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합의 사항 중 관심을 끄는 부분은 "아프간 영토에서 유래하는 마약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는 대목입니다. 아프간의 마약이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위협적이길래 두 정상이 직접 나서 공동 대처를 선언한 것일까요.
아프간 양귀비 재배 면적, 서울 면적의 3.7배…세계 아편 생산량의 85% 차지
아편 생산량도 아프간이 단연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아프간의 아편 생산량은 6,300톤으로, 전 세계 아편 생산량 7,410톤의 85%를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미얀마(405톤)의 15배가 넘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아편 뿐 아니라 헤로인 생산도 늘면서 아프간이 전 세계 아편과 헤로인의 80%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프간이 2019년 한 해 아편으로만 12억 달러(1조4,025억 원)~21억 달러(2조4,544억 원)의 수입을 창출했으며, 무장 단체가 아편 재배자들로부터 4억6,000만 달러(5,376억 원)의 세금을 징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프간 아편, 중국으로 유입 가능…"마약·테러 연계 우려" 경고
중국 란저우대 국제문제 전문가인 왕진궈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아프간 철수 여파로 마약 거래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프간에서 유입된 마약이 북쪽 경로(신장위구르)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신장위구르는 중국 내 분리독립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곳입니다. 분리독립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수니파 계열입니다. 란저우대 아프간 전문가인 주융뱌오 교수는 "마약 밀매 세력이 극단주의 테러 세력과 결탁할 수 있다"며 "마약과 테러가 연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탈레반이 마약 밀매를 댓가로 중국의 분리독립 세력을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쓰촨대 뤄이 교수 역시 지난 5월 발간한 논문에서 "아프간에서 마약 밀매를 막지 못하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안보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지난 17일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떠한 마약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마약 거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아무도 마약 밀매를 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탈레반은 과거에도 국제사회 제재를 받자 양귀비를 팔아 전쟁 자금을 마련해 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탈레반이 통치 자금 마련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마약 공급을 늘릴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결책도 제시됐습니다. 란저우대 전 중앙아시아학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이 대체 작물 재배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프간 농민들이 양귀비를 재배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이 다른 작물 재배를 돕겠다는 것입니다. 막대한 양의 광물 채취, 사회 인프라 건설 외에 중국이 아프간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또다른 이유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아편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부터 아편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금지령을 내려도 통하지 않자, 아편 무역을 금지했다가 서구 열강의 침략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중국이 아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중국이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