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잇] 기타의 '값어치' 무엇으로 결정되나

이세형|퓨전 재즈밴드 '라스트폴'의 기타리스트

SBS 뉴스

작성 2019.09.21 11:0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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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는 여러 개의 기타가 있다. 일렉트릭 기타와 어쿠스틱 기타를 비롯해 10여 개가 있다. 작업실에 놀러 온 친구나 손님들이 기타를 보고 보이는 반응은 거의 비슷하다. '어떤 기타가 제일 좋은 거냐?' 혹은 '어떤 기타가 제일 비싼 거냐?'

기타를 구매해 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기타의 가격은 그야말로 천차만별이다. 기타가 가진 장점 중에 하나가 쉽게 시작할 수 있는 악기라는 점이다. 10~20만 원대의 가격으로도 어쩌면 평생을 함께할 친구를 만날 수도 있다. 반면에 일반인의 상식으로는 이해하기 힘든 수 천만 원을 호가하는 기타도 엄연히 존재한다.

기타의 가격을 결정하는 몇 가지 요소가 있다. 다른 상품들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결정되는 일반적인 요소가 있는 반면 악기만이 가지고 있는 특수성도 있다. 기타라는 악기를 어떤 개념으로 보느냐에 따라 가격대가 결정되는데, '공산품'의 개념으로 시작해 '악기'의 개념이 더해진 후 마지막으로는 '소장품'이나 '골동품' 개념까지 올라가게 된다.

공산품의 개념으로 보면 기타의 가격은 자재의 원가와 인건비 등을 포함한 생산 원가에 의해 결정된다. 기타라는 악기는 거의 대부분이 나무로 이루어져 있기 때문에 나무의 종류와 등급에 의해 기본 가격이 결정된다. 줄의 울림을 받아주는 나무의 종류와 건조 상태에 따라 소리의 질과 악기의 내구성이 결정되기 때문이다.

원자재 다음으로 중요한 건 기타의 만듦새이다. 기타의 만듦새라 함은 악기로서 가져야 하는 정확한 음정, 연주의 편의성을 위한 목재 처리의 마무리 등이 포함된다. 저렴한 기타의 경우 공산품처럼 공장에서 여러 사람에 의해 일정한 규격으로 단기간에 제작되는 반면, 기타의 가격이 올라갈수록 전문적인 인력에 의해 오랜 시간을 두고 제작된다. 하이엔드급 초고가 기타의 경우, 마스터빌더(Master Builder)라고 불리는 장인에 의해 몇 달에 걸쳐 제작된다.

여기에 부가적으로 붙는 요소가 있는데 브랜드이다. 명품백의 가격이 단순히 자재의 원가로만 결정되는 것이 아니듯이, 소리와 만듦새의 수준이 비슷함에도 사람들이 선호하는 브랜드의 기타가 더 높은 가격에 판매된다. 나에게 영감을 준 뮤지션이 쓰던 브랜드를 써보고 싶은 마음, 혹은 내가 이 정도의 기타를 쓰고 있다고 관객과 주변에 보여주고 싶은 마음도 엄연히 기타의 가격 결정 요소가 된다.

초보자나 취미로 다루는 악기는 일반적으로 백만 원 이하가 가장 많이 사용되고, 중급자나 전공자의 경우는 소리의 질과 만듦새로 볼 때 100~300만 원대의 제품이 선호된다. 프로페셔널 수준이라면 보통 200~700만 원 정도의 악기를 많이 사용한다.

물론 1천만 원 내외의 악기들도 실제 음반제작이나 공연에서 쓰이기도 하지만, 그 이상 가격대부터는 소장품이나 골동품의 영역으로 넘어간다. 몇 백 년의 세월 동안 건조된 나무가 가진 소리의 특성으로 인해 수억 원의 바이올린이 존재하듯이, 수십 년 동안 건조된 관리가 잘 된 기타들은 특유의 소리와 희귀성으로 인해 천만원을 호가한다. 거기에 유명한 기타리스트가 사용했다는 프리미엄까지 붙으면 경매에서 수 천만 원에 거래되는 악기가 된다. 이런 악기들은 소리의 질과 악기의 만듦새를 중시하는 뮤지션들의 입장에서는 의외로 관심이 덜 가는 영역이 된다.

결국, 연주를 위한 기타의 가격은 악기로서의 기능에 기반을 하는데 여기서 간과되는 것이 있다. 바로 '연주자'다. 동일한 기타라도 누가 연주하느냐에 따라 같은 악기라고 믿기 어려운 소리가 나는 것이 기타이기 때문이다.

좋은 기타를 가지기 전에 그 기타에 어울리는 연주 실력을 갖추는 것이 먼저임에도 불구하고 좋은 기타를 사면 왠지 내 연주력이 좀 부족해도 더 좋은 소리가 날 거라 착각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솔직히 나도 그런 착각을 많이 하고 살았다.

기타 연주로 나와 주변의 삶에 감동을 주고 싶다면 내가 먼저 준비가 되어야 한다. 기타의 진정한 값어치는 그 기타를 치는 사람으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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