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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서울시 '재난생활비' - 코로나가 불러낸 정책 경쟁

[취재파일] 경기도 '재난기본소득'과 서울시 '재난생활비' - 코로나가 불러낸 정책 경쟁
● 코로나가 불러낸 지방자치

코로나19가 정책 논쟁의 장을 열었습니다. 여당과 청와대, 기재부는 재난지원금을 두고 소득 하위 70%만 지급할지, 전 국민 지급할지를 두고 한동안 설전이 오갔습니다. 재원 마련과 효과 등을 두고 결국 전 국민에 지급하는 것으로 일단락됐습니다.

선별적 지급으로 물꼬를 텄다가 결국 보편적 지급으로 확대되는 경우는 이번뿐만은 아닙니다.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은 당초 소득 하위 70%를 대상으로 했다가 주민투표 끝에 100%로 확대됐습니다. 2018년 아동수당을 도입할 때는 소득 하위 90%를 대상으로 지급키로 했다가, 선별 절차와 행정 비용 등 비효율 문제가 제기되자 1년만인 2019년부터 모든 아동을 대상으로 수당이 확대됐습니다.

코로나19는 정부의 정책 결정뿐 아니라 지역에서도 복지 논쟁을 낳았습니다. 재난지원금을 지방자치단체별로 추가로 주는 금액과 선별 방식이 서로 달랐기 때문입니다. 각 지방자치단체장들은 재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정책 경쟁을 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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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경기도지사 (사진=경기도 제공, 연합뉴스)
● 경기형 '재난기본소득'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코로나19 국면에서 발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성남시장 시절부터 청년수당을 도입한 바 있는 이재명 지사는 '재난기본소득'을 선제적으로 들고나왔습니다. 영화 '기생충'에 출연한 조여정 배우를 앞세워 기본소득 홍보에 열을 올렸습니다.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은 기본소득(Basic income)의 원래 개념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띄었습니다. 경기도민 모두에게 1인당 10만 원씩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소득에 대한 선별 없이 도민이면 보편적으로 지급됩니다. 또한 대부분의 복지제도에서 지원금이 가구당 지급되는 것과 달리 개인별로 지급됩니다. 가구당 지급될 경우 실제로는 혼자 살지만 부모에게 거주지가 등록된 청년, 탈가정 청소년, 장애인 등에게 지원금이 제대로 배분되지 않는다는 문제 의식에서 기본소득은 1인당으로 지급됩니다.

또 기본소득의 경우 선별을 위해 기준을 산정하고, 신청자를 심사해서 거르는 시간과 비용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위기의 특성상 긴급성이 중요하기 때문에 기본소득이 더욱 적합한 대안으로 떠오른 측면도 있습니다.

박원순 서울시장 (사진=연합뉴스)
● 서울형 '재난긴급생활비'

경기도와 달리 서울시는 하위 70%에게 더 많은 돈을 주는 방식을 택했습니다.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1인 가구인 경기도민은 재난기본소득 10만 원에 정부 재난지원금 35만 원 합쳐 45만 원을 받게 됩니다. (광역자치단체와 별도로 시, 군에서 추가로 주는 별도 지원금을 제외한 금액) 정부 재난지원금 중 경기도는 13.9%를 분담해야 하는데 미리 경기도가 지급한 재난기본소득이 선지급으로 인정됐기 때문입니다.

반면 소득 하위 70%에 속하는 1인 가구 서울시민은 시에서 주는 재난긴급생활비 30만 원에 정부 재난지원금 40만 원을 받습니다. 당초 서울시의 재난지원금 분담액이 30%까지 늘어날 예정이었지만 결과적으로 18.1% 수준으로 정해졌습니다.

경기도의 재난기본소득이 모두에게 똑같이 상대적으로 적은 금액을 평등하게 주는 방식이라면, 서울시 재난생활비는 빈곤한 사람에게 좀 더 많은 돈을 몰아주는 식입니다. 따라서 소득 상위 30%에 속하는 1인 가구가 받는 금액은 경기도민 45만 원가량, 서울시민 40만 원으로 비슷하지만, 하위 70%에 속하는 1인 가구는 경기도민 45만 원가량, 서울시민 70만 원으로 큰 차이가 납니다.

서울시 관계자는 "서울형 재난생활비의 경우 가구원 수에 따른 상대적 빈곤도 보정해주는 효과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통계청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1인 가구일수록 빈곤인구 분포가 높습니다. 1인 가구에 가난한 사람이 많고 4, 5인 가구로 갈수록 상대적으로 덜 빈곤하다는 통계인데요. 경기도처럼 개인당 지원금을 주는 경우 1인 가구 10만 원, 2인 가구 20만 원, 3인 가구 30만 원, 4인 가구 40만 원으로 일률적으로 늘어납니다. 반면 서울시는 1~2인 가구 30만 원, 3~4인 가구 40만 원, 5~6인 가구 50만 원으로 가구원 수가 늘어남에 따라 상승하는 지원금이 차감됩니다. 즉, 서울시 재난생활비 지급방식이 상대적으로 가난한 사람이 많은 1인 가구에게 더 많은 금액을 지원해줘 보다 형평성이 크다는 뜻입니다.

2011년 무상급식 논쟁에서 보편적 복지를 내세우며 정치를 시작한 박원순 서울시장이지만, 아이러니하게도 2020년의 코로나19 국면에서는 재난지원금의 선별적 지급을 내세웠습니다. 한정된 예산을 보다 더 필요한 이들에게 더 많이 나눠주는 게 옳다는 방향을 택한 겁니다.

[Q&A] '전 국민 재난지원금' 어떻게 받고 어떻게 쓰나?
기본소득이냐 사회보장이냐

기본소득은 몇 년간 일부 학계나 소수정당 등에서만 논의되는 비주류 의제였습니다. 코로나19가 불러온 갑작스럽고 심각한 경제 위기가 기본소득을 정책 논쟁의 장으로 불러냈습니다. 기본소득을 주장하는 이들은 완전고용이 불가능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기본소득이 새로운 종류의 복지제도로 자리매김할 것이라고 말합니다. 반면 사회적 약자에게 더 많은 혜택을 주는 기존의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해야 한다는 이들은 기본소득이 드는 예산에 비해 효과가 적고, 포퓰리즘에 가까운 정책이라 비판합니다. 코로나19 국면에서 나타난 기본소득 도입이냐, 사회보장 강화냐의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화두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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