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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 전과 판박이' 고성 산불, 피해 규모 차이는 왜?

'1년 전과 판박이' 고성 산불, 피해 규모 차이는 왜?
지난해 4월 강원 대형산불 이후 1년여 만에 또다시 강원 고성에서 대형산불이 났습니다.

지난 1일 오후 8시 4분쯤 고성군 토성면 도원리의 한 주택에서 시작된 산불은 지난해 고성 산불과 여러 측면에서 닮았습니다.

이번 산불은 어제 발생해 12시간 만에 주불이 진화됐고, 지난해 산불은 이번 산불 발생과 불과 4∼7㎞가량 떨어진 토성면 원암리의 한 도로변 전신주 고압전선이 끊어지면서 발생한 지 11시간 만에 큰 불길을 잡았습니다.

무엇보다 '양간지풍'(襄杆之風) 또는 '양강지풍'(襄江之風)을 타고 급속도로 확산하면서 피해를 키운 점은 매우 흡사합니다.

양간지풍은 봄철 양양과 고성(간성), 양강지풍은 양양과 강릉 사이에서 국지적으로 강하게 부는 바람으로, 봄철 대형산불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힙니다.

'남고북저'(南高北低) 형태의 기압 배치에서 강한 서풍 기류가 발생하고, 이 기류가 태백산맥을 넘으며 고온 건조해지면서 속도도 빨라져 '소형 태풍급' 위력을 갖습니다.

태풍급 강풍이 동쪽에서 서쪽으로 불면서 삽시간에 불길이 커졌습니다.

강원 고성 산불 (사진=연합뉴스)

아직 단정 짓기 어렵지만, 산불 원인으로 지난해처럼 '인재' 가능성이 거론됩니다.

산림당국은 이번 산불이 주택 화재에서 시작된 걸로 보고 있습니다.

경찰의 현장 합동 감식과 수사가 있어야 하지만, 불씨 취급 부주의 가능성도 제기됩니다.

지난해 고성산불도 한전의 전선 자체의 노후, 부실시공, 부실 관리 등의 복합적인 하자로 인해 전선이 끊어지면서 산불이 발생한 것으로 경찰 수사 결과 드러났습니다.

하지만 올해와 지난해 산불은 피해 규모 측면에서는 아주 큰 차이를 보입니다.

이번 고성산불의 피해는 정밀 조사가 마무리되면 더 늘어나겠지만, 현재까지 주택 등 6동과 산림 85㏊가 불에 탄 것으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하지만 지난해 고성·속초산불 피해는 2명이 숨지고 584가구 1천366명의 이재민이 발생했습니다.

1천267㏊의 산림이 잿더미가 되는 등 재산 피해액은 752억 원에 달했습니다.

결국 올해와 지난해 산불의 피해 규모를 가른 것은 화마가 휩쓸고 간 방향에 민가가 있느냐, 없느냐였습니다.

올해 산불 발화 지점인 도원리는 지난해 산불 발화지인 피해 규모 원암리에서 4∼7㎞가량 북쪽에 있습니다.

이번 산불이 지나간 곳은 대부분 산림이어서 대피 인원은 2천여 명에 달했지만, 민가 피해가 상대적으로 적었습니다.

강원 고성군 토성면 산불 주불이 진화된 2일 오전 화재 현장의 산림이 검게 타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지난해 화마가 휩쓸고 간 곳은 대형콘도와 연수원, 민가가 많아 피해가 그만큼 컸습니다.

특히 지난해 산불은 고성·속초뿐만 아니라 인제, 강릉과 동해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는 바람에 진화력이 분산돼 피해를 최소화하는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이번 산불은 한 곳에서 발생해 전국의 진화 헬기 38대가 동시에 공중 진화를 해 그나마 피해를 줄일 수 있었습니다.

또 이번 산불은 지난해 산불보다 한달 정도 늦게 발생해서 초목류가 상대적으로 많이 자랐고 활엽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수목 분포도 피해 최소화에 도움이 됐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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