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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럭비 강국' 피지에서 온 '피지컬 깡패'…모시 "태극마크 달래요"


● 내 이름은 모시, 피지에서 온 17살 럭비 유망주입니다.

서울사대부고 럭비팀, 모시의 자기 소개입니다. '럭비 강국' 피지 출신으로, 우리나라 고교 무대에 신선한 바람을 일으키고 있는 기대주입니다. 1학년생 모시는 지난 20일 끝난 회장배에서 사대부고를 준우승으로 이끌었습니다. 모시는 경기 뒤 "오늘 트라이 멋졌어"라는 주장 이민재의 격려에 "넵, 감사합니다"라고 우리말로 답하며 고개를 숙였습니다. 그는 이어 "정말 흥분됐다, 우승을 못해 아쉽지만 준우승도 기쁘다"며 활짝 웃었습니다.

● 187cm 100kg…돌파가 강점인 '피지컬 깡패'입니다.

모시는 건장한 럭비 선수들 사이에서도 한눈에 띕니다. 키는 187cm, 몸무게는 100kg. 포지션은 플랭커, 록으로 앞장서서 상대와 부닥치는 자리입니다. 회장배에선 모시의 장기가 고스란히 드러났습니다. 상대 공격을 강력한 태클로 저지하면서도 저돌적인 돌파로 두 차례 트라이를 성공했습니다. 남용훈 사대부고 감독은 "당장 대학 무대에 내놓아도 힘에서는 밀리지 않는다"며 "특히 돌파가 좋은 선수"라고 평가했습니다.

[11.26 취재파일용_이정찬] 피지국대_가족 (1)

● 럭비 강국 피지 출신이죠. 리우 올림픽 기억하시죠?

모시의 모국(母國) 피지는 오세아니아의 섬나라입니다. 인구는 90만. 경기도 성남시와 비슷한 규모입니다. 작지만 럭비에 미친 나라입니다. 특히 7인제에선 세계 최강입니다. 2016 리우올림픽, 럭비가 92년 만에 부활한 대회에서 압도적인 전력으로 금메달을 따냈습니다. 결승에선 종주국 영국을 43대 7로 완파했습니다. 피지 올림픽 사상 첫 메달이었습니다. 온 나라가 들썩였죠. 국경일을 지정했고, 7달러짜리 기념 화폐를 발행할 정도였습니다. 당시 13살이었던 모시도 또렷이 기억합니다. "온 나라가 미쳤지요. 새벽 4시 경기였는데 저도 밤을 꼬박 새우고 지켜봤어요. 올림픽에서 메달을 떤 건 처음이었으니까요. 게다가 럭비, 금메달이었으니까요."

[11.26 취재파일용_이정찬] 사대부고3총사

● 서울사대부고 신입생 ,불고기 맛있어요

피지 16세 이하 대표 출신으로 '올림피언'의 꿈을 키워가던 모시는 지난해 인생의 변곡점을 맞습니다. 해외 유망주 발굴에 나선 서울시럭비협회가 피지를 찾았고, 이 자리에서 '한국 유학'을 제안받았습니다. 심영복 서울시럭비협회장은 "이웃 일본은 일찌감치 해외 유망주 발굴에 나서 세계적인 럭비 강국으로 성장했다"며 "우리도 조금 늦었지만 적어도 10년, 장기적인 계획으로 유망주 발굴에 나섰다"고 말했습니다. 심 회장 눈에 든 모시는 16세 대표팀 동료 제이, 미니와 함께 서울사대부고행을 결정했습니다. 심 회장은 이 선수들이 대학에 진학해 실업팀에 입단하기까지 학비와 생활비 등을 지원할 계획입니다. 모시와 친구들은 수업을 마친 뒤엔 친구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빠르게 한국 문화에 녹아들고 있습니다. 모시가 가장 좋아하는 음식은 불고기라고 합니다.

● 가슴에 무궁화 마크, 한국 국가대표될래요!

한국 럭비는 지난해 사상 첫 올림픽 본선행을 확정하며 전환기를 맞았습니다. 하지만 4년 뒤 파리올림픽은 장담할 수 없는 처지입니다. 개최국 자동 출전으로 지난해 아시아예선에 빠졌던 일본을 꺾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시와 친구들에겐 새로운 꿈이 생겼습니다. 가슴에 무궁화 마크가 달린 국가대표 유니폼을 입는 겁니다. 럭비 대표팀은 태극마크 대신 무궁화가 그려진 유니폼을 입습니다. 이강석 서울시협회 전무는 "세계연맹 규정상 나라를 이주해 60개월 연속 거주하면 해당 국가대표로 뛸 수 있다"고 말합니다. 다만, 아시안게임이나 올림픽에 국가대표로 나서기 위해서는 귀화를 해야 합니다. 모시는 "언젠가 한국 국가대표가 되는 게 꿈이다. 무엇보다 올림피언이 되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11.26 취재파일용_이정찬] 피지국대_가족 (2)

● 보고 싶은 아빠, 엄마. 지켜봐주세요!

2003년생. 모시가 가장 힘든 순간은 피지에 있는 가족이 보고 싶을 때입니다. 이 자리를 빌려 부모님께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아빠, 엄마. 피지를 떠난다고 했을 때 제 꿈을 지지해주셔서 감사해요. 저는 친구들과 정말 잘 지내고 있어요. 한국 국가대표가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할게요. 지켜봐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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