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리포트] 형은 고급차, 동생은 골동품…간 부은 중국 형제

3월 29일 중국 관영 방송 CCTV에 고급차 수십 대가 등장했습니다. 롤스로이스, 벤틀리, 크라이슬러, 미쓰오카 등 값비싼 최고급 차량들이 즐비했습니다. 한정판 수제 차량도 있었습니다. 모터쇼 장면이 아니었습니다. 한 개인한테서 압수한 차량들이었습니다.

CCTV는 최근 '소흑제악-국태민안을 위해'라는 특집 프로그램을 연속 방송하고 있습니다. '소흑제악(掃黑除惡)'이란 '흑(黑)을 쓸어버리고 악(惡)을 제거하자'는 뜻으로, 흑사회와 같은 범죄조직을 소탕하자는 캠페인입니다. 시진핑 국가주석 집권 2기를 맞아 본격화했습니다.

29일 방송에는 헤이룽장성 하얼빈의 리웨이·리퉁 형제 얘기가 소개됐습니다. 리웨이는 2010년부터 하얼빈시 전기산업국 국장 보좌역과 하얼빈전력실업그룹 사장을 겸임했습니다. 3년 후엔 하얼빈시 전기산업국 부국장으로 발탁됐고, 리웨이가 맡고 있던 하얼빈전력실업그룹 사장직은 동생 리퉁이 물려받았습니다. 

CCTV 방송은 이 형제의 소장품들을 공개했습니다. 형 리웨이는 롤스로이스 등 앞에서 언급한 고급차를 100여 대나 보유하고 있었습니다. CCTV는 이 차들의 가치가 1억 위안(172억 원)에 달한다고 했습니다.


동생 리퉁의 집에서는 청나라 시대 대신들이 입던 예복인 망포가 발견됐습니다. 남색 바탕에 황금색 이무기가 수놓아져 있습니다. 자기, 대접, 꽃병 등 청나라 골동품들이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습니다. 박물관을 방불케 했습니다.


이 형제는 쑹화강에 호화 선착장도 가지고 있었습니다. 형제가 소유한 부동산은 69채나 됐습니다. 하얼빈시 검찰에 따르면 69채 중 55채가 하얼빈의 고급 주택 단지에 있었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이 고급차들과 부동산을 모두 현금으로 매입했다는 것입니다. 예금을 포함해 현금 10억 위안(1,726억 원)도 현장에서 압수했습니다. 

형제가 재산을 축적할 동안 하얼빈시에서는 단전과 정전이 잦았습니다. 많은 기업들이 전기를 제대로 사용할 수 없다며 민원을 제기했습니다. 새 아파트에 입주한 주민들도 상당 기간 갑작스러운 정전을 겪어야 했습니다. 고층 아파트 주민들은 며칠 동안 계단을 걸어서 오르내려야 했고, 어떤 주민은 아이를 데리고 호텔로 가 묵어야 했습니다.

전기 공사가 부실했기 때문인데, 이 공사는 동생 리퉁이 사장으로 있는 하얼빈전력실업그룹이 맡았습니다. 물론 형 리웨이가 전력국 부국장으로 있으면서 동생 회사에 몰아준 것입니다. 정상적인 공개 입찰은 없었습니다. 혹여나 개발업체가 이 형제를 거치지 않으면 공갈 협박과 폭력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형제가 하청을 준 공사 가격은 31억 위안(5,348억 원)이 넘었습니다. 이들은 불법 수단을 동원해 현지 전력시스템의 77%를 독점했다고 합니다. CCTV는 이 형제를 '전기 깡패'라고 했습니다.

형제는 뇌물, 상해, 불법 구금, 강요, 음란죄 등 24가지 혐의를 받았습니다. 수사기록만 3,285권에 달했습니다. 농구장 5개를 가득 채울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지난해 10월 하얼빈 법원은 형제에게 사형을 선고하면서 집행을 2년 유예했습니다. 사형 집행유예는 중국에서만 시행되고 있는 독특한 제도로, 모범적인 수형생활을 할 경우 무기징역 등으로 감형해주는 제도입니다. 형제의 재산도 모두 몰수했습니다.
  CCTV의 특집 프로그램은 시진핑 주석의 행보와 맞닿아 있습니다. 3월 29일 베이징에선 '소흑제악' 표창 대회가 열렸습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 자리에 참석해 "암흑 세력은 사회의 독(毒)이고 경제·사회 질서를 심각하게 파괴하며, 공산당의 집권 기반을 좀먹는다"고 했습니다.

중국 관영매체들은 2018년 공산당 중앙과 국무원이 '소흑제악' 캠페인을 시작한 이후 "폭력과 악을 소탕하고 혼란을 해결해 인민의 행복감·안전감을 크게 높였다"고 자평하고 있습니다.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지난 3년간 중국에서 3,644개의 범죄조직이 무너졌고 범죄와 관련된 집단 1만1,675개가 제거됐습니다. 체포된 사람은 14만9천 명에 달합니다.
 
(사진 출처=중국 CCT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