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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美 '북한 미사일 주의보', 기업 계도 목적이 커"

정부는 미국이 최근 북한의 탄도미사일 개발 활동에 협조하지 말라는 주의보를 전 세계 산업계에 발령한 배경에 대해 대북 경고의 성격보다는 민간기업 계도 목적이 더 큰 것으로 분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국무부 국제안보비확산국과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 상무부 산업안보국은 현지시간으로 지난 1일 공동으로 북한의 탄도미사일 관련 조달 활동에 대한 19장짜리 문건을 내놓으며 주의보를 발령했습니다.

탄도미사일 개발과 부품·기술 조달에 관여하는 북한의 기관들과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회피 수법을 전하면서, 기업이 고의든 실수든 이 제재를 어길 경우 처할 벌칙과 거래 금지 품목 등을 소개하는 내용입니다.

이 주의보는 미국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분명한 위협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전제가 깔려 있습니다.

특히 북미 간 비핵화 협상이 장기 교착상태에 머무는 가운데 북한이 오는 11월 미국 대선 전후로 도발에 나설 가능성도 제기되는 상황이어서, 북한을 향해 '지켜보고 있으니 섣불리 행동 말라'는 압박 행보일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습니다.

그러나 이보다는 미국의 대북 제재가 워낙에 광범위하게 시행되고 있다 보니 기업들도 관련 규정을 숙지하지 못해 의도치 않게 제재를 위반하는 상황을 막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는 게 외교부의 판단입니다.

미국의 대북 독자제재는 2016년 1월 북한의 4차 핵실험과 2월 장거리 로켓 발사를 계기로 한층 강화했고, 이듬해 대학생 오토 웜비어 사망사건을 계기로 북한과 거래하는 개인, 금융기관이 미국 금융기관과 거래하지 못하게 하는 '웜비어법'이 통과되면서 더욱더 촘촘해졌습니다.

따라서 미 정부가 관련 규정을 꼼꼼히 안내해 부주의한 피해자가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 이번에 주의보를 발령했다는 겁니다.

특히 부처 합동으로 이런 주의보를 발령하기 위해선 법률 검토와 관계부처 협의 등에 2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지금의 한반도 정세를 고려해 대북 압박을 위해 '뚝딱' 만들어낼 수 있는 성격의 조치가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미국 정부는 한국 측에도 외교경로를 통해 이런 배경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한편에선 미국도 이번 주의보 발령이 정체됐던 북핵 협상이 다시 활기를 찾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데이비드 스틸웰 미국 국무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는 현지시간으로 지난 2일 언론 브리핑에서 이번 조처에 대해 "북한에 그들의 주민을 위한 더 밝은 미래가 있지만 고립된 채로 남기보다는 앞으로 나와 협상하고 이런 일들에 관해 대화해야 할 것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다만, 미국의 생각과는 무관하게 북한은 이번 조처를 자신들에 대한 '적대행위'로 받아들일 가능성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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