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상반기에만 1경 8,248조 원…중국 천하를 점령한 모바일 결제

송욱 기자 songxu@sbs.co.kr

작성 2019.11.08 08:40 수정 2019.11.08 17:0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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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一機在手 天下我有 (손에 휴대전화가 있으니 천하가 내 것이다)'

중국 무협 영화의 대사 '葵花在手 天下我有 – (무공비급인) 규화보전이 있으니 천하가 내 것이다'를 패러디해 만든 이 말은 중국에서 스마트폰으로 모든 것이 가능해진 세상을 빗댈 때 종종 쓰이고 있습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가 발달했다는 사실은 많이 알려졌죠. 중국에서 생활해보니 모바일 결제는 '편리하다', '발달했다' 수준이 아니라 '생활 필수품'입니다. 중국의 모바일 결제는 스마트폰에 있는 알리페이나 위챗페이 앱을 구동한 뒤 카메라로 QR코드를 읽거나 상대방이 내 QR코드를 읽도록 하는 방식입니다. 은행 계좌와 연결해 바로 은행 체크카드처럼 결제할 수 있고요, 또는 이들 앱에 있는 내 계좌에 돈을 이체해 놓았다가 결제할 수도 있습니다.
송욱 취재파일_이미지스마트폰과 QR코드만 있으면 되니까, 쇼핑몰 같은 대형 상점들은 물론 가판대에서도 모바일 결제가 가능합니다. 제가 경험한 바로는 일부 건물 주차장 요금 정산소를 제외하고는 모두 모바일 결제가 됩니다. 모바일 결제는 단순히 물건을 살 때만 쓰이는 건 아닙니다. 송금, 전기 및 수도 요금, 통신비 납부는 물론이고, 모바일 결제와 연계된 앱들을 이용해 택시, 공유 자전거, 외식 배달 등 다양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여러 명에게 돈을 나눠주는 세뱃돈(홍빠오) 기능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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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중국 모바일 결제 거래 규모는 110조 4,000억 위안, 약 1경 8,248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습니다. 연간으로 하면 200조 위안, 약 3경 3천조 원을 훌쩍 넘을 것으로 보입니다. 중국 모바일결제 시장은 알리바바 그룹의 알리페이(Alipay)와 텐센트의 위챗페이(WeChat Pay)가 주도하고 있습니다. 마윈 전 알리바바 회장은 지난 1월 모바일 결제와 관련해 이렇게 얘기했습니다.

"처음부터 신용카드는 부자를 위해 만들어졌는데, 지금은 이미 쇠락했다. 하지만 모바일 결제는 처음 시작할 때부터 가난한 사람을 위해 만들었다. 신용카드를 중국에서 오랫동안 보급하려 했지만, 현재 신용카드를 소지하고 있는 사람은 매우 적다. 하지만 현재 알리페이를 통해 모바일 결제를 하는 사람은 이미 7억명을 넘었다."

중국인들은 전통적으로 신용 거래보다는 현금 거래를 선호했습니다. 또 신용카드가 보급되려면 개인의 신용정보가 필수인데 이를 위한 시스템은 미흡했습니다. 특히 워낙 인구가 많은데다, 낙후된 지역의 주민들까지 모두의 신용을 평가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었습니다. 이런 가운데 최대 온라인 쇼핑몰인 타오바오를 기반으로 한 알리페이, 그리고 중국 국민 메신저인 위챗을 이용한 위챗페이가 모바일 결제 시장에 적극적으로 뛰어들었습니다. 스마트폰에서 손쉽게 쓸 수 있는 QR코드 방식을 활용한 것이 주요 했습니다. (참고로, QR코드는 일본에서 개발된 기술입니다.) 여기에 신기술을 독려하는 중국 정부가 은행 등 전통 금융회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플랫폼 회사 주도의 발전을 막지 않으면서 중국의 모바일 결제는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었습니다.
송욱 취재파일_이미지모바일 결제가 정말 편리하기는 하지만 여러가지 문제도 있었습니다. 보안 문제가 대표적인데요, 바이러스 등을 스마트폰에 심어 결제 정보나 돈을 빼가는 해킹 사건들이 잇따랐습니다. QR코드와 피싱(Phishing)의 합성어인 '큐싱(Qshing)'의 경우, 가짜 QR코드를 스캔하면 스마트폰이 악성코드에 감염돼 개인 정보와 결제 정보가 유출됐습니다. 일부 지역에선 공유 자전거의 잠금 장치를 해제하는 데 이용되는 QR코드에 이런 가짜 QR코드를 붙여 놓으면서 피해가 커졌습니다. 그리고 최근에는 QR코드를 몰래 스캔해 가는 일도 있었는데요, 상점에서 점원에게 자신의 QR코드를 보여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 뒤로 다가가 몰래 스캔해 돈을 빼가는 방식이었습니다.

스마트폰이나 앱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층들이 모바일 결제를 하지 못해 물건을 사지 못하는 일도 이어지면서 논란이 됐습니다. 이와 관련해 작년에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중국의 법정 화폐는 런민비(인민폐)이며, 이를 거부해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경고하기도 했습니다. (현재 인민은행은 모바일 결제 추세에 맞춰 디지털 화폐 발행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신용카드 시스템이 탄탄한 우리나라는 모바일 결제보다는 신용카드를 사용하는 게 아직 편합니다. 개인적으로 중국 모바일 결제 시스템에서 가장 주목하는 건 중국 모바일 결제 플랫폼의 편리성과 확장성입니다. 위챗의 경우 앱 하나를 기반으로 메신저, SNS, 각종 결제 등이 가능하고 차량 호출, 배달 등 다른 앱들과도 쉽게 연동됩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삼성페이, 카카오페이, 모바일 신용카드 등이 계속 서비스와 사용처를 늘려가면서 이용자를 끌어들이고 있는데요, 경쟁을 이겨내고 절대강자가 나올지, 우리만의 특색 있는 모바일 결제 서비스들이 나올지 궁금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