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해자는 이제 우리 나이 19세의 꽃다운 소년으로 긴 터널과도 같은 고3 수험생활을 마치고 새로 합격한 대학교에서 보낼 대학생활을 기대하는 한편... 그러나 애석하게도 이 사건 범행으로 피해자는 자신의 젊은 날을 채우기도 전에 고귀하고 소중한 생명을 잃어버렸다..."
지난 5월 24일 대전지방법원에서 선고한, 도주치사와 음주운전 사건 1심 판결문의 한 대목이다. 판결문에 등장하는 피해자는 고 차태현 군. 차 군은 석 달 전인 2월 22일 새벽 2시쯤 대전의 집 근처 사거리에서 길을 건너다 화물차에 치여 숨졌다. 열흘 뒤면 대학에 입학할 예정이었다. 가해운전자는 사고를 내고 뺑소니치다 체포됐는데 혈중 알코올 농도 0.137%, 만취 상태였던 것으로 조사됐다. 그는 14년 전 음주운전으로 벌금형에 처해진 전력이 있었다. 1심 법원은 징역 6년을 선고했고 검찰과 피고 모두 항소해 2심은 진행 중이다.
고 윤창호 씨 사망 사건을 계기로 음주운전에 대한 비판 여론이 더욱 거세졌다. 그 결과, 음주운전 사망사고에 최고 무기징역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처벌을 강화한 '제1 윤창호 법', 음주운전 기준을 더 낮게 조정한 '제2 윤창호 법'이 마련돼 잇따라 시행됐다. 법 정비를 마쳤으니 이제 음주운전은 근절 국면으로 접어들 것인가.
SBS 데이터저널리즘팀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 전반에 대해 집중 분석했다. 2007년부터 2018년까지 12년간 음주운전 사고 자체에 대한 자료와, 최근 5년간 전국 경찰서별 음주운전 단속 자료를 중심으로 다양한 내용을 살펴봤다. 특히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망사고 중 상당수는 사실상 '음주 살인'과 다름없다고 보고 다각도로 조명했다. 이번 기사가 앞으로 음주운전 때문에 벌어지는 피해를 조금이라도 줄이는 데 기여했으면 하는 마음에서 취재하고 기사를 썼다.
● 음주운전이 부른 참극... 2007~2018 사망자 8,355명
고 윤창호 씨가 만취 운전자의 차량에 치인 건 2018년 9월 25일이다. 뇌사 상태에 빠졌던 윤 씨는 40여 일 만에 숨졌다. 윤 씨 사망을 계기로 음주운전자를 더 강하게 처벌해야 한다는 청와대 국민청원이 제기됐고 이른바 '윤창호 법'이 통과, 시행되기에 이르렀다. '윤창호' 이름 석 자는 음주운전이 부른 참극의 대표적인 피해자이자, 음주운전 실태를 개선하라는 국민의 명령을 상징하는 이름이 됐다.
● 또 다른 '윤창호들'...'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음주사고 사망자 중에는 음주운전을 직접 했던 가해운전자와 피해자(운전자, 보행자, 동승자)가 모두 포함돼 있다.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가해운전자의 음주운전 사고 이후 상태에 따라 다시 분류했다. 그 상태는 사망, 부상(중상, 경상), 상해 없음, 기타 불명으로 나뉜다. 가해자는 사망하지 않고 피해자만 사망한 사고, 다시 말해 가해자의 음주운전으로 인해 피해자만 숨진 사고에 대해 우리는 사실상 '살인'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음주 살인'이라고 명명했다. 반면 가해자는 사망하고 피해자는 사망하지 않은 음주사고는 '음주 자살'로 볼 수 있을 것이다.
실제 살인 사건과 비교해보면 어떨까. 살인미수를 제외하면 12년 합계 살인(기수) 사건은 4,605건으로 음주 사망사고 7,769건에 비해서는 3천 건 정도 적다. 그러나 2018년만 놓고 보면 살인 322건, 음주 사망사고 323건으로 별 차이 없다.
