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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 사기' 처벌 제각각…고개 드는 신종 갭투자

<앵커>

지난해 전국 곳곳에서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이 있었습니다. 원룸 세입자들한테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고 가로챈 범죄였는데 피해자 규모나 액수가 비슷한 데도 처벌 수위는 제각각입니다.

왜 그런지, 김승필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대구지방법원 법정 앞.

[피해자 (지난달) : 저희 대구 원룸 전세 사기 사건, 지금 추가 기소 26억 원 때문에 재판 진행 중이라서 다시 오게 된 겁니다.]

[(지금 세 분이신데, 피해자가 많은가요?) 지금 저희가 전체 120명이 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전세 사기 사건 피고인 장 모 씨,

[변호사 : (사기 혐의를 인정하십니까?) 곧 다음 달에 판결이 있으니까, 오시면 될 겁니다.]

장 씨는 지난해 징역 3년을 선고받았습니다.

당시 추정 피해액 50여억 원 가운데 고작 7억 원 정도에만 사기 혐의가 적용됐습니다.

'다른 전세 세입자는 없다'는 식으로 '선 순위 보증금' 액수를 속인 건 처음에는 사기로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세입자가 남겨둔 녹취에 장 씨가 거짓말을 하는 내용이 담겨 있어 다시 법정에 세울 수 있게 됐습니다.

검찰은 26억 5천만 원의 전세보증금에 대해서도 사기 혐의를 적용했습니다.

[지금 26억 원 말고도 나머지 24억 원에 대해서 기소 안 된 피해자들이 더 많아요. 14, 15년(형을) 받아도 저희는 부족하다고 생각해요.]

전북 익산의 원룸 주택 전세 사기 사건 피해자입니다.

보증금 1억 2천만 원에 전세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가, 지금은 부모 집에서 살고 있습니다.

[피해자 : (얼마를 찾으신 겁니까?) 3천만 원요. 나머지는 못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사기 혐의 피고인인 강 모 씨에게는 지난달 1심에서 징역 13년 6개월이 선고됐습니다.

세입자 122명의 피해 금액 거의 전부인 46억 원에 대해서 사기 혐의가 인정됐습니다.

[양승일/변호사 : 익산 변호사회에서 공익 소송으로 한 번 지원을 해주자 이렇게 제안을 해서 변호사회에서 (피해자) 한 명 한 명 다 개별 면담을 해서 공청회도 개최하고 그래서 모든 증거 자료를 철저하게 준비해서…]

피해자 규모와 액수, 선순위 보증금을 속인 수법까지 대구 사건과 여러모로 비슷했지만, 지역사회가 적극적으로 대응해 재판 결과가 크게 달라진 겁니다.

대부분 전세 사기 사건에서 홀로 법정 싸움을 벌여야 하는 피해자들은 대출금 반환이나 생계유지 같은 2중, 3중의 고통을 겪고 있습니다.

정부는 전세 사기 사건이 잇따라 터진 뒤에야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낮추는 등 제도 개선에 나섰습니다.

하지만 제도의 허점을 파고드는 새로운 갭 투기 수법도 나타나고 있습니다.

[공인중개사 : 다 빌라예요. 신축 빌라. (전세)계약만 해주면 수수료 1천만 원을 준다. 어떤 현장은 2천만 원도 준다. 그런데 이런 걸 저희 중개업소나 이런 데 다 뿌려요.]

이런 신축 빌라는 매매와 전세 계약을 동시에 맺는 데 보증보험을 들어주는 조건으로 시세보다 높은 전세보증금을 받는다는 겁니다.

전세금은 건축주가 받고, 집주인은 이름을 빌려준 사람이 되고, 공인중개사는 리베이트를 챙긴다는 겁니다.

[분양을 받았던 사람들은 명의만 집주인일 뿐이지, 사실상은 집주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이 단 한 명도 없어요.]

전세금을 노리고 수십 채, 수백 채의 주택을 갭 투기하다 임차보증금을 돌려주지 못할 때는 사법당국이 사기죄를 더욱 넓게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김주덕/변호사 : 무리하게 갭투자를 하면 당연히 이것이 변제할 수 없다 하는 그런 가능성을 충분히 인식할 수 있기 때문에 그런 미필적 고의를 폭넓게 인정해줘야 그게 현실에 맞는 것이고 갭투자를 못 하게 하는 것이지.]

(VJ : 안민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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