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OC는 올림픽을 위해 존재하는 기관입니다. 또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부흥과 재건의 기폭제로 삼겠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습니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과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성향과 수십 조 원의 천문학적인 손실을 감안하면 도쿄올림픽을 전면 취소할 가능성은 거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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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국내외 스포츠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이 2가지 시나리오보다는 애매한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즉 감염자 수가 엄청나게 폭증하지도 않고 그렇다고 종식 단계도 아닌 상황이 예상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5월에 코로나19 사태가 '팬데믹'(세계적 대유행)으로 이어지지 않고 다소 소강상태가 되면 IOC나 일본 정부는 도쿄올림픽을 예정대로 치를 것이 거의 확실합니다.
이럴 경우 도쿄올림픽 참가 여부는 결국 각국 올림픽위원회(NOC)의 판단에 따라 결정될 것입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엄연히 있는데도 출전을 강행할 것인가, 아니면 선수들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출전을 포기할 것인가, 각국 올림픽위원회는 고민 끝에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만약 상당수 국가들이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도쿄올림픽에 불참한다면 근대 올림픽 역사상 처음으로 바이러스로 인한 '보이콧' 사례가 됩니다. 현재 코로나19에 대해 가장 걱정하는 나라는 호주입니다. 지난 2월 25일 <시드니 모닝헤럴드>에 따르면 호주 올림픽 의료팀의 데이비드 휴스 국장은 "우리 선수들을 일본으로 데려가는 게 안전하다는 확신이 필요하다"며 "차라리 출전하지 않는 게 의미 있는 도전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와 관련해 영국 <데일리메일>은 "수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치명적인 코로나19로 호주 선수들이 도쿄 올림픽에 출전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124년의 근대 올림픽 역사를 보면 주로 정치적 이유로 보이콧이 발생했습니다. 1976년 캐나다 몬트리올 하계올림픽 때는 당시 인종 차별 정책을 실시하고 있던 남아프리카 공화국과 친선 럭비 경기를 펼친 뉴질랜드의 올림픽 참가가 허용되자 아프리카 28개국이 불참을 선언했습니다.
바로 다음 대회인 1980년 모스크바 하계올림픽 때는 소련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한 것에 항의하기 위해 대한민국을 비롯해 미국, 캐나다, 서독, 일본 등 서방 진영 50개국 가까이가 불참했습니다. 또 중소국경분쟁으로 인해 중국(당시 중공)도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다음 대회인 1984년 미국 로스앤젤레스 올림픽 때는 반대로 소련을 비롯한 동독 등 동구 공산권이 모스크바 올림픽 불참에 대한 보복으로 보이콧했습니다. 이란과 리비아는 다른 이유로 참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루마니아는 바르샤바 조약 기구 가입 국가 중 유일하게 참가했고, 또 다른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당시 중공)도 출전을 결정했습니다. 1988년 서울올림픽 때는 대규모 보이콧은 없었지만 북한, 쿠바 등 7개국이 불참했습니다.
만약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호주 등 여러 국가들이 보이콧한다면 한국 선수단도 고민에 빠질 수밖에 없게 될 전망입니다. 올림픽을 위해 굵은 땀을 흘려온 선수들을 생각하면 당연히 출전해야 하지만 선수들의 건강도 염려되기 때문입니다.
도쿄올림픽에 불참할 경우 한국 선수들은 잃는 게 너무 많습니다. 병역 혜택과 체육연금, 각종 포상금을 모두 포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결국 한국 선수들과 IOC, 일본 정부의 고민을 한꺼번에 해결하는 유일한 길은 코로나19 가 5월까지는 거짓말처럼 완전히 사라지는 것뿐입니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