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책임 없지만 합의하자" 이천 참사 유가족에 황당 제안

<박재현 기자>

여기는 이천 물류센터 화재 참사 현장입니다. 

노동자 38명이 사망한 지 이제 두 달이 다 돼 갑니다. 

지난주 토요일에 우여곡절 끝에 합동 영결식이 열렸고 유족과 시공사가 합의했다는 이야기도 들려왔습니다. 

모든 게 마무리된 것처럼 보이지만 아직 해결되지 않은 게 있습니다. 

한익스프레스 관계자가 사법처리 대상에 포함됐지만 여전히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겁니다. 

한익스프레스 측은 유족과의 배상 협의 과정에서 황당한 제안을 하기도 했다는데 어떤 내용인지 취재했습니다. 

5월 말과 6월 초 유족들은 두 차례 한익스프레스 측과 만났습니다. 

[김건/이천 화재 참사 유족 대표 : 만나줄 용의는 있으나 서로 돈 얘기 안 했으면 좋겠다. 본인들의 생각은 일단 수사 결과 나올 때까지는 자기들 책임이 없기 때문에….]

어렵게 만난 자리였지만 사과는 없었습니다.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유족과 대화 녹취) : 저희가 검토를 해봤어요. 여러 경로를 조사해봤거든요. 그랬더니, 발주처가 책임을 진 적이 한 번도 없어요.]

합의금 논의는 변호사끼리 얘기할 문제라며 발을 뺍니다.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 저희가 합의금 산정의 대상이 아닙니다. 맞상대가 아니에요. 만약에 그걸 정식으로, 공식적인 이야기를 하자고 하면 그냥 선정하신 변호사하고 저희 변호사하고 이야기해야 하는 거고…]

하지만 경찰 수사 결과 발주처인 한익스프레스의 책임이 드러나고 유족이 시공사 등과 곧 합의할 것으로 보이자 한익스프레스 측은 회복 지원금 명목으로 몇천만 원을 낼 테니 합의서에 합의 당사자로 넣어달라고 유족 측에 요구합니다.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 수사받는 애들이 너무 힘들어하고… 이 계약서에 엎어서 저희가 형식적으로 얹어 드리려고 생각해서 말씀드린 거거든요. 그분들이 동의 되시면 그 계약서를 가지고 오시면… 협력사들에게는 양해를 구했거든요.]

참사 책임은 인정하지 않으면서 나중에 서로 문제 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합의서에 이름을 올리려 했다는 겁니다.

[김용준/유족 측 변호사 : '민형사상 청구권을 포기하겠다, 합의 대상하고' 그런 내용이 들어가 있는데, 얘기도 없던 한익스프레스가 거기에 자기들을 넣어서 민형사상 책임을 면하려고 했던 거죠.]

회사 임원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된 상황에서도 한익스프레스는 유족 측에 '참사에 책임이 없다는 게 사실'이고 심지어 자신들이 피해자라는 문자를 보내기도 했습니다.

회사 임원이 영장심사를 받기로 돼 있었던 지난 18일 무렵 한익스프레스 측은 "회복 지원금을 받아들이지 않으면 기나긴 법정소송으로 갈 수밖에 없다"는 내용의 통지문을 유족들에게 보냈습니다.

[한익스프레스 관계자 : (합의가) 드롭(결렬)이 되면 ○천만 원이 오는 게 아니라 그걸 소송 가서 받으시는 거지. 한익스프레스가 죄가 있다 치더라도 이걸 민형사상 소송으로 갖고 가도 저희들에게 개인적으로 받을 수 있는 돈이 얼마 안 돼요.]

제대로 된 사과도 받지 못한 유족은 한익스프레스의 지원금 제안을 일축하는 대신 소송을 택했습니다.

[박시영/화재 참사 유족 : 합의란 돈 문제가 아니라 책임을 통감하고 사죄하는 모습부터 시작한다고 생각합니다.]

한익스프레스 측은 SBS에 최종 수사 결과가 나오면 합당한 법적인 책임을 질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또 지금까지 유족과 시공사, 하청 업체 간의 합의를 물밑에서 지원해왔다며 도의적인 책임도 다하고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영상취재 : 최대웅, 영상편집 : 전민규)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스브스프리미엄

스브스프리미엄이란?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