'윤창호 법'을 이끌어낸 주역인 고 윤창호 씨 친구들은 청와대 국민청원에서 "음주운전은 실수가 아닌 살인 행위"라고 강조했다. 기사 첫머리에 언급한 고 차태현 군의 이모부는 "음주운전은 기본적으로 살인"이라며 "피해자와 가족, 주위 사람들에게 극복할 수 없는 아주 큰 상처가 된다"라고 비판했다.
● '윤창호 법' 시행 이후 음주운전, 얼마나 줄었나
고 윤창호 씨의 이름을 딴 '윤창호 법'은 두 가지다. 지난해 12월 18일부터 시행된 '제1 윤창호 법'의 원래 이름은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으로 음주운전 사고의 형량을 높이는 내용이다. 사망사고의 경우엔 '1년 이상 유기징역'에서 '3년 이상 징역 또는 무기징역'으로, 상해사고도 '10년 이하 징역 또는 500만 원~3000만 원 이하 벌금'에서 '1년~15년 징역 또는 1000만 원~3000만 원 벌금'으로 강화했다. '제2 윤창호 법'은 지난 6월 25일부터 시행했으며 음주운전 기준을 강화하는 내용의 '개정 도로교통법'이다. 음주운전 면허정지 기준인 혈중 알코올 농도를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면허취소 기준은 '0.10% 이상'에서 '0.08% 이상'으로 강화했다.
경찰청은 '제1 윤창호 법'과 '제2 윤창호 법' 시행 이후인 지난 3월과 6월, 8월에 각각 "교통사고 사망자가 이전보다 줄고 있다"는 취지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대체로 음주사고가 감소 추세인 건 사실이다. 다만 조금 더 세밀하게 볼 필요가 있다.
음주운전 사고도 줄어들었다. 2월엔 1천 건 미만으로까지 내려갔다.
주목해서 봐야 할 건 2019년 3월부터다. 음주운전 적발도, 음주사고도 다시 늘어났다. 5월에는 작년 말 수준을 회복했다. 6월 25일부터 '제2 윤창호 법'이 시행되기 시작했다. 전후해 경찰 단속도 다시 강화됐고 언론과 사회의 관심이 재차 집중됐다. 5월에 정점을 찍었던 음주운전 적발과 사고 건수는 다시 줄어들고 있다. 그러나 이 추세대로면 곧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 '3회 이상 적발' 비중, 늘고 있다
2017년 발간된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방안 연구>에서 명묘희 교통과학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전체 음주운전 단속은 줄어들고 있는 반면 3회 이상 반복적인 음주운전 행위의 비중은 결코 줄어들고 있지 않은 심각한 실정"이라며 "상습 음주운전자를 위한 관리방안의 강구가 절실히 요구된다"라고 밝혔다.
● 5년 간 음주운전, 108만 건 적발됐다
지난 8월 23일 경찰청은 "난폭, 보복, 음주 운전은 중대한 범죄입니다"라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냈다. 9월 9일부터 100일간 이들 고위험 운전에 대해 집중 단속하겠다는 내용이다. 잠정치이긴 하나 올 들어서도 7월까지 전국 경찰서에서 적발한 음주운전만 70,522건에 이르는 만큼 지속적인 단속을 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경찰의 단속 기준은 전국 어디나 동일하지만, 음주운전 적발은 그렇지 않다. 전국 255개 경찰서의 음주운전 단속은 얼마나 차이가 날까. <마부작침>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5년간 전국 경찰서별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한국 언론매체 중 처음으로 입수해 상세히 분석했다.
음주운전 사고는 2014년 2만 4,043건에서 2015년 2만 4,399건으로 소폭 증가했으나 이후 감소세로 돌아서 2018년엔 1만 9,381건을 기록했다. 5년 간 사고를 모두 합하면 10만 7,109건이다. 사망사고 또한 비슷한 추세를 보여 2014년 557건에서 2018년 323건으로 줄었다. 사망사고의 5년 합계는 2,308건, 사망자는 2,441명이다.
