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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사라진 맹추위…언제 다시 올까?

[취재파일] 사라진 맹추위…언제 다시 올까?
겨울 축제를 준비하고 있는 사람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최근 겨울답지 않게 고온 현상이 이어진 데다 비까지 자주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오대천의 얼음이 예년 이맘 때 만큼 얼지 않아 토요일인 21일 개막 예정이던 평창송어축제는 28일로 1주일 연기됐다.

실제로 올겨울 기온을 보면 지난 12월 6일 서울의 기온이 영하 10.6도까지 떨어지는 한 차례 반짝 한파가 나타났을 뿐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날이 많았다. 특히 지난 16일(월) 서울의 기온은 12.9℃까지 올라가기도 했다. 평년 같으면 3월 하순에나 나타나는 기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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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반도는 고온 현상, 미국 북동부는 저온 현상

강력한 한파 대신 고온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한반도와는 정반대로 미국은 폭설과 한파를 동반한 겨울폭풍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11월) 하순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겨울폭풍이 미국 중북부지방을 강타한 데 이어 이번에는 성탄절 연휴를 앞두고 중부와 북부, 동부지역까지 눈 폭풍주의보가 잇따라 내려지고 있다고 한다.

한반도 지역에 고온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는 반면에 북미지역에 겨울폭풍이 이어지는 것은 올해는 북극의 찬 공기가 미국 북동지역으로 쏟아져 내리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11일부터 17일까지 북반구 약 1.5km 상공(850hPa)의 온도 분포를 보면 유럽 내륙부터 러시아, 그리고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까지 평년보다 뜨거운 공기가 덮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맹추위가 나타나지 않고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133년 만의 기록적인 고온 현상이 나타난 이유다.
북반구 1.5km 상공(850hPa) 온도 및 편차(자료: 기상청)
특히 러시아 동쪽 끝과 알래스카 사이에 있는 축치해(Chukchi sea) 지역은 이상 고온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반면에 미국 북동부 지역은 평년보다 기온이 크게 낮음을 확인할 수 있다. 상층 일기도를 보면 축치해 부근에 커다란 능(ridge)이 발달해 있는데 이 커다란 능이 북극의 찬 공기를 지속적으로 미국 북동 지역으로 끌어 내리고 있는 상황이다.

● 내려올 한기(寒氣)가 없다…약한 시베리아 고기압

한반도에 한파를 몰고 오는 기단은 무엇보다도 시베리아 고기압이다. 시베리아 지역에서 강하게 발달한 고기압이 동아시아 지역으로 확장하면서 찬 공기를 끌어 내릴 경우 한반도 지역에 한파가 발생하게 된다. 특히 우랄산맥 부근에 공기의 흐름을 막아서는 블로킹(Blocking, 저지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할 경우 기록적인 한파가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커진다.

하지만 올해는 북반구 온도분포 그림에서 볼 수 있듯이 시베리아 지역의 기온이 평년보다 높은 상황이다. 시베리아 지역이 현재 평년보다 따뜻하다는 뜻이다. 시베리아에서 한반도로 내려올 찬 공기의 세력이 평년보다 약한 것이다. 한반도로 내려올 찬 공기, 한기가 평년보다 적은 것이다. 당연히 올해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평년보다 약한 것이다.

또한 올해는 우랄산맥 부근에 이렇다 할 블로킹이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 북극의 찬 공기를 한반도를 포함한 동아시아 지역으로 지속적으로 끌어내릴 어떤 메커니즘도 만들어지지 않고 있는 상황인 것이다.

학계에서는 한반도 겨울철 날씨에 큰 영향을 미치는 러시아 북쪽 북극해인 카라해(Kara sea)와 바렌츠해(Barents sea) 지역에 현재 고온 현상이 나타나지 않고 있고 이들 해역의 해빙(sea ice) 면적 또한 상대적으로 넓어 한반도에 기록적인 한파를 몰고 올 수 있는 우랄 블로킹이 만들어지지 않는 것으로 보고 있다.

