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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커룸S] 9년 기다린 히트상품 '깡진성', 가슴 새긴 아버지의 말

"9년 동안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사진=연합뉴스)

NC 다이노스 내야수 강진성은 지난 10일 프로야구 일구상에서 '의지노력상'을 수상했습니다. 프로 데뷔 9년 만에 처음 받는 '상'이었습니다. 강진성은 "야구하면서 이런 날이 올 줄 몰랐다"며 "9년 동안 뒷바라지 해주신 부모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고 말했습니다. 그런 강진성의 모습을 아버지 강광회 KBO 심판원은 시상식장 한편에서 흐뭇하게 바라봤습니다. 강 심판원은 "일구상 1회 시상식 때 제가 심판상을 받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아들이 이렇게 멋진 상을 받으니 감회가 새롭네요"라고 말했습니다.

강진성은 올 시즌 NC의 '히트상품' 중 하나입니다. 그는 지난 2012년 NC 창단과 함께 데뷔했지만, 동기 나성범, 박민우에 비해 지난 8년 동안 무명에 머물렀습니다. 선수 생활 마지막이라고 다짐한 올 시즌 마침내 꽃을 피웠습니다. 121경기에서 타율 0.309, 12홈런, 122안타, 70타점을 올리며 NC의 한국시리즈 우승에 힘을 보탰습니다. 가수 비의 3년 전 노래 '깡'이 올해 재조명 받은 것처럼 9년 만의 뒤늦은 등장에 '깡진성'이라는 별명도 얻었습니다.

올 시즌 NC의 히트상품 '깡진성'

강진성이 활약하면서 아버지 강광회 심판원까지 주목받았습니다. 강 심판원은 지난 1990년 태평양에서 데뷔해 1995년 쌍방울에서 은퇴한 뒤 곧장 심판의 길을 걸었습니다. 지난 2018년 KBO리그 심판 통산 9번째로 2000경기에 출장한 베테랑 심판입니다. 야구인 2세의 활약 소식이 들릴 때마다 강 심판원도 아들 강진성이 날개를 펼치길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아들이 스트레스를 받을까 기술적인 조언은 하지 않았습니다. "부상 조심하고, 야구를 즐기면서 하는 게 최고"라며 조용히 격려했습니다.

8년을 기다린 끝에 강진성은 올해 마침내 날개를 폈습니다. 하지만, 아버지 강광회 심판원은 좋은 내색을 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강진성은 홈 KT전에서 3루심을 보고 있던 아버지 앞에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터뜨렸는데, 중계 화면에 잡힌 강광회 심판원은 얼굴만 긁적일 뿐 어떤 표정도 짓지 않았습니다. 아들은 그런 아버지가 전혀 서운하지 않았습니다.

지난 7월 KT전서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 쳐낸 NC 강진성 (사진=연합뉴스)
아들 강진성(위쪽)이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을 쳐낸 당시, 중계 화면에 잡힌 아버지 강광회 3루심. 얼굴만 긁적였다.

아들 : "제가 야구를 잘하고 있기 때문에 굳이 인사를 하지 않아도, 안타 치고 홈런 치면 기분 좋아하실 걸 알았어요. 저는 야구만 잘하려고 했죠. 물론 9년 만에 야구로 효도하게 돼 기뻤습니다."

아버지 : "진성이가 잘 하는 모습을 보면서 '꿈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야구는 9년을 해도 쉬운 종목이 아니거든요. 시즌 초반에 '이 녀석 잘하네. 대단하네' 하면서도 한편으로 겁도 났습니다. 지난 8년처럼 다시 쭉 가라앉을까 봐요. 9년 동안 대타로 나오던 아이가 이렇게 하는 건 확률적으로 정말 힘들거든요. 야구는 10번 타석에 서 3번 치면 잘하는 운동이잖아요. 걱정과 달리 시즌 끝까지 좋은 모습으로 완주해줘서 너무 대견하고 고마웠습니다."

강진성의 계속되는 활약에 공정성 논란이 의식된 KBO는 지난 6월 이른바 '강진성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아들의 경기에 아버지가 '주심'을 맡지 못하게 규정을 개정한 겁니다. 25년차 베테랑 심판으로 산전수전 다 겪은 강광회 심판원이지만, 당시 소식을 들을 때는 "만감이 교차했다"고 합니다.

"저는 짐을 좀 덜었죠. 내가 볼도 스트라이크라 해서 진성이가 인상 찌푸렸다는데 난 몰랐어요. 잘한 거 같아요, 그 제도는." 강광회 심판(왼쪽)은 만감이 교차했다.

아버지 : "진성이가 야구를 못할 때는 아무 얘기 없다가 야구를 잘하고 이슈가 되니까 이렇게 규정이 생겼는데, 좀 만감이 교차하더라고요. 사실 저는 짐을 좀 덜었습니다. 유튜브에서 우연히 봤는데, 제가 주심을 본 경기에서 진성이가 볼 같은 공을 스트라이크라고 판정하니까 인상을 찌푸렸다고 하는데, 저는 몰랐어요. 나중에 영상보고 알았지. 솔직히 아들이 타석에 들어와도 그러운드에서 우리는 심판과 선수의 관계이고, 더 신경 써서 볼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보는 시선은 그렇지 않더라고요. 다시 생각해보면 그 제도는 잘 한 거 같아요. 저도 편하고, 진성이도 신경 쓰지 않아도 되니까요."

'강진성 규정'은 한국시리즈에서도 적용됐습니다. 강광회 심판은 플레이오프까지 정상적으로 경기를 치렀는데, NC가 나서는 한국시리즈부터는 공정성 차원에서 경기 배정에서 제외됐습니다. 당시 강광회 심판원은 "네 덕에 스트레스 받지 않고 한국시리즈를 본다"며 아들을 격려했습니다. NC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순간엔 울컥한 감정도 올라왔습니다.

아버지 : "정말 오랜 만에 편하게 한국시리즈를 봤습니다. 아들 열심히 응원했죠. NC가 우승할 때는 너무 좋았습니다.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우승을 꿈꾸잖아요. 저는 선수 생활을 짧게 했기 때문에 그런 경험이 없습니다. 아들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하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 못 다한 꿈을 이뤄줬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너무 대견하고. 행복했습니다."

아들 : "저도 많이 울컥했고요. 지난 8년 넘게 고생했던 세월이 스쳐갔습니다. 되게 기분이 좋았고 모든 분에게 감사했습니다."

강진성은 "신인 시절 아버지께서 '늦게 핀 꽃이 더 오래 간다'는 말을 해주셨는데, 지금도 그 말을 가슴에 새기고 있습니다. 힘든 시기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아버지의 그 한마디가 컸다고 생각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올해 자신의 이름 석 자를 확실히 알렸지만, 더 겸손한 마음으로 내년 시즌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내년에도, 깡!"

아들 : "올해 잘했지만, 자만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만족하지 않았거든요. 9년 동안 힘든 시기가 있었기 때문에 내년 시즌에도 한 경기, 한 경기, 소중하게 생각하고, 그 마음가짐으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아버지 : "9년 동안 재활도 많이 하고, 시행착오도 많이 겪었기 때문에 잘 하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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