● '음주운전 적발' 1위 경찰서는 어디?
전국 255개 경찰서별로 5년 간 음주운전 적발 건수를 따져봤다. 전체 108만 건을 경찰서 수로 나눠보면 1개 경찰서 당 평균 4,272건 적발이다.
의외인 건 서울 경찰서다. 10위 내에도, 20위 내에도 단 1곳의 서울 경찰서가 없다. '음주문화 1번지'로 불리는 서울 강남을 주로 관할하는 강남경찰서가 8,995건으로 23위, 서울 경찰서 중에선 가장 순위가 높았다.
● 음주사고 예방에 적극적이었던 경찰서는?
2014년~2018년 전체 음주운전 적발 건수는 108만 건, 같은 기간 음주운전 사고는 10만 7,102건으로 사고 대비 적발 건수가 10배 정도 된다. 만약 음주운전이 상당수 사고로 이어진다고 가정해본다면 100만 건의 음주운전 사고를 경찰 단속을 통해 방지한 셈이 된다.
부산 동부서 다음으로 사고 대비 적발 건수가 많은 곳은 전북 진안경찰서였고 부산 영도, 중부, 서부경찰서가 뒤를 이었다. 1~10위 경찰서 중 2위와 6위인 전북 진안, 장성경찰서 외에는 모두 부산과 경남 경찰서였고 1급지 경찰서였다.(전북 2곳은 3급지)
반면 음주운전 사고 예방에 상대적으로 소극적이었던 곳은 전북 부안경찰서다. 지난 5년 간 부안경찰서는 음주운전 778건을 적발했고 같은 기간 관내에서 발생한 음주운전 사고는 197건이었다. 적발 건수는 사고의 3.9배에 불과했다. 다음은 충남 청양경찰서, 경북 청도서, 충남 서천서, 전남 나주서 순이었다. 나주서만 2급지였고 나머지 4곳은 모두 3급지 경찰서였다. 1급지 경찰서에 비해 관할 인구도 적고 그만큼 경찰 인력도 적은 곳들이다.
● 서울 경찰서들, 음주운전 단속에 소홀한가 아닌가
이번에도 의외인 건 서울 경찰서들이다. 같은 1급지 경찰서이자, 제2의 도시인 부산 지역 경찰서들이 사고 대비 적발에서 상위권을 차지한 것에 비하면 실적이 꽤 저조한 편이다. 서울 31개 경찰서는 모두 1급지인데 이 중 사고 대비 적발 건수가 가장 많은 건 남대문경찰서, 13.3배다. 전체 1위인 부산 동부서 34.5배에 비하면 크게 낮은 수치다. 남대문서 관할구역의 음주운전 사고는 최근 5년 간 92건이었고 음주운전 적발은 1,224건이었다. 이 92건은 3급지 경찰서인 충북 영동, 강원 정선경찰서와 같은 사고 건수로 남대문서가 서울 중구 일부만 관할구역으로 두고 있기에 사고 건수나 적발이 상대적으로 적은 것으로 보인다.
서울 경찰서 중 사고 대비 적발 건수가 가장 적었던 건 동대문경찰서. 5년 간 음주운전 사고는 562건으로 적지 않은 편인데 적발은 3,118건으로 사고 대비 적발이 5.5배에 그쳤다. 인구 34만 명인 동대문구 전체를 관할하는 데도 그러했다. 동작경찰서는 5.7배, 서초서 5.8배, 구로서 5.8배, 강남서 5.9배로 전국 경찰서 중 24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상대적으로 음주사고 예방에 소극적이었던 경찰서들이다.
서울 경찰서들이 음주운전 단속에 소홀했다고 단정할 수만은 없다. 그럼에도 분명한 건 경찰이 음주운전을 더 적극 단속할수록 사고를 예방할 가능성은 커진다는 점이다.
