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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S] 날아오른 임동혁, "돈 많이 벌고 싶다"고 밝힌 이유

6경기에서 몰아친 144점. 이날 경기가 시작이었다.

대한항공 라이트 공격수 임동혁은 이달 들어 데뷔 후 최고의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임동혁은 외국인 선수 비예나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12월부터 주전 라이트를 맡았는데, 12월 3일 OK금융그룹과 경기를 시작으로 6경기에서 144점을 몰아쳐 팀의 6연승을 이끌었습니다. 어제(27일) 우리카드와 경기에선 비록 팀이 풀세트 접전 끝에 졌지만, 팀 내 최다인 29점을 터뜨렸습니다. 12월 7경기에서 173점, 경기당 24.7점을 올리며 사실상 외국인 선수 역할을 해냈습니다. 대한항공은 외국인 선수의 부재 속에서도 임동혁의 활약을 앞세워 전반기를 선두로 마쳤습니다.

홈구장 계양체육관에서 만난 임동혁은 "좋은 이야기를 많이 들었기 때문에 기분이 안 좋을 수는 없는데, 기분이 좋으면서도 부담감이 커지네요"라며 "그래도 이번 시즌은 뭔가 행복하고, 즐겁게 배구를 하고 있는 거 같아요"라며 웃었습니다.

임동혁이 공격하는 모습을 보면 말 그대로 '시원'합니다. 2m 1cm의 큰 신장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력한 스파이크가 압권인데, 상대가 앞을 가로 막아도 온힘을 다해 스파이크를 날려 득점을 올립니다. 여기에 라이트 포지션에서 매우 중요한 2단 볼 처리도 점점 좋아지고 있습니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임동혁이 처음에는 단순히 힘으로만 때렸다. 그러나 경기를 치를수록 노련함이 생기는 모습이다. 특히 2단 볼을 처리하는 모습이 한층 더 좋아져서 기대되고 있다"라고 밝혔습니다.

임동혁은 제천산업고 3학년 시절인 지난 2017년 프로배구 신인드래프트에서 대한항공 유니폼을 입고 프로에 데뷔했습니다. 대한항공에는 고졸 성공 신화로 평가받는 정지석이 활약하고 있는데, 임동혁은 정지석을 롤모델 삼아 프로에서 성공을 꿈꿨습니다. 그러나 프로 무대는 녹록치 않았습니다. 특히 외국인 선수와 같은 라이트 포지션에서 임동혁은 존재감을 뽐내기 어려웠습니다. 대한항공엔 가스파리니와 비예나 같은 걸출한 라이트 공격수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임동혁은 실망하지 않고, 언젠가 기회가 올 거라고 믿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선배님, 코치님 모두 언젠가 제가 팬들의 눈에 들어갈 날이 올 거다'라고 많이 이야기해주셨습니다. 저도 그 이야기를 듣고 동기 부여가 돼 열심히 하고 있었는데, 그러다보니까 이렇게 기회가 온 거 같아요. 기회를 잘 살려야 팀이 잘 될 수 있고, 저도 잘될 수 있기 때문에 정말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2m 1cm, 100kg 체구에서 뿜어내는 '강스파이크'. 그의 공격은 말 그대로 '시원'하다.

그리고 후보에 머물던 3년 동안 꾸준히 웨이트에 집중해 힘을 키웠습니다. "저는 아직 보여준 게 없기 때문에 단점을 커버하는 것보다 장점을 극대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프로에 입단했을 때 지금 이 키(2m 1cm)에 몸무게가 80kg였습니다. 지금은 100kg입니다. 근육량은 입단 때보다 2배 늘었습니다. 라이트 공격수인 만큼 힘을 키워야 한다고 생각해 많이 먹고, 웨이트도 많이 했습니다. 그러면서 힘이 저절로 세진 거 같아요."

임동혁은 현재 오른손 엄지손가락에 인대 부상을 입었습니다. 경기할 때는 물론 연습할 때도 엄지손가락에 붕대를 칭칭 감고, 지지대를 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프다'는 소리 한 번 없이 씩씩하게 공을 때리고 있습니다. 가족에게, 특히 어머니에게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크기 때문입니다.

"어머니께서 아버지와 헤어지신 뒤 누나와 저를 홀로 키우셨어요. 집안 형편이 좋지 않았지만, 부족한 거 없이 해주시느라 너무 고생하셨어요. 대학을 가지 않고, 고등학교 졸업 후 프로에 바로 온 이유도 돈을 빨리 벌어서 어머니께 효도하고 싶었기 때문이에요. 저희 집이 돈 걱정 없이 잘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컸거든요. 솔직히 프로 와서 후보로 있는 3년 동안 힘들었어요. '이 길이 맞을까' 싶을 정도로 경기도 뛰지 못했으니까. 그때 힘들었던 걸 이제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프로 와서 3년 동안 힘들었어요. 그때 힘들었던 걸 이제 보상받는 느낌이에요."

그리고 이제는 하늘에 계신 아버지께도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고 싶은 게 임동혁의 목표입니다. "어머니와 아버지가 헤어지신 뒤 10년 동안 아버지를 한 번도 뵙지 못했어요. 같이 제천에 살면서도 한 번쯤은 지나가다 뵐 줄 알았거든요. 그러다 연락을 받은 게 2018년 아버지의 부고 소식이었어요. 당시 손가락 부상으로 힘든 시기였는데, 너무 힘들었어요. 아버지가 돌아가시니까 안 좋았던 추억보다 좋았던 추억이 더 생각나더라고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제가 '가장'이라는 책임감이 더 커졌습니다. 배구 잘 하는 모습을 아버지가 지켜보고 계실 거라는 생각을 하고 더 열심히 하려고요."

임동혁의 등장은 침체된 남자배구에도 활력소가 되고 있습니다. 남자배구는 문성민(현대캐피탈), 박철우(한국전력) 이후 걸출한 토종 라이트 공격수를 찾기 힘든 실정입니다. 임동혁은 기대에 부응하겠다는 각오입니다.

"어릴 시절(16살) 성인 대표팀에 뽑혔는데, 정말 많은 걸 배웠어요. 아직은 부족한 면이 많지만 지금의 상승세를 더 이어가 진짜 선배님들의 뒤를 이었다는 평가를 받고 싶어요. 국가대표는 매번 가고 싶고, 태극마크는 확실히 욕심이 나요. 불러만 주신다면 정말 열심히 하겠습니다. 남자배구도 많이 사랑해주세요!"

(사진=한국배구연맹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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