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이 몰고 온 비구름에 강원도 삼척에는 시간당 129mm라는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지기도 했습니다. 조용했던 바닷가 마을이 하룻밤 새 쑥대밭으로 변했고, 주민들은 목숨을 건진 것만도 다행이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조재근 기자가 현장 취재했습니다.
<기자>
강원도 삼척시 원덕읍 갈남2리 산에서 떠내려온 흙과 자갈, 뿌리째 뽑힌 커다란 나무가 마을을 덮쳤습니다.
옹기종기 모여 있던 주택 8채는 지붕만 남았습니다.
물길이 이어진 아랫마을, 마을 안 길은 하천으로 변했습니다.
복개천이 막히고 도로 위로 물이 넘치면서 피해가 속출했습니다.
도로변에 세워뒀던 승용차들은 흙 속에 파묻혔고, 집은 부서지거나 흙과 자갈로 메워져 버렸습니다.
바닥에 흙과 자갈이 쌓이면서 지붕까지의 높이가 1m 정도에 불과합니다.
삼척시 원덕읍에는 최고 시간당 83mm의 비가 내렸고, 인근인 궁촌리에는 시간당 129mm의 물 폭탄이 쏟아져 500mm에 가까운 누적 강수량을 기록했습니다.
[심각합니다, 심각해. 완전 뭐…]
주민들은 거센 물살에 제대로 걷는 것조차 힘들어 옥상으로 대피한 뒤 119 구조대가 오기만을 기다렸습니다.
[이정하/태풍 피해 주민 : (파이프 기둥) 끌어안고 있다가 물이 더 많이 나와요. 그래서 할 수 없이 이제는 죽으면 죽고 살면 살고 저쪽 집 지붕 위로 (부인을) 억지로 끌고 갔지. 둘이 팔을 붙들고.]
날이 밝아 다시 찾은 집은 그야말로 뻘밭으로 변해버렸습니다.
이 마을에서만 주택 55채가 침수되거나 매몰돼 111명이 이재민이 됐고, 삼척시 오분동에서는 산사태로 집 안에 있던 77살 김 모 할머니가 목숨을 잃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