● 음주운전 사고, 가장 많은 지역은?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했던 지역을 시군구 단위로 분류했다. 각 시군구마다 인구가 제각각이기 때문에 인구 10만 명당 사고 건수를 기준으로 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길 전체를 막고 모든 차량 검사를 하는 우리나라의 음주운전 단속은 전 세계적으로도 강한 단속 방법이지만 음주 사고는 생각보다 많이 줄지 않고 있다"면서 "한두 잔이라도 마시고 운전하면 굉장히 위험한 상황이라는 걸 인지하고 그런 행동을 하지 않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 "강남보다 많다"... 전국 음주사고 1위는 '정왕동'!
<대한민국 '음주 살인' 보고서 ① '묻지 마 음주 살인' 피해자 3,899명> 기사에서 보도했듯이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12년 간 음주운전으로 인한 교통사고는 30만 3,389건에 이른다. 이 가운데 사망사고는 7,769건, 사망자 수는 8,355명이다.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사고가 많은 지역 특성을 확인하기 위해 전국 읍면동 단위로 사고 건수를 분석했다.
음주운전 사고 전체에서도 정왕동이 1위였다. 12년 합계 1,958건, 1년에 163건 꼴로 음주운전 사고가 발생한 셈이다. 다음은 서울 강남구 역삼동(1,122건)과 논현동(1,075건)으로, 정왕동 사고 건수가 강남 역삼동이나 논현동의 1.8배 수준이었다. 도대체 정왕동엔 어떤 사연이 숨어있는 걸까.
● 공단, 성비, 유흥가, 교통... 정왕동의 '비밀'을 찾아서
"왜 여기서 음주운전 사고가 많이 날까요?" 정왕동을 찾아가 질문을 던졌다. 경찰, 택시기사, 대리운전기사, 식당 사장, 공장 노동자 등 다양한 직업인을 만났다. 질문을 받은 이들 대다수가 먼저 떠올린 건 '공단'이었다.
정왕동엔 외국인이 많다. 2017년 12월 기준 정왕동 인구는 16만 1,720명인데 이 중 4만 1,806명이 외국 국적이다. 주민 4명 가운데 1명이 외국인인 셈이다. 외국인과 음주운전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최영남 경기 시흥경찰서 경비교통과장은 "외국인이 음주운전하기도 하고, 음주 사고 피해자가 되는 경우도 많아서 단속과 함께 외국인을 상대로 홍보와 교육활동을 병행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거주 비율이 높다는 건 정왕동의 또 다른 특징이다.
● 음주 잦은 환경, 편의성 떨어지는 교통
외지인들도 있다. 조개구이 전문 식당이나 횟집 등이 성업 중인 오이도 해양단지에는 관광객들도 자주 방문한다. 식당을 운영하는 황후연 씨는 "오이도에 주로 오는 건 다른 지역 사람들"이라면서 "서울이나 인천, 경기 고양시 쪽에서 많이 온다"라고 말했다.
힘든 공장 일을 마치고 또는 모처럼 놀러 와 술 마시는 건 자연스럽다. 운전대를 잡으니까 문제다. 정왕동에서는 대중교통 혹은 대리운전을 이용하기 불편한 걸까. 수도권 지하철 4호선의 시종착역인 오이도역과 그다음 역인 정왕역이 모두 정왕동 북동쪽에 자리 잡고 있다. 공단 지대와 오이도 해양단지가 있는 남서쪽과는 다소 떨어진 위치다. 대리운전기사들이 접근하기에도 상대적으로 편리하지 않다. 정왕동에 사는 택시기사 김병영 씨는 "공단 쪽은 대중교통이 낙후된 편이라 사람들이 자기 차를 많이 이용한다"라고 전했다.
2017년 교통과학연구원이 발표한 <상습 교통법규 위반자 관리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음주운전 횟수와 대리운전 이용 편의성은 상관 관계가 있다. 오이도 해양단지에서 15년 넘게 일했다는 한 대리운전기사는 "지금은 아니지만 예전에는 대리운전 호출하면 보통 30분은 기다려야 했다"라고 말했다. 최기영 정왕지구대장은 "정왕동에서 술 마신 다른 지역 사람들이 인천이나 부천, 안산 등으로 가려고 하면 대리비용이 적지 않다"며 음주운전자들이 늘어난 이유를 설명했다.
