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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의원님 식당'에서 몰아 쓴 1,300만 원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

[마부작침] '의원님 식당'에서 몰아 쓴 1,300만 원
1991년 3월, 5.16 군사정변 이후 중단됐던 지방선거가 31년 만에 부활했다. 전국 시군구에서 4,304명의 기초의원을 선출했다. 그리고 다시 30년이 흘렀다. 2018년 선거에서 뽑힌 226개 기초의회 의원 2,927명이 의정활동을 펴고 있다. 8기 지방의회는 이제 전반기를 마감하고 후반기 2년에 돌입했다. 반환점을 돈 기초의회의 지난 2년은 어떠했을까.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몇 가지 데이터에 기반해 지방의회의 전반기를 결산해보기로 했다. 먼저 기초의회 의장단의 지난 2년 업무추진비 사용 내역 19만 건을 전수 분석했다. 취지에 맞게 제대로 썼는지 살펴봤다. 시민 세금이 혹여나 분별 없이 사용되는 건 아닌지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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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전수분석 ①
● '간담회 맛집' 사장님은 동료 의원

2018년 7월 출범한 8대 강북구의회. 전반기 의장단 5명은 지난 5월까지 약 2년 간 업무추진비로 1억 8,600만 원을 썼다. 이백균 의장이 7,822만 원(730건), 유인애 부의장 3,982만 원(669건), 허광행 복지건설위원장 2,426만 원(216건), 서승목 행정보건위원장 2,229만 원(268건), 최치효 운영위원장 2,140만 원(266건)을 사용했다. 주요 사용내역은 '유관단체나 기관과 간담회', '업무 협조나 협의' 등이었고 사용장소는 식당이 대부분이었다.
털어봤다! 동네의회 - 업무추진비 편 ①
2020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전수분석 ①
의장단이 가장 많이 찾았던 식당은 어디였을까. 오리고기를 주로 파는 식당인 '고향산천'이었다. 2년 간 59차례 방문해 1,323만 원을 결제했다. 전체 업무추진비 사용금액의 7.1%였다. 그다음으로 많이 찾은 곳은 갈비탕을 주로 파는 '지우정'인데 39차례 방문, 645만 원을 사용했다. 의장단이 1위 식당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가 2위 식당의 2배가 넘었다.

왜 이렇게 이 식당에 많이 갔을까. 강북구에서 손꼽히는 맛집이었거나 간담회에 적합한 공간이었을 가능성이 있다. 혹은, 식당 사장과 의장단이 특수 관계였을 수도 있다. 공교롭게도 1위 식당의 사장은 허광행 의원, 전반기 복지건설위원장으로 의장단의 일원이었다. 의장단에게만 책정된 업무추진비 중 1,300여만 원을, 의장단 소속 의원이 사장인 식당에서 가장 많이 사용한 것이다.

1위 식당에서도 이백균 전반기 의장이 576만 원(23건), 가장 많이 썼다. 다음은 서승목 위원장 541만 원(27건), 최치효 위원장 206만 원(9건) 순이었다. 허광행 위원장과 유인애 부의장은 사용 내역이 없었다.(전반기 의장단 5명 중 4명이 같은 당 소속, 유인애 부의장만 당이 달랐다.)

왜 이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많이 썼냐고 묻자 이백균 의원은 "장소가 넓고 맛도 괜찮아서 이용했다"라고 답했다. 정말 그 이유뿐이었냐고 재차 묻자 "우리 의원이 거기 대표로 있어서 그런 경향도 있지 않았나 싶다"라고 말했다. 이 의원은 "다른 위원장들이 이용했는지는 몰랐다"며 "아는 집이니까 거기만 많이 이용하게 된 것 같이 보인다"라고 덧붙였다.

허광행 의원은 "가게가 대로변에 있어 위치가 좋고 싸고 맛있고 하니까 주민들이 많이 오신다"면서 "의장단이 저한테 말하고 오는 게 아니라 알지도 못했고 오지 말라고 그럴 수 없는 거 아니냐"라고 답했다. 허 의원은 "제가 영업 행위를 했다면 도의적으로 문제일 수 있지만 그러지 않았다"며 "저는 제 가게에서 업무추진비를 쓴 적도 없다"라고 강조했다.

