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한겨울의 백두산 무도회…준공 테이프 직접 자른 김정은

안정식 북한전문기자 cs7922@sbs.co.kr

작성 2019.12.03 12:16 수정 2019.12.04 15:4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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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의 양강도 삼지연군은 백두산이 속해 있는 곳이다. '동해물과 백두산이…' 애국가에도 나오는 백두산은 우리나라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한번 가보고 싶은 곳인데, 북한에서도 백두산은 특별한 의미가 있는 곳으로 인식되고 있다. 우리 민족의 '영산'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김일성이 항일무장투쟁을 했던 근거지라고 주장하는 곳이 바로 백두산이기 때문이다. 북한은 김일성의 항일무장부대가 백두산에서 활동했으며 김정일이 백두산에서 출생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물론, 학자들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실이 아니다.

하여튼 북한도 중요시하는 백두산에서 2일 대규모 무도회와 축포, 우리 식으로 하면 불꽃놀이가 펼쳐졌다. 북한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백두산 아래 첫 동네에서 … 주민들이 곳곳에서 경축의 춤바다를 펼쳐놓았"고, "연이어 치달아오른 축포탄들이 하늘가에 천갈래, 만갈래의 불보라를 날리며 쏟아져 내렸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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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북, 삼지연군 2단계 완공 대대적 경축

한겨울인 12월 백두산에서 경축무도회와 축포 발사가 진행된 것은 김정은 위원장이 중점적으로 추진해오던 삼지연군 2단계 건설공사가 완공됐기 때문이다. 2년 전 삼지연군을 찾은 김 위원장은 삼지연군을 완전히 새롭게 건설할 것을 지시했고, 군부대가 집중적으로 건설작업을 진행한 끝에 2단계 완공이 이뤄진 것이다. 삼지연군 3단계 건설 사업은 조선노동당 창건 75주년인 내년 10월 10일까지 마무리될 것이라고 한다.

삼지연군 2단계 건설 준공식에 참석한 김정은 위원장은 직접 준공 테이프를 끊었다. 준공식장에 앉아있는 김정은은 매우 흡족한 표정이었다. 김정은이 이렇게 흡족한 이유는 삼지연군 건설이 원산-갈마해안관광지구, 양덕온천관광지구 건설과 함께 그가 중점적으로 챙겨 오던 사업이기 때문이다.
김정은 백두산행 조선중앙통신김정은 위원장이 주요 건설사업에 매진해 온 것은 국제사회의 제재에도 불구하고 북한이 자력갱생으로 경제건설의 성과를 낼 수 있다고 대외적으로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건설의 결과물처럼 눈에 확연하게 드러나는 성과는 없기 때문에, 대규모 건설 성과를 통해 자력갱생 노선의 정당성을 강조하려 하는 것이다. 북한 매체들은 이번 삼지연군 2단계 완공을 "자력갱생 위력이 안아온 대승리", "일심단결과 자력자강의 위력으로 용용히 나아가는 사회주의 조선의 대진군은 그 어떤 힘으로도 막을 수 없다"며 자랑했다.

● 자력갱생은 '새로운 길'의 토대

북한이 자력갱생의 건설 성과물을 자랑하는 와중에 북미협상이 진척되고 있다는 소식은 들려오지 않고 있다. 11월 말이나 12월 초에 북미협상이 재개되지 않겠느냐는 관측들이 있었지만, 12월 초순인 지금까지도 이렇다 할 얘기가 없다. 북한이 협상시한으로 제시한 연말이 얼마 남지 않았는데, 이런 상황이라면 연말까지 교착 국면이 풀릴 수 있을 것인지 의문이다.

북한이 예로부터 '자력갱생'을 강조해오지 않은 적이 없지만, 지금 시점에서 자력갱생이 보다 중요한 의미를 가지는 것은 북한이 공언하고 있는 '새로운 길'의 토대가 되는 것이 자력갱생이기 때문이다. 북한이 대외관계 개선을 당분간 보류하는 '새로운 길'을 간다고 할 때 외부의 도움 없이 스스로 버틸 수 있는 자력갱생은 '새로운 길'이 지속될 수 있는 최소한의 필요조건이 된다. 김 위원장이 자력갱생의 성과물로 자랑하는 삼지연군 2단계 준공식에서 환하게 웃으면서 준공 테이프까지 직접 자른 것이 '새로운 길'에 대한 결심을 어느 정도 굳혔음을 시사하는 것은 아닌지 주목해볼 대목이다.

(사진=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