● 음주사망사고 다발지역: 정왕동과 비슷!
우선 '공단'. 동네 10곳 중에 8곳은 지역 안에 공업단지가 있었다. 경남 김해시 장유면과 충남 홍성군 홍성읍 2곳은 바로 옆에 공단이 자리하고 있다. 이들 동네 10곳의 사업체 업종 비율 또한 제조업이 두드러진다. 사업체 수 기준으로 4곳에서 제조업 비율이 가장 높았고 종사자 수 기준으로는 9곳에 제조업 종사자가 최다였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음주운전은 개인적인 특성이 미친 영향이 크지만 지역적인 특성도 어느 정도 영향이 있다"면서 "사고 자체에 대한 분석과 지역적 특성 분석을 가미해 경찰 단속 방향이나 교육·홍보 방안을 구체적으로 설정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좀더갈자] 음주운전 사고 많은 시군구 특성은?
<마부작침>은 시군구 단위로 확대해 음주운전 사고 발생과 지역 특성을 살펴봤다. 지리정보시스템을 활용해 '전국 음주운전 교통사고 지도'를 만들고 음주운전 사고 데이터와 각종 사회적 지표의 연관성을 분석했다.
각 사회적 지표는 인구 통계, 사회경제 통계, 공간 통계 등으로 변수로 나눠서 구조화했다. 음주운전 사고와의 연관성은, 한 변수가 다른 변수와 어느 정도 관련성이 있는지 분석할 때 이용하는 상관 관계 분석으로 따져봤다. ±1에 가까울수록 강한 상관성이 있다고 볼 수 있다.
사회경제 통계에서는 산업별 업체 중에서 '협회 및 단체, 수리 및 기타 개인 서비스업'(이하 개인 서비스업) 업체 수와 음주사고 건수 사이의 상관계수가 0.33으로 보통 수준의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숙박 및 음식점업'(0.28)과 '운수 및 창고업'(0.25)이 뒤를 이었다. 산업별 종사자 수에서는 '숙박 및 음식점업'의 상관계수가 0.50으로 가장 높았고 개인 서비스업(0.49), 교육 서비스업(0.46), 도매 및 소매업(0.45)도 0.40 이상의 상관계수로 나타났다. 업체 수보다는 종사자 수가 음주사고 건수와 높은 상관성을 보였다. 지역별 재정자립도의 상관계수는 0.43이었다.
공간 통계와는 상대적으로 상관성이 낮게 나타났다. 시군구별 상업지역 면적비율의 상관계수는 -0.01로 거의 상관성이 없었고, 공업지역 면적비율은 0.10으로 아주 약한 양의 상관관계였다.
송수연 책임연구원은 "음주운전 사고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수많은 요소가 있어서 인과 관계를 딱 잘라 설명하기 어렵다"면서 "지역적 특성 파악이 의미는 있지만 연구가 쉽지 않다"고 말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선임연구원은 "음주운전을 유발하는 지역 특성을 찾아도 그걸 단기간에 개선하기 쉽지 않다는 정책 대응의 한계가 있다"라고 지적했다.
● 음주운전 적발자에게 물었다, "왜 음주운전 하셨어요?"
A씨는 지난 5월 30일 법원으로부터 징역 4년 확정 선고를 받았다. A씨는 지난해 8월 말 새벽에, 혈중 알코올 농도 0.173%, 만취 상태에서 차를 몰다 택시를 들이받고 달아나 재판에 넘겨졌다. 음주운전에 무면허, 뺑소니까지 더해진 데다 A씨는 과거에도 음주와 무면허 운전으로 5차례 이상 처벌된 전력이 있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자신에게 아무런 교화의 가능성이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였다"면서 "장기간 이 사회에서 격리하는 것만이 합당한 처벌이 될 수 있다"라고 강하게 질타했다.
