눠 주는 '쓰는 기분'을 느껴보고 굳어가는 마음을 살랑살랑 움직여 보세요.
다르게 보고 정확히 쓰는 일, 그것은 삶을 제대로 사랑하는 일과 연루되어 있습니다. 당신은 오늘 무엇을 어디까지 보셨나요? 당신이 본 걸 말해주세요.
-『쓰는 기분』中

*낭독을 허락해주신 박연준 시인과 현암사에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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