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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은 상주 못 하나요?"…여전한 의례문화 성차별

<앵커>

장례식 상주는 남자만 하고, 결혼식장에 신부만 아버지 손을 잡고 나오는 것처럼 우리 의례문화에는 차별적인 요소가 여전한데요, 시대적 변화를 반영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이호건 기자입니다.

<기자>

2년 전 할머니를 잃은 33살 양 모 씨는 그때 장례식이 못내 아쉽습니다.

여러 손주 가운데 할머니와 가장 가까웠던 자신이 직접 영정사진을 들고 고인의 가시는 길을 배웅하려 했지만, 못해서입니다.

그 기회는 집안 어른들의 주장에 남동생에게 돌아갔습니다.

[양 모 씨/서울 종로구 : 성별이나 맏이 둘째 이런 걸 다 떠나서 누군가 영정사진을 든다면 고인과 가장 가까운 사람이 드는 게 맞지 않나 (생각합니다.)]

지난해 말 남동생 결혼식을 치른 박은경 씨도 비슷한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이혼 후 20년 동안 왕래를 끊어 결혼식에 오지 않은 아버지 자리를 굳이 외삼촌을 앉혀 채워야 했던 일이 아직도 이해가 안 갑니다.

[박은경/서울 은평구 : 진짜 전 생각도 못한 장면이었어요. 사회적 압박과 압력이 있어서 그런 상황이 오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서울시 성평등활동지원센터에는 이렇게 시대 변화를 반영하지 못한 의례문화 사례들이 120여 건 접수됐습니다.

장례식에서 딸만 넷인 집에 상조회사가 상주로 아들을 찾다가 딸만 있다고 하니 사위를 찾고 다들 미혼이라고 하니 조카를 상주로 하자고 한 사연과, 결혼식 날 신부가 손을 잡고 입장한 아버지에게 '신랑 쪽에 물건처럼 넘겨지는 것 같았다'고 털어놓은 사연도 있습니다.

신부와 신랑이 함께 하객을 맞다가 식장에 동시 입장하는 풍경과 여성도 상주로 조문객을 맡는 장례문화가 자연스럽게 느껴지는 사회를 만드는 노력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영상편집 : 이소영, VJ : 김형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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