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살인자'에 노출된 노동자들…현장 관리는 '글쎄'

rousily@sbs.co.kr

작성 2019.10.19 21:07 수정 2019.11.07 10:57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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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1980년대까지 단열이 잘 된다고 건물 지을 때 이 안에 석면 참 많이 넣었습니다. 그때는 몰랐죠, 이 석면이 1급 발암물질인 게 나중에 밝혀져서 그런 건물들 철거할 때는 이런 이런 안전조치를 꼭 하라고 규정을 만들었습니다. 그런데 여전히 잘 안 지켜질 뿐만 아니라 그렇게 위험하다는 사실 자체를 잘 모르는 근로자들이 또 꽤 됩니다.

원종진, 정경윤 두 기자가 그 실태를 차례로 고발합니다.

<기자>

1급 발암물질인 석면을 철거하는 현장.

그런데 정작 석면을 직접 만지는 노동자들이 안전 장비를 착용하고 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누구도 이를 관리하지 않습니다.

[석면 철거 경험 노동자 : 감리라는 분은 한 번도 안 들어오셨어요. 마스크 안 쓰고 일하는 분도 계시고. 발이랑 몸에 석면가루 묻은 채로 밖으로 이동해요. 샤워하는 사람 한 명도 없었습니다. 일단 호스만 연결시켜 놨지 물이 안 나오니까요.]

산업안전보건법에는 석면 철거에 대한 규정이 있는데도 현장에서는 잘 지키지 않고 있는 겁니다.

[석면 철거 경험 노동자 : 매뉴얼상 진공청소기로 흡입하고 해체하는 걸로 알고 있는데 전혀 그렇게 안 하더라고요. 빨리빨리 해야지 반장도 많이 가져가고 사장도 많이 가져가니까요.]

심지어 고용노동부의 관리감독에 대비할 뿐, 요식행위에 그치기 일쑤입니다.

[석면 철거 경험 노동자 : 모델이라고 얘기해야 하나요? 물통 메고 포즈 취하고 사진 찍는 사람 따로 있고.]

지난 5년간 이처럼 규정을 지키지 않아 적발됐던 철거 업체와 해당 업체를 통해 석면 철거 작업에 참여한 노동자들의 정보를 분석해봤습니다.

연인원으로 750명, 정규 고용시장에서 밀려난 40대, 50대 남성들이 전체의 70%에 달합니다.

[석면 철거 경험 노동자 : 조선소 다니다가 조선소 경기 안 좋으니까 오시는 분, 다른 건설사 있다가 일감 없어서 공고 보고 오시는 분. 일당 단가가 다른 단가보다 만 원 비쌌어요. 사람들이 눈이 동그래집니다. 어떻게 합니까. 집에서 애들도 있고 와이프도 있고. 부양할 가장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거죠.]

먹고 살기 바빠 만원이라도 더 주는 곳으로 찾아왔다는 이들은 석면의 위험성을 정확하게 알지 못합니다.

[석면 철거 경험 노동자 : 환경 분야에 대해 모르는 분들이 많아요. (나중에 알고) 저도 놀랐죠. '진짜 이런 물질인줄 몰랐다.']

일단 한 번 몸에 쌓이면 빠져나가지 않고 20~40년 뒤 늑막, 흉막에서 암을 일으키기에 전문가들은 석면으로 인한 집단적 산업재해가 발생할 위험도 있다고 지적합니다.

[류현철/직업환경의학전문의 : 작업이 끝난 뒤 한참 지나서 (암 등 질병이)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추적 검사하는 기간은 석면과 같은 경우 굉장히 장기간 추적 관찰해야 합니다.]

그렇다면 정부는 석면 철거 업체를 어떻게 관리하고 있을까요?

석면 철거 작업은 정부에 등록된 업체만 할 수 있는데 현장 관리자와 같은 필수 인력이나 안전 장비가 부족해 등록취소 또 영업정지 같은 징계를 받은 곳이 83곳이나 됩니다.

더 큰 문제는 이 업체들이 규정을 어긴 상태에서 철거 작업을 계속해 왔다는 겁니다.

2017년부터 현장 관리자 수가 부족했던 이 업체, 1년 뒤에야 이런 사실이 적발되면서 뒤늦게 영업정지 3개월 처분을 받았습니다.

그 사이 이 업체는 공장이나 주택 등 22곳에서 190여 명을 투입해 석면 철거 작업을 해온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고용노동부 관계자 : (안전관리자 기준 수에 미달한 상태로 일을 1년 동안 했다는 거네요?) 네, 그건 맞습니다. 업체가 3천6백 개다 보니까 이걸 다 즉시 관리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습니다.]

이런 업체들이 18곳, 철거 현장은 80곳이 넘습니다.

그만큼 많은 노동자들이 석면에 노출된 겁니다.

[이용득/더불어민주당 의원 (국회 환노위) : 5, 60대 노동자들이 보호 장비 하나 없이 폐쇄된 공간에서 석면을 들이마시고 있어요. 정부의 적극적인 대처가 필요합니다.]

오랜 시간 동안 석면을 직접 만지고 들이마신 노동자들.

하지만 현장을 떠난 이들이 현재 어떤 상태인지는 알지 못합니다.

경기가 어려워질수록 이들은 일당 1만 원이라도 더 주는 석면 철거 현장을 다시 찾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수십 년 뒤 이들을 덮칠지 모르는 위험에 대비하기 위해 철저한 안전 감독과 추적조사가 필요합니다.

(영상취재 : 제 일,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초아·정한욱)

▶ [취재파일] 석면 철거 경험 노동자, 무료로 특수건강검진 받는 법    
정경윤사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