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0.23은 일본의 '안전 기준치'인가?
0.23μ㏜/h는 안전 기준치일까요? 0.23을 넘으면 위험하고, 0.23을 안 넘으면 안전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이건 인체가 1시간당 0.23마이크로시버트만큼의 방사선을 받는다는 뜻인데, 안전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숫자는 아닙니다. 만일 0.23이라는 숫자 자체가 안전 기준치를 뜻한다면, 취재기자가 0.5가 나오는 현장에서, 방사선을 막는 장비 없이 현장을 누비는 것 자체가 위험하고, 보기 불편한 일일 것입니다. 하지만 기자들은 별도의 장비 없이 아즈마 야구장 근처에서 취재하고, 방송에 그대로 나갔습니다. 일부 마스크를 착용한 기자도 있는데, 그게 방사선을 막아주는 것은 아닙니다.
0.23μ㏜/h는 일본 정부가 '목표'로 삼은 수치입니다. 후쿠시마의 방사능 오염 정도를 0.23만큼 낮추겠다는 뜻입니다. 2011년 이후 제염, 즉 오염을 제거하는 작업을 해오고 있지만, 아직도 현재 진행형인 만큼, 산에서 땅에서 강에서도 방사성 물질이 검출될 수 있습니다. 그런 방사성 물질에서 뿜어져 나와 인체에 피폭되는 선량을 0.23까지 낮추겠다, 그 목표 숫자가 0.23입니다. 딱 0.23이 안전해서, 그 정도까지 오염을 정화하겠다는 것은 아닙니다.
● 왜 0.22가 아니고, 굳이 0.23인가?
왜 0.22도 아니고, 0.24도 아니고, 굳이 0.23μ㏜/h이냐? 알아보니, 몇 번의 계산을 거쳤습니다. 쉽게 말하면, 우선 일반인의 연간 피폭 선량한도 '1m㏜'를 365로 나눕니다. 그럼 하루의 피폭 선량한도가 나오죠. 그걸 다시 24로 나누면, 1시간당 피폭 선량한도가 나옵니다. 근데 사람이 24시간 밖에서만 생활하는 건 아니고, 집 안팎을 드나드니까, 실내에 있을 때 피폭량이 줄어든다는 걸 감안해서 계산에 살짝 변화를 줍니다. 그래서 0.23μ㏜/h의 환경에서 1년 생활을 하게 되면, 연간으로는 1m㏜의 선량을 받게 된다, 그 뜻입니다. 그래서 0.23입니다.
● '연간 1m㏜'를 넘으면 어차피 위험한 거 아닌가?
0.23μ㏜/h가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고 말씀드렸는데, 그 얘기는 결국 연간 1m㏜도 안전 기준치가 아니라는 말과 같은 뜻입니다. 근데 연간 1m㏜가 넘지 않도록 일본 정부가 관리하겠다니까, 결국 0.23 넘으면 위험한 거나 마찬가지 아니냐, 궁금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0.23 이상이면 위험하다는 과학적 근거가 아직까지는 없습니다. 마찬가지로, 1년에 1m㏜ 피폭되는 것은 괜찮고, 1.1m㏜ 피폭되는 것부터 위험하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1m㏜라는 숫자는 사람이 만든 방사선 방호용 관리 수치입니다.
과거 체르노빌 원전 사고의 피폭 피해자를 비롯해 여러 연구들이 진행됐습니다. 지금까지 밝혀진 바에 따르면, 방사선 피폭량과 암 발생률은 100m㏜ 이상에서는 비례하는 것으로 '입증'됐습니다. 100m㏜를 넘으면 피폭량이 많아질수록 암 발생률은 높아집니다. 그런데 지금 후쿠시마에서 취재진이 측정한 0.5μ㏜/h, 이건 1년간 그 자리에 눌러앉아 산다고 가정했을 때, 연간 4.4m㏜가 됩니다. 100% 외부 생활을 가정한 계산한 값이고, 실내 거주 시간이 길어지면 이보다 줄어듭니다. 100m㏜보다 낮습니다. 그래서 "위험할 수 있다"고 표현하면 틀린 말은 아니지만, 보통 듣는 사람들은 이 표현을 "위험하다"고 받아들일 때가 많습니다.
