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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리포트] '중국 봉쇄' 미국, '영리한 원숭이' 러시아 흔들 수 있을까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취임 후 처음으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만납니다. 다음 달 16일, 장소는 스위스 제네바입니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미러 관계의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 회복을 추구하는 가운데 양 정상은 다양한 긴급 현안을 논의할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갈등이 깊은 만큼 양국 정상이 할 얘기는 많습니다. 하지만 성과는 기대하기 어려워 보입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4월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과 해킹을 문제 삼아 미국에서 외교관 신분으로 일하는 10명의 러시아 정부 당국자를 추방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20일 회의에서 사실상 미국을 겨냥해 "러시아 영토의 일부라도 차지하려는 모든 권력의 이빨을 부러뜨릴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워싱턴포스트, BBC 등 서구 언론들은 "이번 회담에서 중대한 돌파구가 마련되거나 양국 관계 재설정은 어렵고 서로를 이해하는 계기 정도가 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송욱 취파1 바이든-푸틴

"중국과 러시아 간 불화 심으려는 전술…중러 정상 회담도 추진"


그래도 두 강대국의 대통령이 만나는 만큼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데, 중국은 특히 이번 회담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습니다. 미국의 중국 봉쇄 정책이 가속화하는 상황에서, 두 정상의 만남 이후 중국과 러시아의 관계에 균열이라도 생기지 않을까 하는 걱정 때문입니다.

중국 관변 매체 글로벌타임스는 사설을 통해 "서방의 압력과 적대감이 중국과 러시아를 더욱 밀착시킨다"며 "중국과 러시아 간의 불화를 심고 러시아에 '당근'을 제공하려는 미국의 전술은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며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러시아를 방문 중인 양제츠 중국 공산당 외교 담당 정치국원이 러시아와 중러 정상회담의 연내 개최를 조율할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중국의 우려를 불식시키려는 듯 푸틴 대통령은 양제츠 정치국원과의 통화에서 "중러 양국 관계는 역사상 가장 좋은 시기에 있고, 양국 정상이 긴밀한 교류를 유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면서 "러시아는 중러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를 더 강화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신화사)

중·러, 앙숙에서 밀월로…"역사상 가장 좋은 관계"


1950년대 후반 중국과 소련은 국제 공산주의 운동의 주도권 다툼과 소련의 원자탄 제조기술 제공 거부로 갈등을 빚었습니다. 1960년대 들어 중국은 소련을 수정주의로, 소련은 중국을 교조주의로 서로 비판하면서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습니다. 1969년에는 우수리강 다만스키섬을 둘러싸고 국경분쟁까지 겪게 됐습니다.

냉랭했던 중소 관계는 1980년대 소련 고르바쵸프 정권이 등장하면서 정상화됐습니다. 냉전이 종식되고 실리 외교를 추구하는 양국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졌습니다. 1996년 옐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러 양국은 '전략적 협력 동반자 관계'를 설정하고 정치, 군사, 경제 등 제반 분야에서 협력을 추진했습니다. 2001년에는 장쩌민 주석이 러시아를 방문해 '중러 선린우호협력조약'을 체결했고, 2004년에는 <동부국경조약 보충 협정>을 체결하고, 무력충돌까지 불러왔던 국경선 문제를 해결했습니다.

(사진=글로벌타임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집권 이후 중국과 러시아와의 외교 관계는 더욱 공고해졌습니다. 시 주석은 취임 후 첫 순방국으로 러시아를 택했고, 이후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30여 차례나 만났습니다. 수교 70주년인 지난 2019년에는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이 러시아에서 정상회담을 갖고 2011년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로 격상됐던 양국 관계를 '신시대 전면적 전략 협력 동반자 관계'로 또 다시 격상하는 내용의 공동성명을 발표했습니다. 시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서로를 "최고의 친구", "친애하는 내 친구"라고 부르며 이른바 '브로맨스'까지 보여줬습니다.

"영리한 원숭이는 두 호랑이 싸움 지켜본다"…러시아의 속내는?


시진핑-푸틴의 밀월은 '아메리카 퍼스트'를 내세웠던 미국 트럼프 전 대통령의 거센 압박에 함께 대응하고 새로운 국제질서를 만들기 위한 의도가 깔려 있습니다. 주의 깊게 봐야 할 점은 이런 관계가 철저하게 국익을 고려한 전략이라는 것입니다.

송욱 취파4 푸틴-시진핑

미중 무역 전쟁이 한창이던 2019년 시진핑 주석과 푸틴 대통령은 제23차 상트페테르부르크 세계경제포럼에 참석했습니다. 사회자는 푸틴 대통령에게 "세계 경제 패권을 다투는 미중 무역 전쟁에 러시아는 어떤 입장이냐"고 물었습니다. 푸틴 대통령은 "두 마리 호랑이가 계곡에서 싸우면 영리한 원숭이는 곁에서 지켜본다는 중국 속담이 있다"고 답했습니다. 러시아를 두 호랑이 싸움을 지켜보는 원숭이로 비유하며 속내를 드러낸 것입니다.

문일현 중국 정법대 교수는 "러시아는 미국과 유럽의 제재에 대한 돌파구가 필요하고, 중국도 러시아가 없으면 사방이 포위될 수 있기 때문에 서로 상대방과의 관계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다."면서 "하지만, 러시아는 미국과 중국, 두 나라의 싸움에 직접 뛰어들지는 않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다. 이익 될 것이 없기 때문이다. 러시아 입장에선 중국의 영향력이 커질수록 자신들의 위상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측면도 있다."라고 설명했습니다.

국제사회에선 영원한 친구도, 영원한 적도 없습니다. 국익 앞에서 중러 양국의 밀착도 일시적일 수 있다는 전망도 있습니다. 세계 유일 초강대국이 되려는 중국을 막으려는 미국이 옛 영광을 되찾으려는 러시아를 흔들어 중러 연대에 균열을 만들지, 세 강대국의 외교전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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