● 뜨거운 바다의 한판승…찬 공기가 내려오는 것을 막고 있다

한반도 지역의 기온이 평년에 비해 높은 이유는 태평양의 해수면 온도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최근(12월 8~14일) 열대 태평양의 엘니뇨 감시구역(Nino 3.4 해역, 5°S~5°N, 170~120°W)의 해수면 온도는 27.1℃로 평년보다 0.6℃나 높은 상태다. 특히 엘니뇨 감시구역 북서쪽 중앙 태평양의 수온은 감시구역보다도 더 뜨거운 상태다. 우리나라 주변(30~45°N, 120~135°E)의 해수면 온도는 15.1℃로 평년보다 0.7℃ 높다(아래 그림 참조).
해수면 온도와 편차 현황(자료: 기상청)
엘니뇨를 선언할 정도로 바다가 뜨거운 것은 아니지만 겨울철에 적도 중앙 태평양의 바닷물이 평년보다 뜨거울 경우 한반도 남동쪽인 북서태평양에서는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하게 발달하게 된다. 북서태평양에서 고기압이 평년보다 강해질 경우 한반도 지역에는 따뜻한 남서풍이 평년보다 더 많이 불어오게 된다. 한반도 지역에 고온 현상이 나타날 수 있는 것이다.

또한 한반도 남동쪽에 평년보다 강하게 남아 있는 고기압은 북서쪽에서 한파를 몰고 오는 시베리아 고기압이 한반도 지역으로 깊숙하게 내려오는 것을 막는 역할도 한다. 실제로 최근 시베리아 고기압이 한반도까지 깊숙하게 내려오지 못하고 한반도 북쪽을 통과하는 경우가 종종 나타나고 있다.

시베리아 고기압이 강하게 발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한반도 북쪽을 통과하게 되면 한반도 지역은 당연히 기온이 크게 떨어지지 않게 된다. 기온이 떨어진다 해도 평년 수준의 반짝 추위에 그치게 된다. 최근 나타나고 있는 현상이다. 강원영동과 경북동해안 지역에 최근 비나 눈이 자주 내린 것도 이 같은 기압배치 때문에 동풍이 불어왔기 때문이다. 한반도 지역에서 현재까지는 북극 한파보다는 평년보다 뜨거워진 태평양 바닷물이 더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현재까지는 뜨거운 바다가 한판승을 거두고 있는 셈이다.

● 한겨울 맹추위는 언제?…이르면 새해 초 가능성?

우선 기상청이 발표한 10일 중기예보를 보면 오는 30일까지는 큰 추위는 없을 전망이다. 앞으로 다가올 10일 가운데 서울의 기온이 가장 크게 떨어질 것으로 예상되는 날은 토요일인 21일로 영하 5도다. 물론 춥다. 하지만 보통 이맘때 나타나는 기온이다. 27일(금)과 28일(토)에 기온이 다시 떨어질 것으로 보이지만 예상 최저기온은 영하 3도~영하 4도 정도가 될 것으로 기상청은 예상하고 있다. 평년보다 오히려 높은 기온이다. 예보가 바뀔 가능성도 있지만 적어도 연말까지는 맹추위는 없다는 뜻이다.

한반도를 비롯한 동아시아지역에 기록적인 한파가 나타나기 위해서는 현재 북반구에 나타나고 있는 큰 흐름의 형태가 바뀌어야 한다. 현재 미국 북동부로 쏟아져 내리고 있는 북극의 찬 공기가 동아시아 지역에도 쏟아져 내려야 한다. 하지만 당분간은 북반구 대기 흐름에 큰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축치해의 고온 현상과 미국 북동지역의 저온 현상, 그리고 동아시아 지역의 고온 현상이 조금 더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물론 맹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전망도 있다. 계절이 겨울 한복판으로 접어드는 데다 12월 들어 줄곧 양(+)의 상태에 머물던 극진동지수(Arctic Oscillation Index)가 음(-)의 상태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극진동지수가 음(-)의 상태면 북극의 찬 공기가 중위도지역으로 쏟아져 내릴 가능성이 커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기상청은 이르면 새해 초에 맹추위가 나타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맹추위가 나타나더라도 기록적인 한파 수준이 아니라 평년 수준의 추위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추위가 지속되는 기간도 길지 않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기상청은 올겨울 기온은 평년과 비슷하거나 높겠지만 북극 한파의 영향으로 기온이 크게 떨어질 때가 있을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아직은 북극 한파의 모습이 전혀 보이지 않고 있다. 1주일 연기된 겨울 축제가 다음 주에는 열릴 수 있을지 현재로서는 장담할 수 없다.

<개인교신>

* 예상욱 한양대 해양융합과학과 교수
* 김백민 부경대 환경대기과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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