의원 가족이나 친지 식당에서 사용한 사례도 있다. 대전 중구의회 전반기 의장단은 지역 내 '신나라포차'에서 업무추진비 157만 원(9건)을 썼는데 이 식당은 전반기 부의장이었던 김연수 의원 부인이 운영한다. 의장단은 역시 대전에 있는 '별미정'에서는 942만 원(66건)을 썼는데 이 식당 사장은 전반기 예산결산특별위원장 김옥향 의원의 지인이다. 김 의원은 "식당 사장은 함께 어머니회를 해서 친해졌고 마침 식당을 한다고 해서 의장단에 소개한 것뿐"이라고 말했다.

※[마부작침]은 8월 4일 기사에 "김연수 의원은 자기 부인 식당에서 42만 원(3건)을 결제했다. 김 의원은 후반기에 의장이 됐다."라고 썼습니다. 이 부분이 사실이 다르다는 대전 중구의회 지적에 확인해보니 전반기 부의장인 김 의원이 아니라 전반기 의장인 서명석 의원이 사용했던 내역이었습니다. 김 의원은 전반기 부의장을 지내고 후반기 의장으로 선출됐습니다. 8월 10일 오후 2시 30분에 기사의 잘못된 부분을 삭제했습니다. 김연수 의원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 업무추진비 사용액으로 본 전국 상위 '맛집'은?

전국 226개 기초의회 의장단의 '최애' 식당은 어디일까. 정답은 '음식점'이다. 부실 기재였는지 혹은 고의 누락인지 알 수 없으나 사용장소를 '음식점'이라고만 표시한 곳의 사용액이 최다로 9,045만 원(464건)이었다. 모두 전북 고창군의회 의장단이 사용한 곳이라 고창 음식점들이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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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체가 확인된 의장단 '최애' 식당은, 서울 노원구에 있는 '참한우본가'였다. 노원구의회 의장단은 이 식당을 2년 간 123차례 방문해 3,322만 원을 사용했다. 내역은 모두 간담회였다. 전반기 의장인 이경철 의원이 절반 정도인 64건, 1,788만 원을 썼다. 다음으로 업무추진비 사용금액이 많은 단일 식당은 역시 한우고기 식당인 전남 화순군의 '동복한우', 1,981만 원(96건)이었고 전북 장수군의 '장수한우프라자'가 1,909만 원(79건)으로 뒤를 이었다. 한우식당이 상위권을 차지했다.

이들 식당은 해당 지역에서 대체로 잘 알려진 맛집이다. 의장단과는 어떤 관계일까. 위에 언급했던 식당들처럼 의원이나 친인척이 식당과 연관 있는지는 확인할 수 없었다. 이경철 의원은 "몰아서 쓴 게 아니라 내 지역구 맛집, 단골집이고 고기를 좋아해서 많이 썼을 거다"라면서 "2년 합치면 많아 보이지만 월 단위로 따지면 한 달에 두세 번 간 것"이라고 해명했다. 해당 식당에서 사용한 업무추진비 1,788만 원을 이 의원 해명대로 계산해보면 한 달에 두세 번씩 방문해 한 번에 평균 28만 원 정도 사용한 셈이다.

● 업무추진비 공익감사 청구…감사원 판단은?

업무추진비를 특정 식당에서 몰아 쓴 것 아니냐는 [마부작침]의 질의에 해당 의원들은 하나 같이 "법적 한도를 넘어서지 않았다", "불법이 아니다", "단골집, 맛집이라서 많이 간 것이다"라고 답했다. 그들 답변대로다. 업무추진비를 특정 업체에 집중해서 쓰는 것을 막는 규정은 없다. 자신의 식당이나, 동료 의원의 식당에서 써도 문제 없다. 감사원도 문제 삼지 않았다.

