혈세 투입한 대학등록금…정부, '환불 불가'로 가닥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해 대학생들에게 등록금을 돌려주는 데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모두 '불가' 입장을 내놓고 있습니다.

대학들이 올해 1학기에 수업을 제대로 진행하지 못한 책임을 지고 자발적으로 환불에 나서는 것은 환영하지만 이를 위해 국민이 낸 세금을 투입하는 것은 적절치 못하다는 겁니다.

정부에 따르면 정부 재정 지원을 통한 대학등록금 환급요청에 대해 청와대와 정부가 '불가' 의견으로 입장을 정리했습니다.

이는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3차 추경에 관련 예산을 반영해 등록금 일부를 환불해주자는 일각의 요구에 대해 현재로선 '어렵다'는 답변을 낸다는 의미입니다.

교육부도 18일 브리핑에서 "등록금 문제는 기본적으로 대학이 학생과 소통하면서 해결할 문제"라는 입장을 발표한 바 있습니다.

청와대 관계자도 "3차 추경을 통한 등록금 지원방안은 고려하지 않고 있다"고 17일 확인한 바 있습니다.

여당 내에선 아직 의견 통일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로, 추경 확대를 통한 등록금 지원 방안을 주장하는 의원들이 있으나 당 지도부가 난색을 표명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 때문에 결국 시간을 두고 간접 지원안으로 선회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옵니다.

정부의 직접 지원으로 대학 등록금 환불에 나서는 데 이처럼 부정적인 것은 기본적으로 정부가 국민으로부터 받은 세금을 대학생의 등록금을 반환하는데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느냐에 대한 문제 제깁니다.

정부의 한정된 예산을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대학이나 대학생에 직접 지급하는 것이 타당하냐는 지적도 있습니다.

이런 논리는 형편이 어려운 상당수 대학생이 이미 국가장학금을 받는 상황과도 연동됩니다.

정부는 195만 명에 달하는 대학생 중 48%가 국가장학금 지급 대상인 것으로 집계하고 있습니다.

정부는 다만 등록금 환불로 재원이 어려워진 대학을 간접적으로 지원하는 것은 가능하다는 입장입니다.

이와 관련 교육부는 현재 8천억원에 달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 예산을 활용하는 방식을, 기재부는 사학진흥기금 융자를 통해 지원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정부 내에선 교직원들이 급여 일부를 내놔 총 50억원의 재원을 조성한 계명대를 모범 사례로 꼽고 있습니다.

계명대는 이 재원으로 재학생 2만3천여명에 생활지원학업장려비 20만원씩을 지급하는 방식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대학생들은 코로나19로 학습권에 침해를 받은 만큼 등록금 일부를 환급받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