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겐 날개가 있다'…2020 도쿄 패럴림픽 개막

장애인올림픽인 2020 도쿄 패럴림픽이 일본 도쿄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개회식과 함께 13일의 열전에 돌입했습니다.

코로나19 여파로 올림픽과 함께 1년 연기돼 치러지는 이번 대회는 다음 달 5일까지 펼쳐집니다.

전 세계 161개국에 난민팀까지 162개팀에서 역대 최다인 4천403명의 선수가 참가해 22개 종목 539개 메달을 놓고 인간 한계를 극복하는 감동과 투혼의 경쟁을 펼칩니다.

개회식은 '우리에겐 날개가 있다'라는 주제로 3시간 동안 진행됐습니다.

2020 도쿄올림픽과 패럴림픽 개·폐회식의 공통 주제인 '전진'에 더해 우리가 모두 고난을 헤쳐나갈 '날개'를 가지고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았습니다.

다만 일본 내 코로나19 확산세에 따라 대회가 '무관중 원칙'으로 열리는 만큼, 개회식도 일반 관중 없이 조용히 치러졌습니다.

국제패럴림픽위원회(IPC)와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관계자, 외교 사절 등 일부 내외빈만 참석해 자리를 지켰습니다.

키워드가 '날개'인 만큼, 개회식은 '비행'과 '공항' 등을 콘셉트로 꾸며졌습니다.

'비상 준비'라는 타이틀로 오프닝 영상과 카운트다운, 불꽃놀이로 개회식의 시작을 알렸습니다.

스타디움은 '파라 공항'으로 묘사했습니다.

항공기의 허브가 되는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변화가 시작되는 곳이라는 의미를 담았습니다.

다양한 연령, 성별, 인종과 장애인-비장애인 등이 모여 100명으로 구성된 크루가 경쾌한 리듬에 맞춰 춤을 추며 패럴림픽의 개막을 축하했습니다.

나루히토 일왕과 앤드루 파슨스 IPC 위원장,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 등 주요 귀빈이 입장한 뒤에는 일본 국기가 게양됐고, 시각장애가 있는 싱어송라이터 사토 히라리가 일본 국가를 불렀습니다.

일본 전통 기계 '가라쿠리' 공연, 패럴림픽의 상징물 아지토스를 표현하는 이벤트 등도 펼쳐져 개회식에 활기를 불어넣었습니다.

이어 활주로를 연상케 하는 조명과 안내방송이 흘러나온 뒤 개회식의 '하이라이트'인 선수단 입장이 시작됐습니다.

도쿄 패럴림픽 참가팀은 총 162개지만, 선수단 입장에서는 163개 팀이 소개됐습니다.

이슬람 무장 조직 탈레반의 장악으로 대회 참가가 좌절된 아프가니스탄은 5번째 순서로 대회 조직위원회의 자원봉사자가 국기만 들고 행진했고, 조용하던 경기장에서는 대회 관계자와 취재진으로부터 응원의 박수가 터져 나왔습니다.

6명의 선수가 출전하는 난민팀이 맨 먼저 입장했고, 대한민국 선수단은 82번째로 입장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14개 종목에 159명(선수 86명·임원 73명)의 선수단을 파견했지만 개회식에는 주원홍 선수단장과 일부 선수 등 40명만 참석했습니다.

훈색 저고리와 대님바지가 눈에 띄는 생활한복 디자인의 행사 단복을 입은 한국 대표팀은 밝은 얼굴로 태극기와 '코리아'(KOREA)가 적힌 부채를 흔들며 개회식장에 들어섰습니다.

기수는 보치아 대표팀의 최예진과, 그의 경기보조원인 어머니 문우영씨가 맡아 선봉에서 태극기를 펄럭였습니다.

1시간 30분가량에 걸친 선수단 입장과 공연이 끝나자, 하시모토 세이코 대회 조직위원장의 개회사를 통해 '안전한 대회 운영'을 약속했습니다.

파슨스 IPC 위원장은 축사에서 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에게 "여러분은 최고의 인류이며, 여러분만이 스스로 무엇이 될지 정할 수 있다"며 "변화는 스포츠에서 비롯된다. 내일부터 패럴림픽 선수들이 세상을 바꿀 것"이라고 응원을 남겼습니다.

개회식 중 비가 내리기 시작한 가운데 나루히토 일왕이 대회 개최를 선언했습니다.

개회식 중간 중간에 펼쳐진 공연에서는 날개가 하나뿐인 작은 비행기가 날아오르는 과정을 표현했는데, '우리에겐 날개가 있어요'라는 마지막 공연에서는 휠체어를 탄 소녀가 연기한 이 비행기가 힘차게 이륙하는 감동적인 장면이 연출됐습니다.

개회식의 마지막은 성화 점화가 장식했습니다.

일본 47개 도도부현과 패럴림픽 발상지인 영국 스토크맨더빌에서 가져온 불꽃이 합쳐진 성화는 이날 성화대에 옮겨져 도쿄 하늘을 환하게 비췄습니다.

일본의 패럴림피언과 의료진 등 주자들을 거쳐 2016 리우 패럴림픽 휠체어테니스 동메달리스트인 가미지 유이, 보치아 선수 우치다 스케, 역도 선수 모리사키 카린이 최종 점화자로 성화대에 불을 붙였습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