2018년 5월, '투명 사회를 위한 정보공개센터'는 서울 지역 25개 기초의회 의장단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을 입수 분석, 사적 용도나 의원 가족 식당에서 사용하는 등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이어 그해 8월, 감사원에 공익 감사를 청구했고 감사 결과는 2019년 3월 발표됐다. 감사원은, 당시 용산구의회 의장이 개인 치료 목적의 약을 업무추진비로 구입한 건 목적과 다른 집행이라며 87만 원을 회수하도록 했다. 하지만 의장단이 동료 의원이나 가족 등의 식당에서 업무추진비를 쓰거나 휴일이나 심야 사용, 50만 원 미만 '끊어 쓰기', 해외 연수 중 국내 결제 등은 현재 이를 제한하는 규정이 없고 의정활동의 목적으로 집행된 것으로 보인다며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이 제한 규정이 없는 문제는 3편에서 상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정보공개센터는 이에 대해 "관련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황에서 집행내역 하나하나를 세세하게 따져 문제 삼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감사원이 왜 문제가 아닌지 설명 없이, '확인해보니 문제가 없었다'는 식으로 일관해 되려 지방의회의 허술한 집행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 될까 걱정"이라고 밝혔다. 센터는 "업무추진비 집행이 의원과 이해관계가 있는 특정 업체에 몰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 개선이 꼭 수반돼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 2년 간 업무추진비 276억 원 사용…92.9%는 식비

이제는 전체 상황을 정리해보자. [마부작침]이 전국 226개 기초의회에 정보공개청구해 입수한, 최근 2년 간 의장단의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은 19만 3,291건, 총 사용금액은 276억 45만 원이었다. 한 개 의회가 평균 1억 2,213만 원 정도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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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용금액이 가장 많았던 곳은 전북 전주시의회다. 2년 간 의장단 7명이 2억 9,422만 원을 썼다. 경남 창원시의회 2억 8,648만 원, 경기 수원시의회 2억 8,345만 원, 경기 성남시의회 2억 7,744만 원, 충북 청주시의회 2억 7,411만 원 순으로 많았다. 사용금액이 가장 적던 곳은 경북 청송군의회로, 의장단 2명이 2,821만 원을 썼다. 강원 동해시의회 3,212만 원, 부산 기장군의회 3,363만 원, 부산 동구의회 3,511만 원, 강원 횡성군의회 3,884만 원 순으로 적었다.

이들 시군의 인구는 전주 65만 명, 창원 104만 명, 수원 119만 명, 성남 94만 명, 청주 84만 명이었고, 청송은 2만 5천 명, 동해 9만 명, 기장 17만 명 등이었다.(2020년 6월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기준) 대체로 인구가 많을수록 업무추진비 사용도 많은 편이었으나 들쭉날쭉이었다.

최다 금액을 쓴 의장/위원장을 살펴보니 강원 삼척시 전반기 이정훈 의장이 1위였다. 1억 447만 원(230건)을 사용했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의회 의장이었던 이관수 의원으로 9,688만 원(523건)을, 창원시의회 전반기 의장 이찬호 의원이 9,552만 원(523건)을 썼다.

업무추진비의 92.9%는 식비로 사용된 것으로 추정된다.(전체 업무추진비 사용내역에서 회비, 기념품, 선물, 화환 등 식비와 관련 없는 내역 제외한 나머지.) 간담회, 업무 협의, 유대관계 확대 등의 명목으로 식당에서 결제했다.

● 알아서 정하는 업무추진비…"어떤 용도로 썼는지 상세 기록해야"

시군구마다, 의장/위원장마다 차이가 큰 이유는 뭘까. 편성 기준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각 의회는 의장단이 얼마를 업무추진비로 쓸 지 자율적으로, 알아서 정한다. 꼭 필요한지, 필요하다면 1년에 어느 정도가 적정한지, 의정활동에 어떻게 보탬이 되는지 면밀히 따져보거나 하다 못해 각 지자체의 재정 자립도, 의원당 인구 수 등을 고려하지도 않고 있다.

행정·입법부 예산 감시를 전문으로 하는 시민단체 '세금도둑 잡아라'의 이상석 사무총장은 "업무추진비 대부분이 밥 먹고 술 먹는 돈인데 왜 필요한지 근본적인 질문을 하고 싶다"라며 "정말 필요하다면 공적인 업무에 썼는지 단 1원이라도 영수증을 제출하고, 어떤 용도로 사용했는지 상세하게 기록해야 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취재: 심영구, 배여운, 정혜경, 배정훈 디자인: 안준석 인턴: 김지연, 이기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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