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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선거철 반려동물 공약, 이번에는 지켜질까

이학범 | 수의사. 수의학 전문 신문 『데일리벳』 창간

4·15 총선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선거철이 다가왔음을 피부로 느끼게 된다. 왜냐하면 선거철만 되면 이런 연락을 받기 때문이다.

"XX당에서 반려동물 공약을 만드는 데 내가 참여하게 됐어. 좀 궁금한 게 있는데 통화 가능해?" , "OO당에서 동물병원 진료비 관련 공약을 세운다는데, 너의 도움이 필요해. 네 전화 번호 전달해줘도 될까?"

사실 정당에서 공약을 만들 때 나에게 물어봐 준다는 건 참 감사한 일이다. 그런데 선거철마다 이런 연락을 받으면서 점점 '또, 얼마나 현실성 없는 공약을 만들었을까? 선거 후에 과연 공약을 지키기는 할까?'라는 의문이 드는 게 사실이다.


반려동물 반려견 강아지 개 (사진=픽사베이)

수의사로서 데일리벳이라는 수의학전문 신문사를 2013년 4월 창간했다. 그리고 약 1년 뒤에 위와 같은 질문을 처음 받게 됐다. 2014년 지방선거를 앞두고 벌어진 일이었다. 당시 한 지방선거 출마 후보자 캠프에서 연락을 해왔다. 처음에 이런 연락을 받았을 때는 2가지 이유로 매우 기뻤다. 첫 번째는 정치권에서 동물 관련 정책에 관심을 두는 게 신기했다. 두 번째는 나에게 도움을 구한다는 게 개인적으로 뿌듯했다. 실제로 내가 제안한 정책이 후보자 공약에 일부 반영됐을 때는 신기하기도 했다. 물론 해당 후보가 선거에 지며 공약 실현 기회는 없어졌지만, 비슷한 공약을 내세웠던 다른 지역 당선자는 그 공약을 지키지 못했다.

참고로 박원순 서울시장도 2014년 지방선거 때, 당시 3개였던 서울 시내 반려견 놀이터 수를 2015년까지 5개로 늘리겠다고 약속했다. 2018년 지방선거에서는 "반려견 놀이터를 25개 자치구(자치구별로 1개씩 총 25개)로 확대 설치하겠다"며 공약을 강화하기도 했다. 그러나 2020년 3월 현재 서울시 직영 반려견 놀이터 수는 여전히 3개에 머물러 있다.

2016년에는 각 정당이 앞다투어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했다. 반려동물 보호자 인구가 1천만 명을 넘어섰다는 통계가 나오자, 반려동물 공약이 곧 득표율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분위기가 정치권 전역에 퍼진 것이다. 아예 '동물권 선거운동본부'를 발족시킨 정당도 있었고, 동물복지부 예비장관을 뽑겠다는 당도 있었다. 두 당 모두 "동물을 물건으로 취급하는 민법을 개정하겠다"는 공약을 공통적으로 내세웠지만, 지금까지도 우리나라에서 동물의 법적 지위는 여전히 '물건'에 머물러 있다.

2017년 대선에서도 각 후보는 반려동물 공약을 쏟아냈다. 문재인 대통령은 당시 서울 상암동 반려견 놀이터를 찾아 '반려동물이 행복한 대한민국'을 주제로 반려동물 5대 공약을 발표했는데, 이 중 3가지는 아직 지켜지지 않았고, 한 가지는 지자체가 담당하는 공약이며, 나머지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2018년 지방선거도 마찬가지였다. 각 정당은 물론, 주요 지방선거 출마자들이 모두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했으나 이뤄지지 않은 공약이 더 많았고, 지켜진 공약은 단순히 대부분 세금을 더 많이 투입해 사업을 확대하는 수준이었다.

그렇다면 실제로 반려동물 공약이 선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걸까? 개인적으로는 그럴 수 있다고 본다. 이미 2017년 반려동물 보호자가 1천만 명이 아닌 1천5백만 명에 이른다는 통계가 집계됐다. 또 한 시민단체가 2016년 총선을 앞두고 '동물권에 관심을 가진 국회의원이나 정당에 투표할 의향이 있는지' 조사한 설문에서 2,130명의 응답자 중 97.8%가 그렇게 하겠다고 응답하기도 했다. 지난 대선 당시 문재인 후보 캠프가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공약 제안을 받은 결과 반려동물 관련 공약 제안 숫자가 전체 2위를 차지했다는 일화도 있다(1위는 미세먼지 저감 대책).

상황이 이렇다 보니 이번 총선을 앞두고도 똑같은 일이 반복되고 있다. 미래통합당(자유한국당 시절)과 더불어민주당이 각각 1월과 3월에 반려동물 공약을 발표했고, 각 후보들도 여러 동물 공약들을 발표하고 있다.

정치권에서 반려동물에 관심을 가져주는 건 반길 일이다. 그만큼 반려동물을 우리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생각한다는 뜻일 테니까.

다만 제발 이번 선거 공약(公約)들은 
부디 공약(空約)이 되지 않고 제대로 지켜지길 바랄 뿐이다.


#인-잇 #인잇 #이학범 #동문동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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