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태풍이 점점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다…'하기비스', 36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

안영인 기자 youngin@sbs.co.kr

작성 2019.10.09 10:24 수정 2019.10.09 14:40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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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 태풍 '하기비스', 눈까지 뚜렷하게 생겼다 (9일 07시 30분)● 태풍 '하기비스', 36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

북상 중인 제19호 태풍 '하기비스'가 가히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다.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JTWC) 발표에 따르면 9일(수) 새벽 3시 현재 태풍 '하기비스'의 중심에서는 초속 72m(140노트)의 강풍이 몰아치고 있다. 9일 오후 3시쯤에는 '하기비스' 생애에서 가장 강한 초속 74.6m(145노트)까지 발달할 것으로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는 예상하고 있다. 올해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 가운데 가장 강력한 태풍이다.

미국합동태풍경보센터는 태풍 중심에서의 1분 평균 풍속이 초속 67m 이상일 때 슈퍼 태풍으로 분류한다. 태풍 '하기비스'의 중심 최대 풍속이 슈퍼 태풍의 기준인 초속 67m에 이른 것은 지난 7일(월) 오후 3시다. 태풍 '하기비스'가 6일(일) 새벽 3시 괌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것을 고려하면 발생한 지 정확하게 하루 반, 단 36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한 것이다.

태풍 '하기비스' 예상진로 및 강도 (자료 : JTWC)●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 증가

태풍 '하기비스'처럼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고 있다.

프린스턴대학교를 비롯한 미국 연구팀은 최근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편의상 허리케인, 사이클론 등을 포함해 태풍이라 한다)의 비율이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한 연구결과를 발표했다(Bhatia et al., 2019). 연구팀은 24시간 동안 태풍 중심 풍속이 초속 15m(30노트) 이상 강해지는 태풍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으로 정의하고 전체 태풍 가운데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이 시기별로 어떻게 달라졌는지 분석했다. 분석은 위성 영상 자료를 이용할 수 있는 1982년부터 2009년까지 발생한 태풍을 대상으로 했다.

분석결과 1982년부터 최근까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이 지속적으로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우선 태풍 관측 자료를 사후 분석해 새롭게 구성한 베스트 트랙 자료를 이용해 분석한 결과 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시간이 흐를수록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는 경향은 관측자나 분석자의 주관을 배제하고 순수하게 위성 자료만을 자동 분석한 결과에서도 나타났다(아래 그림 참조). 시간이 흐를수록 짧은 시간에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점점 더 늘어나고 있다는 뜻이다.

연도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 (자료 : Bhatia et al., 2019)● 태풍, 발달 속도 빨라져

태풍이 최근 들어 점점 더 빨리 발달한다는 사실은 국내 연구 결과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제주대학교 문일주 교수 연구팀은 1981년부터 2018년까지 북서태평양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발달 속도를 분석했다(Moon, 2019). 연구팀은 특히 태풍이 발생한 시점부터 태풍의 생애에 가장 강하게 발달하는 시점까지 중심 풍속이 초속 1m 강해지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산출했다. 연구팀을 이를 이용해 연도별로 처음 발생한 태풍이 슈퍼 태풍까지 발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도 산출했다.

분석결과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의 경우 중심 풍속이 초속 1m 더 강해지는데 1981년에는 평균적으로 2.1시간 정도 결렸지만 2018년에는 1.6시간 정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풍속이 초속 1m 더 강해지는 데 시간이 적게 걸린다는 것은 그만큼 태풍이 빨리 발달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들어 태풍의 발달 속도가 점점 더 빨라지고 있다는 뜻이다(아래 그림 참조).

태풍 중심풍속 초속 1m 강해지는데 걸리는 시간 (자료 : Moon, 2019)또한 태풍 발달 속도가 일정하다고 가정하고 처음 발생한 태풍이 슈퍼 태풍(초속 67m)까지 발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을 산출해 보면 1981년도에는 평균 106시간이 걸리는 반면 2018년에 발생한 태풍은 82시간 만에 슈퍼 태풍으로 발달할 수 있다는 뜻이 된다. 2018년에 발생한 태풍이 1981년에 발생한 태풍보다 24시간 정도 일찍 슈퍼 태풍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최근에 발생하는 태풍이 예전보다 더 폭발적으로 발달하고 있다는 뜻이다.

전 세계 각 지역에서 발생하는 태풍을 대상으로 한 분석 결과도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을 대상으로 분석한 결과와 비슷한 것으로 나타났다. 1981년에 발생한 태풍의 경우 중심 풍속이 초속 1m 강해지는데 2.15시간 걸렸지만 2018년에는 1.57시간 걸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슈퍼 태풍으로 발달하는 데까지 걸리는 시간도 1981년에는 107.5시간이 걸린 반면 2018년에는 78.5시간 걸릴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에 발생하는 태풍이 1981년에 발생한 태풍에 비해 슈퍼 태풍에 도달하는 시간이 평균 29시간 정도 짧게 걸린다는 뜻이다. 최근에 발생하는 태풍이 1980년대에 발생하는 태풍보다 더욱더 빠르게 그리고 폭발적으로 발달한다는 뜻이다.

● 태풍이 점점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이유는?

최근 들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점점 더 늘어나고 슈퍼 태풍으로 발달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점점 더 짧아지는 것은 태풍 발달과 관련된 해수면 온도나 태풍 발달 지역의 윈드시어(wind shear, 대기 상하층 사이의 바람 방향이나 세기의 차이) 등이 태풍이 폭발적으로 발달하기에 점점 더 좋은 환경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 연구팀은 여러 가지 원인 가운데 인간 활동으로 인해 태풍 발생 지역의 환경이 바뀌면서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크게 늘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기후 모델을 이용해 산업화 이전(1860년)과 인간 활동으로 인해 기후변화가 진행된 1940년과 2015년을 시뮬레이션 한 결과 기후변화가 진행될수록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1940년까지만 해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이 산업화 이전인 1860년과 차이가 크게 나지 않은 반면 2015년에는 태평양과 대서양 등 대부분 해역에서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크게 늘어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붉은 색으로 표시된 지역이 산업화 이전 대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난 지역이다(아래 그림 참조).
산업화 이전 대비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의 비율 (자료 : Bhatia et al., 2019)
●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면…예보 정확도 하락, 피해 증가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우선 태풍 예보 정확도가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 무엇보다도 현재 어떤 조건에서 짧은 시간에 태풍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지 명확하게 규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태풍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원인을 충분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예보에도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또 한 가지는 태풍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면 태풍에 대한 경고나 대비가 충분히 되지 않은 상태에서 태풍이 들이닥칠 수 있기 때문에 그 만큼 강력한 태풍에 무방비로 노출될 가능성이 커진다는 점이다.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이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태풍으로 인한 인명과 재산 피해 또한 점점 더 커질 가능성이 있다는 뜻이다.

폭발적으로 발달한 슈퍼 태풍 '하기비스'는 일본을 향해 북상중이지만 태풍 '하기비스'를 계기로 현재 우리의 태풍 예보 체계와 방재 대책이 폭발적으로 발달하는 태풍을 예측하고 대비하는 데 부족함은 없는지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 참고문헌>

* Kieran T. Bhatia, Gabriel A. Vecchi, Thomas R. Knutson, Hiroyuki Murakami, James Kossin, Keith W. Dixon, Carolyn E. Whitlock, 2019: Recent increases in tropical cyclone intensification rates, Nature Communications.
https://doi.org/10.1038/s41467-019-08471-z

* Moon, Il-Ju, 2019 : Tropical cyclones intensify more rapidly in a changing climate(Personal Communicatio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