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
'삼성에버랜드 노조 와해 사건'으로 기소된 강경훈 삼성전자 부사장에게 검찰이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오늘(1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 심리로 열린 결심 공판에서 이렇게 구형했습니다.
강 부사장은 앞서 삼성전자서비스의 노조 무력화 공작에 가담한 혐의로도 기소돼 이달 초 징역 4년을 구형받은 바 있습니다.
삼성그룹 계열사들 내에 빚어진 노조 와해 사건과 관련해 1심에서 총 징역 7년을 구형받은 셈입니다.
검찰은 함께 기소된 이 모 전 에버랜드 전무에게도 징역 3년을 구형했습니다.
또 어용노조 위원장을 맡은 임 모 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하는 등 전·현직 에버랜드 직원 10여명에게 징역 1∼2년을 구형했고, 가담 정도가 낮은 1명에게만 벌금 500만 원을 구형했습니다.
검찰은 "삼성의 비노조 경영은 한동안 선진 노사문화처럼 인식됐고 그럴싸한 이름으로 미화됐지만, 이 사건 수사를 통해 헌법에 역행한 노사전략의 민낯이 여실히 드러났다"고 비판했습니다.
이어 "노조가 없어도 될 정도로 좋은 회사를 만들겠다는 주장의 이면에는 어떻게든 노조 설립을 막아야 한다는 원칙이 있었고, 사측은 이를 위해 각종 불법적 수단을 실제로 동원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검찰은 "에버랜드에서는 어용노조가 7년 넘게 대표 교섭권을 유지하는 등 복수노조 허용 이후에도 유효한 진성 노조의 활동 기회가 사실상 박탈됐다"며 "이는 어용노조가 우발적으로 급조된 것이 아니라, 그룹의 노사전략에 따른 조직적 범행으로 만들어졌기에 가능했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노조 와해라는 목표 아래 철저히 계획됐고, 삼성그룹 미전실(미래전략실) 노사파트에서 에버랜드 인사지원실 등으로 구축된 보고체계를 활용한 전형적 조직범죄"라고 규정했습니다.
검찰은 "그런데도 피고인들은 진지한 성찰 없이 비노조 철학을 따랐을 뿐이라며 사과 한마디 하지 않고 있다"며 "반헌법적이고 조직적인 죄책이 가볍지 않다는 것을 엄히 경고할 수 있도록 엄중한 사법적 판단을 내려주길 바란다"고 밝혔습니다.
강 부사장 등은 2011년 6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에서 마련한 노사전략을 토대로 어용노조를 설립하는 등 에버랜드 노조 활동을 방해한 혐의를 받습니다.
노조 조합원과 가족들을 지속적으로 미행하고 감시하면서 개인정보를 불법 수집한 혐의도 있습니다.
강 부사장을 비롯한 삼성 임직원들은 재판에서 개인정보 수집 등 일부 혐의는 인정하면서도, 조직적인 부당노동행위가 있던 것은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강 부사장은 최후진술에서 "2012년 복수노조가 도입되자 사회적으로, 회사 내부적으로 그동안 쌓아 온 경쟁력이 약화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있었다"며 "그래서 각종 대책 보고에서 과도한 용어나 부적절한 용어가 포함된 경우가 많았는데, 이를 제어하고 통제하지 못한 것을 지금도 많이 반성한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에버랜드 노조에 과도한 대응을 한 점에 대해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많이 반성했다"며 "제가 잘못한 부분이 있다면 책임을 달게 받겠다"고 덧붙였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달 13일 오후 4시를 이 사건 선고기일로 지정했습니다.
먼저 재판이 종료된 삼성전자서비스 노조와해 의혹 사건의 선고기일보다 나흘 앞서 선고가 이뤄집니다.
(사진=연합뉴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