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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가 시키는 대로 일하다 사망"…故 최인기 씨 첫 배상

복지제도 허점이 부른 '행정 폭력'

<앵커>

정부가 기초생활수급자들 심사를 할 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일을 해야만 생계비를 보조해 주고 있습니다. 세금지원 아무나 못 받게 필요한 일이기는 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그 평가라는 게 부정확한 경우가 있어서 정말로 몸이 아픈데도 어쩔 수 없이 일을 해야 되고 그러다가 목숨까지 잃는 일이 벌어졌다는 겁니다. 법원이 오늘(20일) 처음으로 국가 잘못을 인정해서 유족한테 배상하라는 판결을 내렸습니다.

김형래 기자입니다.

<기자>

지난 2014년 2월 아파트 주차장 청소 일을 하던 중 갑자기 쓰러져 세상을 떠난 고 최인기 씨.

버스 기사로 일하다 심장 대동맥 이상으로 두 번의 수술을 받은 뒤 생계가 끊긴 최 씨는 2008년 기초생활수급자가 됐습니다.

하지만 2013년 '근로능력 평가'에서 근로능력이 있다'는 판정을 받았고 '조건부 수급자'가 됐습니다.

일을 하지 않으면 생계 급여를 끊겠다는 말에 아파트 청소 일을 강행했지만 결국 두 달 만에 쓰러졌고 이후 석 달을 의식불명 상태로 있다 끝내 숨졌습니다.

[故 최인기 씨 유족 : 그냥 코마(혼수상태), 그러던 상태인데 국민연금공단에서 전화가 왔어요. 왜 일을 안 하느냐고. 이 광경(의식불명)을 보더니, 그때야 '근로능력 없음'. 다 죽고 났는데 그때야 근로 능력 없음이에요.]

법원은 오늘 최 씨의 유족이 공단 등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잘못된 근로능력 평가로 최 씨가 숨졌다며 1천5백만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습니다.

복지제도의 허점이 불러온 행정 폭력을 인정한 겁니다.

심장 질환을 가진 고령의 목수가 실업급여를 계속 거부당하다 숨지는 내용의 영국 영화와 상황이 같아 한국판 '다니엘 블레이크' 소송으로 불리기도 했습니다.

[서채완/유족 측 변호인 : 국가가 시키는 대로 하다가 결국엔 망인이 사망하게 된 것인데, 누구도 책임을 안 진다는 거예요.]

실제로 '근로능력 있음' 판정률은 판정 주체가 연금공단으로 바뀐 직후 3배 가까이 치솟아 줄곧 15%대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김윤영/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 '근로능력 있음' 판정을 많이 내리는 것을 성과로서 접근했던 것은 아닌가… 행정주의와 관료주의에 문제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형식적 면담으로 근로 능력을 판정하고 건강 상태를 고려하지 않은 일자리를 강요하는 현 시스템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정성화·최대웅,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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