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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우리 부부가 '더 행복하게' 사는 비결은요

파파제스 | 사랑하는 아내와 함께 예쁜 딸을 키우는 아빠, 육아 유튜버

거실을 정리하던 중 우연히 책장에서 아내와 연애할 때 쓰던 커플 다이어리를 발견했다. 그 노트는 올해로 결혼 3년 차인 우리 부부가 연애할 때 주고받던 커플 다이어리였다. 그런데 이 다이어리엔 특별한 점이 하나 있다. 일상의 이야기들을 담는 커플 다이어리가 아닌 서운함을 토로하는 '서운 노트'라는 점이다.

# 연애시절

아내가 여자친구이던 시절, 보고픈 마음이 가득했던 날이 있었다. 그녀의 퇴근 시간에 맞춰 회사 앞으로 찾아가 깜짝 놀래주려 했는데, 아무리 기다려도 나오지 않았다. 결국엔 만남을 포기하고 여자친구에게 연락을 했더니 "나 반차 내고 친구 만나러 가는 길인데?"라는 답이 돌아왔다. 그 순간 벙쪘다. 나는 그녀가 반차를 내는지도 몰랐고 친구를 만난다는 사실도 그제야 알게 됐었다. "알겠어" 짤막하게 대답은 했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서운한 마음이 가시지를 않았다.

"오후에 반차를 낸다고 미리 알려줄 수도 있었고, 친구까지 만나기로 했으면 연락 하나쯤 남겨 줄 수 있는 거 아니야?" 

서운한 감정이 울컥 올라와 마음이 썩 좋지 않았다. 당장 전화해서 나의 서운한 마음을 전할까도 싶었지만, 친구를 만나러 간다는데 휴대폰을 붙잡고 있게 할 수는 없었다. "그래, 미리 스케줄을 묻지도 않고 찾아간 내 탓이지 뭐" 허탈한 마음을 안고 발걸음을 돌려 집으로 가는데 문구점이 눈에 들어왔다. 서운한 마음을 편지로 적어 전해줄까 하다가, 똑같은 디자인의 노트 두 권을 사서 나왔다. 그렇게 탄생한 게 '서운 노트'였다.

다음 만남에서 나는 그 날의 감정을 적은 노트를 전해주었고, 여자친구는 마치 편지를 받은듯 기뻐하며 나의 마음까지도 따뜻하게 풀어주었다. 그 뒤로도 우리 커플은 대화를 할 수 없는 시간이었거나 말로 하기에는 민망한 마음들을 '서운 노트'에 털어놓으며 많은 갈등을 유연하게 풀어나갈 수 있었다. 덕분인지 우리는 사귀는 동안 큰 싸움 한 번 없이 결혼까지 했다.


한 자 한 자 꾹꾹 눌러 담은 우리의 여러 마음들.

# 그리고 결혼

그런데 진짜 문제는 결혼 후였다. 온종일 한 공간에서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 부딪힐 일이 많아졌고, 각자의 사회생활은 물론 집안일까지 더해져 마주 앉아 대화할 시간이 부족했다. 연애할 때처럼 '서운 노트'에 글을 쓸 시간이 주어지는 것도 아니었으니, 그때그때 풀지 못한 오해가 나날이 쌓여만 갔다. 그러던 중 설거지 때문에 갈등이 크게 빚어졌다. 썼던 컵을 싱크대에 두지 않고 식탁 위에 뒀다는 이유 하나로 아주 오랫동안 냉전 모드가 이어졌다. 그동안 쌓인 응어리가 너무 커졌던 탓이었다.

연애할 때는 늘 붙어 있지 못해서 생겼던 문제들이 이제는 너무 붙어있어서 생겨났다. 다시 '서운 노트'가 떠올랐다. 이제는 글이 아닌 대화가 필요한 시점이었다. 그래서 아내와 나는 한 달에 한 번, 날을 정해서 그동안 서운했던 것을 말하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서운 노트'에 이은 '서운 데이'의 시작이었다.

'서운 데이'의 운영 방식은 간단하다. 한 달의 마지막 날, 얼굴을 마주 보고 앉아 각자 서운했던 것들을 번갈아가면서 얘기하면 된다. 여기서 포인트는 상대가 이야기하는 순서에는 말을 끝까지 들어줘야 하며 말이 끝났을 때는 다른 변명이나 방어 없이 "그랬어? 그게 서운했구나. 내가 미안해." 하고 토닥여주는 것이다. 무조건적으로 포용하고 공감해주는 것이 원칙이다. 그렇게 인정과 사과를 건넨 이후에야 나의 생각을 말할 수 있다. 보통 같으면 당장 자기 방어가 튀어나오기 마련인데 이때만큼은 서로가 받고 싶었던 위로를 충분히 해준다.

'서운 데이' 때 나오는 이야기들은 차마 입 밖으로 꺼내기 어려운 것도 있지만 정말 사소한 것들이 대부분이다. 작게는 변기 뚜껑을 열고 닫는 일에서부터 양말을 뒤집는 것, 신발 정리까지, 말을 하지 않으면 전혀 짐작할 수 없는 부분에서도 작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었던 것이다. 상대가 서운했던 이유를 듣고 있으면 가끔은 너무 생각지도 못한 것들이라 전혀 공감하지 못할 때도 있는데, 나 역시도 상대에게 서운함을 느꼈던 부분이 정작 그 사람에겐 전혀 의도성이 없었다는 걸 알게 되었다.

직접 말하지 않으면 평생 몰랐을 것들에 대해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서로에 대한 이해가 점점 깊어졌다. 물론 나왔던 얘기들이 다 고쳐지는 것은 아니다. '서운 데이'마다 아내에게 부탁했던 것이 있는데 좀처럼 변하지 않아 실망하려던 찰나, 나조차도 아내가 부탁했던 것을 고치지 않고 몇 번이나 되풀이했던 적이 있어서 "변화가 이렇게 힘든 거구나"하고 깨닫는 중이다.

그래서 우리는 상대의 행동을
'바꾸기'보다 '이해'하는데 더 큰 비중을 두고 있다.


아내와 나, 이렇게 서로에 대한 이해가 깊어져갑니다.

# 서운함을 잘 푸는 것, 잘 사랑하는 것

사람 관계에서 서운한 마음이 드는 것 자체를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게 사랑하는 관계일수록 더욱 그렇다. 사랑하는 사람에게 더 기대하고 그 사람의 작은 행동 하나에도 상처 받기 쉬운 게 사랑이기에 연인 간에 생기는 서운함은 자연스러운 감정이다.

그러나 이것을 어떻게 푸느냐에 따라 관계의 결과는 판이하게 달라진다. 제때 풀지 못해 감정이 쌓이고 그 쌓인 감정의 벽을 넘지 못해 이별로 끝난 것이 나의 이전의 연애들이었던 반면 지금의 아내와는 연애 초반 때부터 서운한 마음을 어떻게 풀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다. 그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도 변함없는 사랑의 관계를 지속할 수 있었다.

나는 사랑을 말하는 것만큼이나 서운한 감정을 잘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나의 감정을 상대에게 잘 설명하고 상대의 마음을 잘 이해하는 것, 간단하지만 매우 어려운 일이다.

우리는 상대의 마음에 얼마나 귀 기울이고 있을까? 
당신을 이해하고 나를 이해받을 수 있는 시간, 나는 그 시간이 기다려진다.

#인-잇 #인잇 #파파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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