이처럼 상습범 수준으로 음주운전하는 이들, 도대체 왜 그러는 걸까. <마부작침>은 음주운전 적발자들에게 왜 술을 마시고 운전을, 또 거듭해서 하는 건지 직접 물어봤다.
● 적발된 것 말고도 '평균 6.5회 음주운전'
'최근 3년 간 단속 여부와 관계없이 술 마시고 운전한 경험이 있느냐' 하고 물었더니 거의 절반인 109명, 49.8%가 그렇다고 답했다. 경찰에 적발된 것 말고도 음주운전을 해봤다는 것이다. 음주운전 경험이 있다는 이들의 평균 음주운전 횟수는 6.5회였고, 적게는 1회에서 많게는 50회까지 했다고 응답했다. 음주운전 횟수를 줄여서 답했을 가능성까지 감안하면, 경찰에 적발된 게 한두 번이지 종종 음주운전 해왔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 "술이 깬 상태라서", "단속 기준 아니라 생각해서"
● 한두 번 적발된 뒤에 왜 또 음주운전했냐고 물었더니...
이상에서 보면 이들 답변의 공통점은 음주운전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이 거의 없거나 희박하다는 점이다. "술을 마시면 운전해선 안 된다"는 게 아니라 "술을 마셔도 운전할 수 있다", "이 정도면 혹시 단속돼도 안 걸린다"라고 생각한다. 대중교통이나 대리운전 이용이 어려운 곳에서는 술을 마시지 않거나 아니면 음주운전을 하지 않게 차를 가져가지 않는다는 생각이 없는 것이다.
● 처벌 강화됐다지만 양형기준은 아직...
지난해 9월 25일 새벽, 부산 해운대구에서 혈중 알코올 농도 0.181% 만취 상태로 운전하다 고 윤창호 씨를 치어 숨지게 한 가해자는 1심에 이어 2심에서도 징역 6년을 선고받았다. 검사는 1심에서 징역 10년, 2심에선 징역 12년을 구형했지만 재판부는 "기존 양형기준의 규범력을 무시하기 힘들다"라고 판단했다.
지난 2월 22일 대전 서구에서 만취 상태로 차를 몰다 고 차태현 군을 사망하게 만들고 뺑소니친 가해자도 1심에서 징역 6년에 처해졌다. 판결문에 나온 법정형 범위는 징역 5년~31년이지만 양형기준에 따라 권고형 범위는 징역 5~6년이었다. 법원은 권고형의 상한인 징역 6년을 선고한 것이다. 차태현군의 유족인 이경재 씨는 "윤창호 법이 개정됐는데도 아직까지 실제 법원에서 이뤄지고 있는 판결은 그 전 기준에 따라 이뤄지고 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고 아쉽다"라고 말했다.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지난 6월 10일 전체회의에서 위원회 임기 전반기(2019년 4월 27일~2020년 4월 26일) 내에 교통범죄 등의 양형기준을 수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실효성 있는 처벌 강화와 함께 음주운전에 대해 가볍게 여기는 인식 수준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송수연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윤창호법' 이후 가장 많이 들리는 질문이 '술 몇 잔까지 괜찮냐'는 것일 정도로 음주운전에 대한 잘못된 인식이 기본적으로 있다"면서 "여러 번 반복하는 음주운전자 비중도 줄지 않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명묘희 도로교통공단 책임연구원은 "상습성이 큰 음주운전자 중에는 자신이 운전하면 안 되겠다고 결정 못 하는 사람들이 많다"라고 설명하고 "별도 관리나 치료와 함께 음주운전 방지장치 도입 같은 걸 병행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심영구 기자 (so5what@sbs.co.kr)
김학휘 기자 (hwi@sbs.co.kr)
안혜민 기자·분석가 (hyeminan@sbs.co.kr)
장유선 브랜드디자이너
이유림 인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