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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성폭행 부수적 사항 기억 못 해도 무죄 근거 안 돼"

대법 "성폭행 부수적 사항 기억 못 해도 무죄 근거 안 돼"
피해자 진술이 일관되지 않다는 이유로 성폭행 혐의에 무죄를 선고한 판결이 대법원에서 뒤집혔습니다.

피해자 진술에 일부 모순되는 점이 있더라도 부수적이라면 전체 진술의 신빙성을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취집니다.

대법원 1부(주심 박정화 대법관)는 강간·감금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남성 A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로 선고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밝혔습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A씨는 지난 2017년 소개팅 앱을 통해 여성 B씨를 만났습니다.

이들은 전화와 온라인 메신저로 서로 연락했고 두차례 직접 만나기도 했습니다.

사건은 바닷가에서 있었던 세 번째 만남에서 벌어졌습니다.

A씨는 차 안에서 B씨에게 "왜 연락을 받지 않느냐"고 추궁한 뒤 휴대전화를 빼앗아 살피고 욕설을 했습니다.

이튿날 새벽에는 모텔에 도착해 B씨의 외도를 의심하며 욕설을 하다 수차례 성폭행하고 휴대폰도 빼앗았습니다.

위협을 느낀 B씨는 A씨와 함께 점심을 먹게 된 식당에서 다른 전화로 경찰에 신고했습니다.

1심은 B씨의 진술이 직접 경험하지 않고서는 알기 어려운 구체적인 내용까지 포함하고 있다며 A씨에게 징역 3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2심은 B씨의 피해 진술에 일관성이 없다는 이유로 A씨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사건 당시 모텔 화장실 문이 잠기지 않는 유리문이라고 B씨가 진술했지만, 경찰이 제출한 현장 사진에는 잠금장치가 있는 나무문이었다는 점을 지적했습니다.

A씨가 7∼8시간 사이 여러 차례 성폭행했다는 진술도 납득하기 어렵다며 인정하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에 대해 '이상한 점을 느끼지 못했다'는 모텔 업주의 진술, B씨가 식당 손님에게 구조를 요청하지 않은 점도 피해 진술을 배척하는 근거가 됐습니다.

재판부는 "A씨가 B씨의 반항을 억압할 정도의 폭행·협박을 행사해 피해자를 간음했다는 사실이 합리적 의심의 여지 없이 증명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판결을 다시 뒤집었습니다.

재판부는 원심의 무죄 판단 근거를 되짚으며 "공소사실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부수적 사항에 불과하다"고 반박했습니다.

이어 "피해자가 상당한 시간 두려움을 느끼는 상태에 있었던 점에 비춰 구체적인 상황에 대해 세밀하게 기억하지 못할 가능성을 감안해야 한다"며 공소사실을 대부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원심이 증거의 증명력을 판단하면서 성폭행 피해자가 처한 특수한 사정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은 것이 아닌지 심히 의심이 든다"고 지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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