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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녹색잎 포식자 흰불나방 활개…가로수 초토화

[취재파일] 녹색잎 포식자 흰불나방 활개…가로수 초토화
녹음이 짙어야 할 시기에 활엽수들이 벌거숭이가 되고 있다. 곱게 물들 가을 단풍의 꿈은 사치였다. 겨울도 오기 전에 푸른 옷이 발가벗겨졌다. 병에 걸린 게 아니고 해충의 짓이다. 미국에서 들어온 '흰불나방' 애벌레가 활엽수 녹색 잎을 닥치는 대로 갉아 먹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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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 금강 변 벚나무는 초토화되고 있다. 강변을 따라 3.5km 구간에 심어진 벚나무가 나방 습격을 받았다. 녹색 잎이 완전히 사라진 벚나무는 50여 그루나 된다. 나머지는 하릴없이 잎을 잃고 있다. 애벌레들은 벚나무 푸른 잎을 남김없이 먹어치웠다. 잎은 사라지고 실같이 뻗어 있던 잎맥만 앙상하게 남았다. 애벌레는 흑갈색 몸에 긴 검은 털과 흰털이 빽빽하다.

북미가 원산인 미국흰불나방은 1958년 우리나라에 들어왔다. 일본엔 10년 앞선 1948년에 등장했고, 중국에서는 1979년에 발생했다. 국내에 들어온 지 60년이 넘었으니 토착화한 곤충인 셈이다. 애벌레는 번데기로 겨울을 보낸 뒤 5~6월에 날개가 나서 성충인 나방으로 다시 태어난다. 나방은 한 번에 600~700개의 알을 낳고, 4~5일 뒤에 죽는다. 애벌레는 이렇게 1년에 2~3회 태어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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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립산림과학원 남영우 박사는 알에서 부화한 애벌레가 번데기가 되기 전까지 40여일이 걸리고, 최적의 서식 기온은 섭씨 25도 가량이라고 말했다.

애벌레 1마리가 성충이 되기까지 먹는 활엽수 잎의 양은 100~150㎠에 이른다. 애벌레 크기는 3㎝가량이다. 이렇게 먹어치우다 보니 잎이 무성했던 나무도 한 달 조금 넘으면 벌거숭이가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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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흰불나방 산림피해가 조사된 것은 나방이 들어온 지 10년 뒤인 1968년부터다. 산림청에 따르면 흰불나방은 솔잎혹파리, 솔껍질깍지벌레에 이어 세 번째로 피해를 많이 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벚나무와 버즘나무 같은 가로수가 집중 피해를 입고 있다. 활엽수 160여 종이 흰불나방 애벌레의 피해를 입을 수 있다고 한다. 최근 5년간 흰불나방 피해면적은 2014년 7천200ha, 2015년 5천500ha, 2016년 4천800ha, 2017년 6천ha, 2018년 4천500ha에 이른다. 올해도 서울, 경기를 비롯해 충남, 전남, 세종 등 전국에서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 산림청은 이달 말쯤이나 다음 달쯤 피해면적이 집계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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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불나방은 산속나무보다 가로수에 집단 발생을 하는데 이유는 천적이 드물기 때문이라고 한다. 남영우 박사에 따르면 흰불나방의 천적은 기생벌이나 기생파리, 또는 조류 등이라고 한다. 가로수 길은 대부분 시민들의 통행길이다. 애벌레 떼가 나무에서 떨어져 길위를 기어 다니거나 걸어가는 시민들의 몸으로 떨어져 피해를 줄 수 있다. 흰불나방이 창궐한 곳 시민들은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산책하기가 불편하고 두렵다고 한다. 애벌레는 모습이 징그럽기도 하지만 긴 털로 뒤덮여 피부에 해를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 등 방역당국에서 방제를 하고 있지만 문제는 퇴치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애벌레들은 잎 뒷면을 오가며 갉아먹기 때문에 살충제를 살포하더라도 약제를 피할 수 있어 방제 효과가 떨어질 수 있다. 또 나무 아래 땅바닥으로 내려와 기어 다니다가 다시 나무 위로 올라가기도 한다. 때문에 가장 효과적인 방제는 나방이 알을 낳고 막 부화했을 때 퇴치하는 거라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암컷이 잎 뒷면에 600~700개의 알을 낳고 애벌레가 부화하게 되면 한동안 무리를 지어 한곳에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애벌레가 어느 정도 몸집이 커져 따로 떨어져 나가 각자 생활을 하기 전에 퇴치를 해야 효과가 크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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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래돌발해충인 흰불나방이 집단 발생하는 이유 중 하나는 따뜻한 겨울기온이라고 한다. 기후변화로 온난화가 진행되면서 번데기로 월동하는 흰불나방수가 줄지 않고 있다는 거다. 기후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는 생명은 없다. 생태계가 건강성을 유지 하기위해서는 역시 기후변화에 대한 대처가 중요하다. 온실가스 배출원인 석탄, 석유등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숲을 가꿔 지구 온도상승을 막아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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