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재파일] 후쿠시마, '상수'가 된 불안 - ①
● 2호기 100m 앞까지 접근…선량은?
안전 장비(그린 장비)를 착용한 취재진은 고무장화를 신고 건물 밖으로 나가 대기하고 있던 버스에 올라탔습니다. 그대로 약 5분 정도 달려간 곳에서 지시에 따라 내리니 눈앞에 1, 2, 3, 4호기의 모습이 펼쳐졌습니다. 후쿠시마 제1원전은 해발 30m 높이의 암반지역을 25m 정도 깎아낸 땅 위에 지어졌는데, 취재진이 내린 곳은 암반을 깎아 내려가기 전, 그러니까 해발 30m 원래 암반의 끝자락이었습니다. 대체로 원자로 건물의 '지붕'과 비슷한 높이로 그곳에서 원자로 2호기 건물까지의 거리는 100m 정도 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 언덕을 내려가 3호기에 근접
3호기와 4호기 원자로 건물 근처에서도 작업자들이 여러 명 보였는데, 이들은 취재진의 '그린 장비'보다 조금 더 방호력이 강화된 '옐로 장비'를 착용하고 있었습니다. 3호기 뒤편의 평균 선량은 시간당 50.5 마이크로 시버트로 자료에 나와 있었는데, 근처에 설치된 실시간 선량계의 수치는 순간적이지만 시간당 70 마이크로 시버트를 넘기도 했습니다. 도쿄전력 관계자의 설명과 취재까지 이 장소에 체류하는 시간은 5분으로 제한됐습니다.
이어서 '다핵종제거설비(ALPS)'가 설치된 곳으로 이동했습니다. 도쿄전력은 하루 170톤씩 모이는 원전 오염수를 처리하기 위해 ALPS 3기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존 시설과 새로 지은 시설, 그리고 고성능 처리 시설입니다. 원전 부지에서 퍼올린 지하수와 빗물 등을 모아 방사성 물질을 제거하는 시설인데, 방사성 물질을 제거한다고는 하지만 삼중수소(트리튬)은 제거하지 못해 일단 처리 시설을 거친 물은 원전 부지 내의 탱크에 보관합니다. 이 탱크를 설치할 부지가 올해 말이면 바닥이 드러나고, 이때까지 설치한 탱크에 하루에 170톤씩 축적되는 오염수를 모아도 2022년 여름이면 만배(滿杯, 가득 참)가 됩니다.
오염수를 더 이상 추가로 저장하지 못하는 시점까지 처리 방법을 결정해야 한다는 것이 도쿄전력의 입장인데, 일본 정부도 지난해 말 사실상 이를 인정하고 오염수를 바다에 방류하거나 대기로 증발시키는 방향으로 처리하기로 결정한 바 있습니다. 물론 이 처리 작업을 '언제' 시작할지는 공표하지 않았지만, 올해 여름 도쿄 올림픽이 끝나고 나면 처리 작업의 시기를 본격적으로 저울질할 것으로 보여 후쿠시마 어민들은 물론 전 세계가 우려하고 있습니다. 원자로 건물 근처의 방사능 오염보다 원전 오염수, 즉 삼중수소수의 처리가 후쿠시마는 물론 일본과 주변국에 큰 이슈로 떠오른 셈입니다.
● 깐깐한 검열…다시 밖으로
후쿠시마 제1원전과 다핵종처리시설, 오염수 저장 탱크를 모두 둘러보는 데 약 2시간이 걸렸습니다. 원전 부지 내를 차를 타고 이동하는 시간을 빼고, 순간적으로 시간당 최대 70 마이크로 시버트가 넘는 공간 선량에 노출된 시간을 포함한 야외 취재 시간은 1시간이 조금 넘었습니다. '입장-퇴장 관리 시설'로 복귀한 취재진은 원전 부지에 들어갈 때와 정확하게 반대 절차로, 먼저 건물 안에 들어가 장화를 벗고 '그린 장비'를 '해체'한 뒤, 앞서 설명드린 WBC 검사를 받았습니다. (기자의 경우 취재 전 790에서 취재 후 980으로 증가)
다시 회의실로 이동한 취재진을 도쿄전력 취재지원팀의 담당자가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영상 1대, 사진 1대로 제한한 카메라에 담긴 영상과 사진을 '검열'한 뒤 비공개 시설과 장비가 찍힌 부분을 제거해야 한다는 설명이었습니다. 일반에 공개되는 취재 영상과 사진에 원전 부지와 시설의 방호, 경비에 우려가 될 만한 요소가 담겨있는지를 프레임별로 집중 체크하고, 해당 데이터를 발견하면 삭제를 요청하는 방식이었습니다. 이런 내용은 사전에 취재진에게 공지됐고, 이에 동의했기 때문에 취재가 허용되었으므로 일부 영상과 사진 삭제 요청에 응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만, 도쿄전력과 일본 정부의 '신경증' 적인 대응의 일면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취재진이 '출입 관리동'을 빠져나온 건 오후 5시가 좀 넘은 시간이었습니다. 이때도 들어갈 때와 마찬가지로 많은 원전 노동자들이 건물 안팎에서 바쁘게 이동하고 있었습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하루에 몇 시간씩, 도저히 '자연 상태'라고는 볼 수 없는 방사선에 노출되면서 원전을 해체하는 작업을 벌이고 있다는 생각에 무거운 마음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다시 돌아가는 버스가 원전 부지를 벗어나 6번 국도에 접어들고 나서도 국도변 마을로 들어가는 길목마다 '귀환곤란구역'이라고 쓴 붉은 글씨와 바리케이트가 창밖에 계속해서 나타났습니다. 2011년의 대지진과 지진 해일은 인간의 힘으로 막지 못한 '자연 재해'라고 하더라도, 결과적으로 후쿠시마를 이렇게 위험하게 만든 '가해 책임'은 대체 누가 짊어져야 할까요. 일본과 가장 가까운 우리나라를 포함해 동북아시아의 주변국들은 이제는 상수가 되어버린 '후쿠시마 불안'을 과연 언제쯤 떨쳐버릴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