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SBS 뉴스 상단 메뉴

[인-잇] 틱톡의 문법

Max | 뭐라도 써야지. 방송사 짬밥 좀 먹은 저널리스트, 프로듀서.

나는 20년 넘게 방송(뉴스와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나름 꼰대로 불릴만한 경력을 갖고 있다. 그중 5년여는 뉴미디어 분야에서 비디오머그 같은 디지털 영상 콘텐츠도 만들었다. 글이 아닌 영상에도 문법이란 게 있고 방송 프로그램이란 뉴스든 다큐든 드라마든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법칙 또는 규칙이 있다고 생각한다. 문법이란 말 자체가 법을 가리키는 것이고 법은 기본적으로 지키자고 있는 것일 터이다.

그런데 방송 뉴스나 영상 콘텐츠를 보면서 안타까울 때가 있다. 기본적인 방송(뉴스)의 문법, 영상의 문법 같은 '장르의 법칙'에 무신경한 화면이 나갈 때가 그렇다. 방송기자라도 방점은 기자에 찍히다 보니 아무래도 영상에는 상대적으로 신경을 덜 쓸 수밖에 없을 거라 이해는 하면서도 기본적인 장르의 법칙이 전수는 되고 있는지 궁금하고 에디터십과 데스킹은 왜 발휘되지 않는지 -그건 텍스트뿐 아니라 영상편집, 그래픽, 출연자의 의상이나 스탠드 업 배경 같은 아주 사소한 것에 이르기까지다- 아쉬울 때가 많다.

그런데 한참 경력 차이가 나는 젊은 후배들이 틱톡으로 뉴스 라이브를 하는 걸 보면서 다른 방향으로 생각이 가지를 쳤다. 90년대생 디지털 네이티브로서 그들은 1020세대의 영상 문법이랄까 소통 문법이랄까 하는 것을 '체득'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것은 단순히 프리젠테이션의 자연스러움을 넘어 표정, 작은 몸짓, 소품 하나하나가 그러하였다. (이 고어투, 정말 올드하다.)

태어날 때부터 디지털 기기에 익숙한 90년대생(Z세대), 그들의 소통법.

뤼미에르 형제가 백여 년 전 파리에서 영화의 시초쯤 되는 '열차의 도착'을 상영했을 때 관객들이 스크린에서 플랫폼에 들어오는 기차를 실제 상황으로 착각하면서 난리가 났다고 한다. 인류가 동영상의 문법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이었을 거다. 미국의 D.W. 그리피스가 '국가의 탄생'(1914) 등을 통해 할리우드 고전영화의 문법을 정초하고, 러시아의 세르게이 에이젠슈타인이 몽타주 이론을 제창하며 유명한 오데사의 계단 장면을 연출한 '전함 포템킨'(1925)을 보면서 현대인들은 그들이 개발한 영상 문법에 적응하고 진화해왔다. 연극과 달리 시간적 제약을 순식간에 뛰어넘는 교차편집도 우리의 눈과 뇌가 적응하기 전까지는 매우 이해하기 어려운 장면이었을 것이다.

인류가 동영상의 문법을 처음 맞닥뜨린 순간. / 뤼미에르의 첫 영화 <열차의 도착><button class= 이미지 확대하기
중 한 장면." data-captionyn="Y" id="i201423553" src="https://static.sbsdlab.co.kr/image/thumb_default.png" class="lazy" data-src="//img.sbs.co.kr/newimg/news/20200421/201423553_1280.jpg" style="display:block; margin:20px auto">
틱톡 라이브 뉴스를 보면서, 내가 지금 알고 있는 영상 문법도 영원불변한 것은 아니겠구나 하고 생각해본다. -실제로 요즘 방송에서 나오는 인터뷰 씬을 보면 과거에는 금기시되던 '이미지라인'(Imaginary Line)을 넘나드는 것이 어느덧 자연스런 영상 문법이 된 것 같다. 물론 몰라서 그렇게 하는 경우도 있는 것 같지만- 새로운 문법과 장르의 법칙으로 자신도 알게 모르게 무장한 후배들에게 배우고 싶다. 요즘 유행하는 역멘토링을 받아야겠다. 내가 가진 올드하고 클래식한 문법과 법칙에 대해서도 공유하고 의견을 나눠보고 싶다. 그리고 새로운 (영상)뉴스의 문법도 그들이 창발해주길 희망한다. 그렇게 같이 성장하고 인간에 대한 이해를 넓히고 싶다.

엄청난 비용을 들여야 영상콘텐츠를 만들던 시대가 가고 있다. 저비용의 적정 기술이 만개한 영상의 시대가 오면서 영상 문법도 바뀌고 갱신되고 있다. 그것은 이제 텍스트 내러티브에도 영향을 미칠지 모른다.

우리가 그랫듯이 젊은 세대는 이를 체득해나갈 것이다.

#인-잇 #인잇 #Max

# Max의 또 다른 '인-잇', 지금 만나보세요.

[인-잇] 우리는 36년 뒤에도 정은경을 볼 수 있을까
[인-잇] 어딘가 있을 '또 다른 봉준호', 결국은 안목이다
인잇 시즌 2 엔드
인잇 사람과 생각을 잇다
Copyright Ⓒ S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