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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퍼스트 독, 그 명과 암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미국 대선에서 조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실시되고 있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가까워지면서 이슈화된 기사가 있다. 바로 트럼프 대통령이 4년간 공석으로 뒀던 '퍼스트 독' 자리가 곧 채워질 것이라는 내용의 기사이다.

미국 대통령은 당선 이후 반려동물과 함께 백악관에 입성하는 문화가 있다. 영부인을 퍼스트 레이디라고 부르는 것처럼, 대통령의 반려견은 퍼스트 독(dog), 반려묘는 퍼스트 캣(cat)이라고 부른다. 바이든 후보의 당선이 확정되면, 바이든 부부가 현재 양육 중인 2마리의 셰퍼드(챔프, 메이저)가 퍼스트 독이 될 것으로 보인다. 챔프는 2008년부터 바이든 부부와 함께했고, 메이저는 2년 전 유기견 보호소에서 입양했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반려동물을 키우지 않았다. 미국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극도의 결벽증 때문에 미국 대통령 가운데 처음으로 개를 키우지 않은 대통령이었다고 한다.

(왼쪽) 2018년 11월 반려견 메이저를 입양한 조 바이든</br><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오른쪽) 조 바이든의 부인 질 바이든과 반려견인 챔프, 메이저의 모습." data-captionyn="Y" id="i201489871"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01111/201489871_1280.jpg" style="border:1px solid rgb(226, 226, 226); display:block; height:394px; margin:20px auto; width:700px">그런데 왜 미국 대통령은 반려동물을 길렀던 것일까.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68%에 육박하는 미국이라지만, 트럼프를 제외한 모든 대통령이 반려동물 보호자라는 건 신기한 일이다. 여기엔 정치적인 목적이 있다. 반려견을 쓰다듬고, 놀아주는 모습은 유권자들에게 친근한 이미지를 준다. 딱딱하고 무섭고, 서민의 삶과는 동떨어진 생활을 할 것만 같은 정치인을 단번에 '퇴근하자마자 개부터 안아주는 옆집 아저씨'처럼 보이게 해주는 것이다. 또한 반려동물 보호자들의 표를 얻는 효과도 있다. 이 후보도 싫고 저 후보도 싫지만, 나처럼 동물을 키운다는 '동질감'에 표를 던진다. 실제 정치에 관심은 없지만, 후보자가 키우는 동물에 큰 관심을 갖는 사람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

여기에 여성, 장애인, 노동자처럼 동물도 사회적 약자로 생각하고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분위기가 점점 형성되고 있는 점도 동물을 키우는 후보에게 유리하게 작용한다. 동물을 사랑하는 후보니까 (동물을 포함한) 사회적 약자들을 잘 돌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은연중 스며드는 것이다. 실제로 버락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의 반려견 '보'는 지난 2012년 오바마의 재선 성공을 도운 것으로 유명하다. 오바마 캠프 선거자금 모금 사이트의 주인공으로 '보'를 선정해 동물애호가들의 표심을 획득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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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잉원 타이완 총통과 반려묘 '샹샹'
차이잉원 타이완 총통의 경우도 반려묘가 당선을 도운 케이스다. 미혼인 그녀는 지난 2016년 선거에서 "고양이 '샹샹'과 '아차이'를 입양한 이후 2명의 가족이 더 생긴 것 같다"며 "내가 힘든 하루를 보내고 집에 돌아오면 고양이들이 항상 나를 반겨줘 그날의 피로를 풀어준다"고 말하며 관심을 받았다. 당시 차이잉원 후보가 고양이 관련 주제를 페이스북에 올릴 때가 정치적 현안을 올릴 때보다 20~50% 더 많은 '좋아요'를 받기도 했다. 아예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두 고양이가 선거 운동 기간에 빈번히 등장해 차이잉원 당선인이 역사적인 승리를 거두는데 일조했다"고 평가했다.

그런데 정치인과 반려동물의 관계가 늘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경우 2017년 3월 탄핵당한 뒤 청와대에서 기르던 진돗개 9마리를 그대로 두고 간 일이 논란이 된 적이 있다. 9마리 중 2마리는 박근혜 이름으로 동물 등록까지 마친 상태였기 때문에, 동물을 유기한 것이라는 지적까지 나왔다. 당시 청와대 관계자가 "박 전 대통령께서 데려가는 것을 사양했기 때문에 분양해야 할 것 같다"고 말해 논란은 더 커졌었다.

2013년 당시 박근혜 전 대통령은 삼성동 자택을 떠나면서 지역 주민들로부터 진돗개 두 마리를 선물 받았다.
박 전 대통령은 지난 2013년 2월 25일 대통령 취임식 날 삼성동 자택을 떠나면서 동네 주민들로부터 진돗개 2마리(수컷 1마리, 암컷 1마리)를 선물 받았다. 수컷의 이름은 '희망이', 암컷의 이름은 '새롬이'였다. 박 전 대통령은 2014년 신년 기자회견에서 희망이와 새롬이에 대해 "나갈 때나 들어올 때 두 마리가 꼬리를 흔들며 반긴다. 따뜻한 봄이 되면 새롬이 희망이와 같이 나와 여러분들께 인사하는 시간을 가지면 좋겠다"고 말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그 끝은 비극이었다. 이런 사례들을 보면 차라리 결벽증 때문에 반려동물을 안(?) 키운 트럼프가 동물복지 측면에서는 더 낫지 않았나 싶기도 하다.

유권자들의 관심과 표를 떠나, 진정으로 반려동물을 사랑하는 정치인들이 많아지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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