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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2020 국회 예산회의록 전수분석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2018년부터 국회의 예산안 심사를 분석해 왔다. 이번에도 여느 해처럼, 또는 더 소란스럽게, 혹은 더 외면받으면서 국회 심사를 거쳐 새해 예산이 확정됐다. [마부작침]은 국회 예산회의록 4,795페이지를 근거로 예산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분석했다. 그리고 질문을 던졌다. 의원님, 마지막 예산 심사 제대로 하셨습니까?

● 2020년도 예산안에 부족했던 네 가지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마부작침]이 골라 낸 국회 예산 심사의 문제점은 크게 네 가지다.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예산 심사에 주되게 고려해야 할 사항들이 누락됐다는 취지로 '불不-'을 붙였다. 문제가 중복된 사업도 있었지만 가장 주요한 폐해를 중심으로 분류했다.

● 지키지 않은 원칙: ① '불법' 예산

창업인프라 지원사업-지식산업센터 건립. 2020년 신규 사업지 7곳에 대한 예산이 편성됐다. 각 사업지에 우선 초기 설계비 10억 원씩을 배정하지만 이후 4년에 걸쳐 센터 건립비의 최대 70%까지 지원받을 수 있어 지자체 간 유치 경쟁이 뜨거웠다.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해당 상임위 예비심사에서 중소벤처기업부 측은 건립부지가 사전에 확보돼 있는지, 혹은 2020년 중에 확보 가능한지, 또 과거 동일한 지역에 지원한 실적이 있는지를 근거로 평가하겠다고 말했다. 그간 국회에서 지적해 왔던 점을 반영한 것이었다. 신규 신청한 곳 중 전북 전주에 대해 중기부는 "동일한 번지 바로 옆 동일한 건물에 추가로 센터를 건립한다는 계획"이라며 난색을 보였다. 중기부 예산 편성 지침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김기선 소위원장은 "중기부가 제시한 대로 결정하겠다"며 논의를 마무리했다.

이렇게 정리된 줄 알았던 전북 전주, 최종 예산에서 다른 지역을 제치고 신규 사업지 7곳에 포함됐다. 현장에 가보니 완공을 앞둔 지식산업센터와 몇 걸음 떨어지지 않은 곳이 새로 지을 센터 부지였다. 전주에만 이런 센터가 3곳, 앞으로 500억 원 가까운 국가균형 특별회계 예산이 투입된다. 지역구 의원은 민주평화당 정동영 의원이었다.

지자체 공무원은 "정 의원이 4+1 협의체 합의 국면에서 협상 카드로 해당 예산을 잘 관철시켜줬다"고 말했다. 정 의원은 균형 발전 예산의 취지에 어긋나는 것 아니냐고 취재진이 수 차례 질의했지만 답하지 않았다.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이번에도 관련 상임위 예비심사. 구리시 아천빗물펌프장 지원 예산에 대해 행정안전부 측은 "재해위험지구로 지정돼야 예산을 지원할 수 있다"면서 수용 곤란하다고 밝혔다. 홍익표 소위원장은 "정부 의견을 수용하겠다"고 정리했다. 그러나 상임위 결론과 달리 최종 예산에 빗물펌프장 예산 4억 원이 반영됐다.

정부가 곤란하다고 했던 이유는 간단했다. 법에 따라 재해위험 개선지구로 지정돼 있어야 예산 지원이 가능한데 근거가 없다는 것. 구리시는 2005년 재해위험지구에서 해제됐다. 해당 지자체 담당자는 "절차를 이행해야 쓸 수 있는 예산이라 지구 지정 절차를 밟기 위해 준비 중"이라고 말했다. 예산부터 받아 놓고 사전 절차를 뒤늦게 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은 더불어민주당 윤호중 의원이다. 이에 대해 윤 의원 측은 "예산 편성 과정에 부당한 외압을 행사한 적은 없다"고 해명했다.

2020년 국회발 신규사업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2조 725억 원 규모의 '소재부품장비 특별회계' 사업들도 마찬가지다. 국가재정법에 따라 특별회계로 예산을 편성하려면 근거 법령이 먼저 의결돼야 하지만 국회는 예산부터 통과시켰다. 예산부수법안인 '소재부품장비예산 특별법'이 국회 본 회의를 통과한 건 이로부터 17일 뒤인 지난해 12월 27일, 그 동안은 불법 예산이었던 셈이다.

