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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이완 "홍콩인 '애인 살해 용의자' 입경 안 막는다"

타이완 "홍콩인 '애인 살해 용의자' 입경 안 막는다"
타이완 정부가 여자친구 살해 용의자인 홍콩인 찬퉁카이의 타이완 입경을 막지 않겠다는 방침을 제시했습니다.

타이완 중앙통신사에 따르면 타이완 내 정부는 어제(23일) "만일 천퉁카이가 진심으로 타이완에 와 법적 처벌을 받고자 한다면 입경 비자를 신청할 방법이 여전히 있다"고 밝혔습니다.

앞서 홍콩 정부는 타이완이 찬퉁카이의 타이완 입경 자체를 금지했다는 의혹을 제기했는데 타이완 정부가 이를 부인한 것입니다.

타이완 정부는 찬퉁카이가 인터넷 시스템을 통해 타이완 비자를 신청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만 별도 방식으로 비자를 신청할 수 있다는 입장입니다.

다만 타이완 정부는 여전히 홍콩과 타이완 정부 간의 형사 공조 절차를 통해 찬퉁카이를 압송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습니다.

대 중국 업무를 담당하는 부처인 대륙위원회는 "용의자가 타이완에 오는 것을 보장하고, 거부 문제는 존재하지 않는다"면서도 "자유롭게 들어오는 방식은 없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어제 출소한 찬퉁카이는 여자친구를 살해한 타이완으로 스스로 들어가 처벌을 받겠다는 뜻을 밝혔습니다.

하지만 홍콩 정부와 타이완 정부는 인도 방식을 놓고 대립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정부와 정부 간의 형사 공조 형식으로 찬퉁카이를 넘겨받기를 원합니다.

그러나 홍콩은 형기가 끝나 석방된 찬퉁카이의 일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습니다.

타이완은 홍콩 정부가 타이완 주권을 무시하고 타이완을 중국의 일부분으로 여기는 사고방식을 드러낸 것이라고 주장하면서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찬퉁카이 신병 인도를 둘러싼 문제가 타이완의 주권 문제로까지 비화하면서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앞두고 재선을 노리는 차이잉원 총통에게 유리한 국면이 펼쳐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는 "분석가들은 찬퉁카이 사건을 둘러싼 논란이 타이완에서 집권 민진당의 '주권 수호자 지위'를 강화하고 있다고 지적한다"고 전했습니다.

차이 총통은 대선을 앞두고 중국의 압력에 맞서 단호하게 타이완 주권을 수호하는 지도자로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하고 있습니다.

홍콩 시위의 영향으로 중국 경계심이 커지면서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차이 총통의 지지율은 전통적으로 중국 본토와 관계를 중시하는 국민당의 한궈위 후보의 지지율보다 크게 높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타이완과 홍콩 정부 간의 정치적 논쟁 속에서 자칫 찬퉁카이가 마음을 바꿔 타이완에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것으로 우려하기도 했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따르면 찬퉁카이는 전날 타이완행 항공권을 예약했지만 타이완과 홍콩 정부 간 갈등이 빚어지는 가운데 예약을 취소했습니다.

찬퉁카이는 작년 2월 같은 홍콩인 여자친구와 타이완 여행을 떠났다가 현지에서 여자친구를 살해했습니다.

여자친구 시신을 타이완에 두고 혼자 홍콩에 돌아온 그는 홍콩에서 여자친구의 돈을 훔친 혐의로만 징역형을 선고받았습니다.

홍콩은 속지주의를 채택해 사법권이 미치지 않는 타이완에서 벌어진 살인 사건을 수사해 기소하지 못합니다.

홍콩 정부는 찬퉁카이 처벌을 명분 삼아 범죄인 인도법 개정을 강행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시민들의 강력한 저항으로 이어졌고 홍콩은 1997년 주권 반환 이후 최대의 정치적 혼란에 휩싸이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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