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한국 관객들은 온라인 공연에 얼마까지 낼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유료 온라인 공연 시장 자체가 없었기 때문에 선례가 없다. 공연계에서는 1만 원대인 신작 영화 VOD보다는 높고, 공연 오프라인 관람료보다는 많이 저렴해야 한다는 정도의 공감대만 있었다.
민간 뮤지컬 제작사인 EMK의 '모차르트!'가 가장 먼저 온라인 공연 유료화를 발표했다. '모차르트!'가 낸 예상 답안은 3만 3천 원이다. '모차르트!'는 10월 3일과 4일, 추석 연휴 기간에 두 차례 네이버 V라이브를 통해 온라인 공연을 한다. 스트리밍과 VOD 48시간 관람권이 3만 3천 원이며, MD 상품들을 더한 패키지는 3만9천 원에서 6만4천5백 원까지 다양하다. '모차르트!'의 10주년 공연 R석 가격은 15만 원이었으니, 3만3천 원은 오프라인 관람료의 22퍼센트 수준이다.
EMK 측은 순수 영상 제작비 외에도 유료 객석을 비우고 촬영해 입은 손실보전비 등을 합치면 영상 제작에 2억 원 정도 들었다고 밝혔다. 3만 3천 원의 관람료로 단순 계산한다면, 6천 명 이상이 볼 때 투자액을 회수할 수 있는 셈이다. (플랫폼 송출 수수료와 예매 대행 수수료, 로열티 등의 추가 비용과 제휴 할인을 고려하면, 확실한 수치라기보다는 대략의 추정치다.) EMK는 이번 온라인 공연으로 수익을 기대하기보다는, 첫 유료 공연으로 소비자 데이터를 확보해 향후 시장을 만들어나가는 데 필요한 자료로 삼는 데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TV는 지금까지 온라인 공연 중계를 가장 많이 해온 플랫폼이지만 유료 과금 시스템이 없었다. 그런데 최근 '라이브 감상' 후원 리워드 기능을 새로 적용해, 사실상 유료 온라인 공연 플랫폼 역할을 하게 되었다. '라이브 감상' 후원 리워드는 공연 단체가 설정한 최소 단위의 금액 이상을 후원한 사용자들에게, 해당 공연을 온라인으로 볼 수 있게 하는 것이다. 네이버는 송출료와 결제수수료를 최소화하고, 쿠폰 이벤트를 진행하는 등, 온라인 공연 활성화를 적극 지원하겠다고 밝혔다.
이번에 상영하는 영상은 지난 7월 예술의전당에서 진행한 공연 실황을 공들여 찍은 것이다. 주역별로 두 편을 찍어 영상 제작비만 7천만 원 가까이 들었다. 이 공연은 R석 관람료가 9만 원이었다. 스트리밍과 VOD 3시간 추가 관람료 2만 원은 오프라인 R석의 22퍼센트, 공교롭게도 '모차르트!'와 똑같은 비율이다. 2만 원 관람료로 단순 계산하면 3천5백 명 이상 볼 경우 제작비를 회수할 수 있다. (역시 기타 비용은 무시한 수치이니 정확하진 않다). 서울예술단은 이후에도 네이버TV를 통해 유료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는데, 과거에 촬영한 이 작품들에 대해선 만5천 원의 관람료를 받을 예정이다.
뮤지컬은 공연계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시장이 크고 대중성이 있어서, 유료화를 시도해 볼 수 있는 장르로 꼽혀왔다. 무료이긴 하지만, 지난주 한국관광공사가 창작뮤지컬 네 편을 온라인 상영한 결과 260만 뷰를 기록하기도 했다. 과연, 유료화 첫 시동을 거는 '모차르트!'나 '잃어버린 얼굴 1895'이 모두 뮤지컬이다. 과연 평소 뮤지컬 관객 중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온라인 공연도 돈을 내고 볼 것인가. 또 얼마나 많은 새로운 관객이 온라인 공연에 유입될 것인가.
국립오페라단의 '마농'은 지난 6월 비대면으로 진행됐던 공연 실황을 다시 상영하는 것이다. 오프라인 R석 티켓은 15만 원으로 책정됐던 공연이니, 오프라인 공연 관람료이 13퍼센트 수준으로 많이 저렴하다. 그러나 오페라는 뮤지컬보다 시장이 작고 공연 횟수도 적어서 단순 비교는 어렵다.
코로나19로 공연을 못 하는 상황에서, 온라인 공연을 유료화하면 창작진에게도 저작권료 형태로 수입을 돌려줄 수 있다. (원칙적으로는 온라인 공연이 무료라도 저작권료를 지불하는 게 맞지만, 지금까지는 코로나19로 인한 비상시국이라는 이유로 저작권료를 지불하지 않거나 아주 소액만 지불하고 진행되는 경우가 많았다.) 서울예술단 측은 창작진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분배 기준을 세우면서 유료 온라인 공연을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유료 온라인 공연이 성공하려면? 당연하지만 돈을 낸 만큼의 만족감을 줘야 한다. 영상에 담기는 원 콘텐츠가 좋은 것은 물론이고, 영상 제작 품질도 뛰어나야 한다. 온라인 공연은 현장감과 박진감이 오프라인 공연보다 훨씬 떨어지지만, 공연장에서보다 훨씬 좋은 좌석에 앉은 듯 가까이에서 무대를 볼 수 있다는 점은 장점이다. 박병성 뮤지컬 평론가는 NT라이브가 공연장에 가서도 볼 수 없는 앵글과 클로즈업 등으로 영상의 매력을 배가시킨다며, 영상 제작을 고려해 심지어 무대 바닥 디자인에도 심혈을 기울인다고 했다. 공연을 단순히 영상으로 옮긴다기보다는 공연을 바탕으로 하되, 새로운 영상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다.
이제 첫발을 떼는 한국의 온라인 유료 공연에 소비자들의 반응이 어떨지는 미지수다. NT라이브나 MET라이브 같은 해외의 공연 영상에 익숙한 기존의 공연 관객에게도, 또 공연을 보지 않던 사람들에게도, 만족스러운 관람 경험이 되었으면 좋겠다. 온라인 공연 유료화가 순조롭게 진행되어 위기에 빠진 공연계에 새로운 활로가 되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