이렇게 예산 편성 원칙과 관련 법령을 어기면서 편성된 '불법 사업'은 79개 사업, 4조 7,635억 원 규모로 집계됐다.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 법적 근거, 원칙 무시한 불법 사업 전체보기  http://bit.ly/2u5t42c

● 사업성 낮은데도 예산 편성... 왜? ② 불용 예산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경북 포항 영일만을 가로지르는 대로, 영일만 횡단대로 사업. 사업 적정성이 낮다는 조사 결과 때문에 편성이 어렵다고 국토교통부 측이 답하지만 김석기 의원은 "포항이 지진 피해 때문에 어려운 상황"이라며 재검토를 요구했다. 국토부 측은 재차 "국가재정법 사항이라 굉장히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고 그렇게 정리된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이 사업 역시 최종 예산에 포함됐다.  

[마부작침]이 2018년, 2019년 국회 예산심사에서 지적한 바 있는 '영일만 횡단대로' 사업은 2020년에도 설계비로 10억 원이 배정됐다. 2016년부터 5년 연속, 합계 70억 원이 배정됐으나 단 1원도 쓰지 못했다. 설계비를 집행하기 위한 전제인 본 사업을 기획재정부가 경제성이 떨어진다며 반대해 예산이 계속 묶여 있는 것이다. 실제로 2009년과 2011년 정부의 타당성 조사나 2017년 KDI의 사업성 재검토 결과 모두 경제성이 낮다고 나왔고 2019년 초 예비타당성 면제 대상 선정에서도 탈락했다. 그런데도 계속 예산을 편성하고 있는 것이다. 지역구 의원은 자유한국당 박명재 의원이다. 박 의원은 "지역 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 예산에 반영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마부작침]은 이처럼 사업성이 낮거나 예산을 줘도 사용할 가능성이 거의 없는데도 편성한 예산을 '불용 예산'으로 분류했다. 예산 편성이 근본적으로 국가 가계부를 꾸리는 작업인 만큼, 사업성 평가는 중요한 기준이 된다. '불용 사업'은 15개, 약 500억 원 규모였다.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 사업성 낮고 못 쓰는 불용 사업 전체보기  http://bit.ly/2S8TurK

● 의원님 예산은 '뭉텅이 프리패스', ③ 불심사 예산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도로병목지점 개선'이라는 이름의 사업. 18곳에 각각 10억 원씩 지원하는 게 확정됐다. 어느 구간인지, 왜 그 구간 사업에 예산이 필요한지 질문도, 답변도 없다. 상임위 예비심사, 예산결산특위 본 심사를 거치는 동안 '도로병목지점 개선'이 언급된 건 지난해 10월 28일 강훈식 의원이 질의한 단 한 번뿐이었다.

이처럼 국가하천 정비, 전통종교 문화유산보존 등 해마다 으레 편성하던 사업의 명분과 필요성만 심사하고 정작 그 예산을 받을 곳들은 어떤 기준으로 선정했는지 설명이 빠진 뭉텅이 심사 예산, [마부작침]은 이를 '불심사 예산'으로 분류했다. 이런 '불심사 예산'은 지역구 의원들의 '민원 예산'이 되기 쉽다. 2020년 예산에서는 48개, 463억 5,800만 원 규모로 분석됐다. 절반 이상이 국토교통위원회 소관 사업이었다.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 뭉텅이 처리한 불심사 사업 전체보기  http://bit.ly/3aZKw92

● 어디에도 흔적 없는 깜깜이 예산, ④ 불논의 예산

심사는 했다는 데 어디에도 논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 기록 전무 '깜깜이 예산', [마부작침]은 이를 '불논의 예산'이라고도 이름 붙였다. 각 상임위 예비심사, 예결위 본 심사에 이르기까지 회의록을 작성해 남기는 과정 어디에도 언급조차 없었다가 확정된 사업이다. 지역 민생을 위한 필수 예산인지, 정치적 거래 수단인지 가늠할 근거가 없는 이런 '불논의 예산'은 104개, 1,255억 원 규모로 분석됐다. 

국회 예산 심사의 투명성을 위한 장치인 예산회의록에 적잖은 규모의 사업들이 단 한 번도 거론되지 않았다면 국민들은 심사가 제대로 이뤄졌는지 의문을 해소할 방법이 없다.
(2월 1일 오전 9시 출고) [마부작침] ② 2020년 예산 심사에 부족했던 네 가지
☞ 논의 흔적 없는 불논의 사업 전체보기  http://bit.ly/2S3xONQ

'불법', '불용', '불심사', '불논의'. 2020년 예산 심사에도 부족했던 이 네 가지, 4불은, 이런 국회에 나라 살림의 감독을 맡긴 국민들의 '불안'으로 이어진다.
    
취재: 심영구, 정혜경  데이터 분석: 안혜민  디자인: 안준석, 김민아  인턴: 이승우, 이유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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