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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S] '영어 공부'와 '김광현'…양현종은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라커룸S] '영어 공부'와 '김광현'…양현종은 '꿈'을 포기할 수 없었다
양현종은 꿈을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안정적으로 FA 계약이 가능한 KIA 잔류를 포기하고, 미국 진출 도전을 이어가기로 결정했습니다.

KIA 구단은 어제(30일) 보도자료를 통해 양현종과 FA 협상 종료 소식을 알렸습니다. 양현종은 이날 KIA 구단 사무실을 찾아 조계현 단장과 면담을 하고 메이저리그 진출에 계속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KIA 구단은 "양현종의 꿈과 의지를 존중한다"며 "타이거즈에 헌신한 양현종 선수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미국에서도 좋은 활약으로 꼭 성공하길 바란다"고 기원했습니다.

지지난해 12월 6일, SBS 카메라 앞에 선 양현종. "미국 무대"를 말할 때 그의 눈빛은 빛났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생애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양현종은 KIA 잔류보다 미국 진출에 우선순위를 뒀습니다. 사실 그는 훨씬 이전부터 메이저리그 도전을 결심했습니다. 양현종은 지난 2019년 12월 6일 SBS와 인터뷰에서 "2020시즌이 끝난 뒤 FA가 되기 때문에 미국 무대에 도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습니다. 가서 제 이름이 아니라 나라를 대표해서 던지고 싶습니다"라고 밝혔습니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그와의 인터뷰.

그래서 시작한 것이 '영어 공부'였습니다. 지난해 2월 플로리다 스프링캠프에서 만난 양현종은 "나이가 많아져서 독방을 쓰고 있는데, 영어 공부하는 데 좋다. 영어 공부를 꾸준히 하고 있다"며 웃었습니다. '메이저리그 진출을 위해 영어 공부를 하는 것인가'라고 묻자 그는 "이제는 고참이 돼서 외국인 선수와 의사소통을 직접 하는 게 중요해졌다"고 농담을 한 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미국 무대 도전이 가장 큰 이유인 거 같아요.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하고 미국 무대를 꼭 두들겨 보고 싶어요. 꼭 도전해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친구이자 라이벌 김광현(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의 메이저리그 입성도 양현종에게는 자극제가 됐습니다. 둘은 1988년생 동기로 각자 소속팀에서 에이스로 활약했고, 이제는 국가대표팀을 이끄는 대표 투수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빅리그 재수생이라는 점도 공통점입니다. 김광현은 2014년 말 빅리그 진출을 시도했지만, 계약 조건이 맞지 않아 무산됐습니다. 양현종은 2016년 말 첫 FA 자격을 얻고 해외 진출을 노렸는데, 가족의 의견을 존중해 KIA에 잔류했습니다.

'와 대단한 놈이구나.' 김광현의 메이저리그 입성은 양현종에게 자극제가 됐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양현종은 같은 플로리다 반도에서 메이저리거 신분으로 스프링캠프를 치르고 있던 김광현을 향해 부러움을 나타냈습니다. 그는 "광현이가 진짜 멋있었어요. 많이 부담스러울 수 있잖아요. 우리나라 언론이 다 가서 던지는 걸 지켜볼 텐데. 광현이가 던지는 영상을 봤는데, 너무 잘 던지더라고요. 그걸 보면서 '와 대단한 놈이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광현이가 메이저리그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면 저뿐만 아니라 모든 국민들이 우리 야구를 바라보는 게 조금 더 밝아지지 않을까 생각해요. 저는 광현이를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양현종의 빅리그 도전 결심은 지난해 마지막 선발 등판에서도 엿볼 수 있었습니다. 그는 지난해 10월 29일 광주 홈 두산전에서 마지막 선발 등판에 나섰습니다. 당초 30일 사직 롯데전에 선발 등판할 차례였으나 홈경기에서 마지막 등판을 하기 위해 이 날로 등판 날짜를 조정했습니다. 하루 일찍 등판한 탓인지 양현종은 홈런 2개를 맞는 등 6회 원아웃까지 7점으로 부진했습니다. 투구 수 95개로 등판을 마친 양현종은 투수 교체를 위해 마운드로 올라온 서재응 투수코치와 진하게 포옹하며 인사를 나눴습니다.

그리고 마운드를 내려가면서 모자를 벗고 허리를 숙여 1, 3루 관중석을 향해 인사했습니다. KIA 선수단은 더그아웃 앞에서 일렬로 서서 양현종을 맞이했고, 그는 동료와 일일이 포옹했습니다. 이어 관중석을 향해 또다시 허리 숙여 인사했습니다. 양현종은 경기가 끝난 뒤엔 홀로 마운드에 올라가더니 '투구 폼'을 재현하기도 했습니다. 새로운 도전을 꿈꾸기에,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르는 챔피언스필드 마운드와 그렇게 이별을 고했습니다.

지난해 10월 29일, 챔피언스필드에서의 마지막 선발 등판. 마운드를 내려가며 그는 그렇게 이별을 고했다. (사진=연합뉴스)

양현종이 KIA에 잔류했다면 4년 보장 계약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조계현 KIA 단장은 "금액은 조율해야 하지만, 4년 보장은 확실하게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30대 초반의 나이, 꾸준한 자기 관리 능력을 감안하면 4년 총액 80억 원 수준의 계약은 충분히 가능해 보였습니다. 그러나 양현종은 꿈을 위해 어려운 도전을 택했습니다. 상황이 여의치 않으면 마이너리그 계약도 불사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양현종의 에이전트를 맡고 있는 최인국 대표는 "양현종 선수의 의지가 워낙 강하다"며 "현재는 40인 보장 조건을 최우선 삼고 있는데, 안 될 경우 다음 플랜도 생각하고 있다. 계약 조건이 조금 더 못하더라도 뛸 수 있는 팀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할 계획이다. 지금은 미국이 아닌 다른 것에 대해 논의할 마음가짐이 1도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양현종 선수의 꿈과 도전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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