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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아프간 양귀비 면적, 서울 면적의 3.7배…중국 '노심초사'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25일 전화 통화를 갖고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공조하기로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아프간의 주권, 독립, 영토 보전을 존중한다"며 아프간 내정 불간섭을 강조했고, 푸틴 대통령은 "외부 세력이 자기의 정치 모델을 강제하면 해당 국가에 파멸과 재앙을 가져올 뿐임을 보여줬다"고 화답했습니다. 두 정상 모두 미국에 대해 비판의 목소리를 높인 것인데, 아프간 사태를 둘러싸고 신냉전 구도가 더 굳어져 가는 모양새입니다.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의 합의 사항 중 관심을 끄는 부분은 "아프간 영토에서 유래하는 마약 위협"에 공동 대처하기로 했다는 대목입니다. 아프간의 마약이 어느 정도이고, 얼마나 위협적이길래 두 정상이 직접 나서 공동 대처를 선언한 것일까요.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 모습 (출처=바이두)
 

아프간 양귀비 재배 면적, 서울 면적의 3.7배…세계 아편 생산량의 85% 차지

아프간은 아편과 헤로인의 원료인 양귀비를 가장 많이 재배하는 나라입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UNODC)에 따르면, 지난해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 면적은 22만4,000 헥타르(ha)로, 전 세계 재배 면적(29만4,350 헥타르)의 76%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22만4,000 헥타르는 2,240㎢에 해당하는 넓이로, 서울시 면적 605.2㎢의 3.7배에 달합니다. 이는 10년 전인 2010년에 비해 두 배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2017년에는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 면적이 32만8,000 헥타르에 이르기도 했습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는 "지난해 전 세계 양귀비 재배 면적이 2019년에 비해 24% 증가했는데, 이는 아프간의 재배 면적이 전년도 대비 37%나 증가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습니다.

유엔 마약범죄사무소 자료. 지난해 아프간의 양귀비 재배 면적은 22만4,000 헥타르로, 전 세계 재배 면적의 76%를 차지한다.
 
아편 생산량도 아프간이 단연 가장 많습니다. 지난해 아프간의 아편 생산량은 6,300톤으로, 전 세계 아편 생산량 7,410톤의 85%를 차지했습니다. 두 번째로 많은 미얀마(405톤)의 15배가 넘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아편 뿐 아니라 헤로인 생산도 늘면서 아프간이 전 세계 아편과 헤로인의 80%를 공급하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아프간이 2019년 한 해 아편으로만 12억 달러(1조4,025억 원)~21억 달러(2조4,544억 원)의 수입을 창출했으며, 무장 단체가 아편 재배자들로부터 4억6,000만 달러(5,376억 원)의 세금을 징수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아프간 아편, 중국으로 유입 가능…"마약·테러 연계 우려" 경고

중국은 아프간과 국경을 맞대고 있습니다. 미군의 철수로 사실상 통제권이 상실된 아프간에서 마약이 중국으로 넘어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어쩌면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과거에도 아프간산 아편이나 헤로인이 파키스탄과 중국 신장위구르를 거쳐 중국으로 유입됐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양귀비를 이용한 아편과 헤로인 거래는 탈레반의 단일 수입원 중 가장 큰 것으로 추정된다고 부연했습니다. 미국 등 서방의 제재로 자금줄이 막히면 탈레반이 마약 거래에 나설 수밖에 없다는 의미입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중국이 탈레반의 불법 마약 거래 위협을 받고 있다고 전했다.
 
중국 란저우대 국제문제 전문가인 왕진궈 교수는 "중국은 미국의 아프간 철수 여파로 마약 거래가 되살아나지 않도록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아프간에서 유입된 마약이 북쪽 경로(신장위구르)를 통해 중국으로 유입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도 했습니다. 신장위구르는 중국 내 분리독립 움직임이 일어나고 있는 곳입니다. 분리독립을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탈레반과 같은 이슬람 수니파 계열입니다. 란저우대 아프간 전문가인 주융뱌오 교수는 "마약 밀매 세력이 극단주의 테러 세력과 결탁할 수 있다"며 "마약과 테러가 연계될 위험이 있다"고 경고했습니다. 탈레반이 마약 밀매를 댓가로 중국의 분리독립 세력을 지원할 수 있다는 취지로 읽힙니다. 쓰촨대 뤄이 교수 역시 지난 5월 발간한 논문에서 "아프간에서 마약 밀매를 막지 못하면 중국을 포함한 주변국들의 안보가 도전을 받게 될 것"이라고 예견했습니다.

지난 17일 탈레반 대변인은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어떠한 마약도 생산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했습니다. "마약 거래에 관여하지 않을 것이며 아무도 마약 밀매를 할 수 없다"고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탈레반은 과거에도 국제사회 제재를 받자 양귀비를 팔아 전쟁 자금을 마련해 왔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탈레반이 통치 자금 마련을 위해 지금보다 더 마약 공급을 늘릴 것이란 우려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중국의 해결책도 제시됐습니다. 란저우대 전 중앙아시아학장은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이 대체 작물 재배를 지원할 수 있다"고 했습니다. 아프간 농민들이 양귀비를 재배하지 않아도 생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중국이 다른 작물 재배를 돕겠다는 것입니다. 막대한 양의 광물 채취, 사회 인프라 건설 외에 중국이 아프간 재건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또다른 이유일 수 있습니다.

중국은 '아편전쟁'이라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습니다. 18세기부터 아편 수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면서 금지령을 내려도 통하지 않자, 아편 무역을 금지했다가 서구 열강의 침략의 빌미를 제공했습니다. 중국이 아편에 민감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중국이 미군의 아프간 철수를 마냥 반길 수만은 없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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