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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은EYE] 단일화 기싸움 관전기…안철수 vs 김종인

[깊은EYE] 단일화 기싸움 관전기…안철수 vs 김종인
오는 4월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야권에게는 절체절명의 승부처입니다. 야권이 이기면 정권교체의 교두보를 마련할 수 있지만, 여기서도 선거 4연패의 사슬을 끊지 못하면 엄청난 후폭풍이 몰아닥칠 겁니다. 강력한 원심력에 당의 간판이 날아가고 '헤쳐 모여' 해야 할지도 모릅니다.

야권이 승리하려면 후보 단일화가 필요하다는데 이견을 다는 사람은 거의 없습니다. 하지만 후보 단일화는 4월 선거 이후 다음 대선까지 야권의 주도권을 누가, 어느 세력이 잡느냐와 직결돼 있기 때문에 치열한 수싸움이 벌어질 수밖에 없지요.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 (사진=연합뉴스)

국민의당 안철수 대표는 공세적입니다. 자신과 국민의힘 주자들이 함께 겨루는 '개방형 원샷 경선'을 제안했다가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에게 "그럴 거면 입당하라"는 퇴짜를 맞고는 다음 달부터 단일화 실무협상을 시작하자고 다시 제안했습니다. 안 대표는 지난 25일 SBS 8뉴스에 출연해 "(충분한 협상 시간을 확보하고) 후보 단일화를 원하는 야권 지지자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조기에 실무협상을 시작하자"고 말했습니다. (▶인터뷰 보기) 안 대표는 대선주자 가운데 처음으로 서울시장 출마를 선언한 이후 여러 여론조사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 대선이 헤비급 경기라면 서울시장은 라이트 헤비급 정도로 볼 수 있는데 헤비급 선수가 한 체급 낮은 경기에 나서면서 기선을 제압했고, 야권 후보 단일화를 먼저 주창하면서 선착의 효과까지 보고 있는 셈이지요. 안 대표가 단일화 협상을 서두르는 데는 여론조사에서 앞서갈 때 빨리 단일화를 해야 유리하다는 판단이 깔려있다고 봐야 합니다.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산전수전 공중전까지 겪어본 김종인 위원장이 이를 모를 리 없겠죠. 김 위원장은 지난 27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단일화를 하려면 우리 당 후보가 있어야 한다"고 잘라 말했습니다. "단일후보 만드는데 일주일 정도면 된다. 당사자 의지가 달린 것이지 시간을 많이 잡아먹는 게 아니라고 본다"고도했습니다. 3월 4일 국민의힘 후보가 결정된 뒤 단일화 협상을 해야지 그 전엔 안 된다는 뜻으로 읽힙니다. 안 대표의 제안을 일축한 거지요. 더 독한 말도 있었습니다. "서울시장 후보가 된다는 것에 집착하는 사람이 몸 달아하는 것을 보면 안타깝다."

국민의힘 비대위 주변에서는 당내 경선이 본격화해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면 선두권 후보들의 지지율이 상승할 것이고 결국 국민의힘 최종 후보가 안 대표를 추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우세하다고 합니다. 한 비대위 관계자는 "4월 선거 승리를 목표로 욕까지 먹으면서 당의 변화를 이끌어온 김 위원장이 입당도 하지 않는 안 대표에게 후보 자리를 헌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건 죽어라 시험공부해놓고 시험을 못 보는 것과 같다"고 말하더군요.

'정치는 생물'이라 예단할 수는 없지만, 이대로 간다면 야권의 서울시장 후보 단일화는 3월 4일 국민의힘 후보 선출 이후 같은 달 18일 후보등록 전까지 2주 정도의 기간 안에 결판을 내야 합니다. 안 대표는 조기 단일화 요구를 확산시키기 위해 보수진영의 원로와 중진들을 만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80대 노(老)정객 김 위원장의 마음을 돌리기는 쉽지 않을 것 같군요. 당의 경선일정을 함께 따라가는 국민의힘 후보들보다 홀로 뛰며 개인기로 버텨야 하는 안 대표가 더 고단한 길을 가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단일화만 되면 야권의 승리는 떼 놓은 당상일까요? 상대인 여권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지난해 총선 전략 수립에 관여했던 여권 인사에게 관전평을 물었더니 두 차례 문자로 이런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안철수가 먼저 단일화하겠다고 선언해준 점은 평가해 줄 만도 한데 국민의힘에선 그런 평가조차 없다. … 야권 후보들이 야박하게 싸우다 상처투성이로 본선에 와주면 쌩큐" "지금 야권이 앞선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다 우리 탓. …(하지만) 반사이익은 얼마 안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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