● 공공의 안전을 위한 '가정'
좀 더 정확히 표현하면, 연간 4.4m㏜의 환경에서 거주할 경우, 즉 아즈마 야구장 앞에다 집을 짓고 24시간 들락날락할 경우에 '위험한지' 여부에 대해선 "확인되지 않았다"고 하는 게 맞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은 '우리가 정확히 모른다'는 사실입니다. 다만 100m㏜ 이하 저선량 환경에서 많은 전문가들은, 또 대다수 언론은 100m㏜ 이상에서와 마찬가지로, 피폭량이 많으면 위험도 커진다고 '가정'합니다. 그게 공공의 안전에 부합하기 때문입니다. 일단 위험하다고 가정하고 피폭량을 최대한 줄이는 것이, 우리 건강에 밑질 것 없다는 뜻입니다. 0.23을 굳이 '안전 기준치'라고 보도하는 것은 그런 이유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 후쿠시마 가면, 암 발생 위험이 매일 증가?
최근에도 이런 맥락에서 눈에 띄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후쿠시마에 1주일만 있어도 암 위험이 매일 증가한다"는 기사입니다. 여러 언론이 미국 LA타임즈를 인용 보도했습니다. 방사능에 대한 일반의 두려움에 결과적으로 부합하는 내용입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의 공간 방사선량은 100m㏜를 넘지 않습니다. 100m㏜가 넘는 건 대단히 심각한 방사능 사고에서 볼 수 있는 수치입니다. 100m㏜를 넘는 환경에서는, 피폭선량과 위험이 비례하니까 "암 위험이 매일 증가"한다고 보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후쿠시마역 바로 앞의 공간 방사선량은 2019년 8월 21일 현재 0.14μSv/h입니다. 이건 마이크로시버트 단위입니다. 밀리시버트로 하면, 0.00014m㏜/h입니다. 아즈마 야구장 근처는 이보다 더 낮게 나옵니다. 물론 국내 취재진이 야구장 근처에서 측정한 것처럼, 일부 지점에서는 0.5μSv/h가 나오기도 합니다. 같은 시각 서울은 0.118μSv/h가 나옵니다. 이건 0.000118m㏜/h입니다. 피폭량과 위험이 비례하는 것은 100m㏜ 이상인데, 서울과 후쿠시마의 공간 방사선량은 0.0001m㏜/h 안팎입니다. 즉, 후쿠시마에 1주일 머무른다면, 피폭량은 0.023m㏜, 서울에서 1주일 보내는 것과 비슷한 수치기도 하지만, 이 정도는 피폭량과 건강의 관계에 대해 정확히 알려지지 않은 영역입니다.
즉, 후쿠시마에 1주일 있는다고 "암 발생 위험이 매일 증가"한다고 보도하는 건 아직 확인되지 않은 내용입니다. LA타임즈는 미국 존스홉킨스대 교수의 언급을 인용했습니다. 해당 교수에게 100m㏜ 이하에서는 아직 위험이 커진다고 입증된 바가 없는데, 무슨 취지로 말한 건지 이메일로 물었고, 답을 받았습니다. 앞서 설명 드린 대로, 방사선 방호 전문가 입장에서는 100m㏜ 이하에서도 위험이 비례한다고 '가정'한 모델이 최선이다, 그런 취지에서 언급한 말이 기사에 인용됐다고 답했습니다. 방사선 노출을 최소화하는 것은 그것에 대한 대중의 공포와 그 공포를 반영한 언론 보도로부터 도움을 받고 있습니다.
● 0.1m㏜라도 덜 받으면 좋은 것 아닌가?
맞습니다. 그래서 후쿠시마 가기 싫다고 결정할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런 결정을 하게 된 분들은 다음과 같은 수치도 참고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핀란드 방사선방호청 자료에 따르면, 비행기를 타고 고도 10km를 비행할 때 1시간당 5μSv의 방사선에 노출됩니다. 이건 후쿠시마 아즈마 야구장 앞에서 국내 취재진이 측정한 수치의 10배입니다. 건강에 이상이 생겨서 가슴 X-ray를 찍으면 0.1m㏜를 받는데, 이건 100μSv니까, 아즈마 야구장 앞 0.5가 나온 지점에서만 200시간 머무는 것과 같습니다.
또 우리나라에서도 각 지역의 지반이 다르기 때문에 공간 방사선량이 다릅니다. 2019년 8월 21일 수치 기준으로, 연간 방사선량을 계산하면, 강원도 속초는 1년에 1.62m㏜, 제주 서귀포는 1년에 0.65m㏜입니다. 1년을 살 때 속초 주민이 서귀포 주민보다 약 1m㏜의 방사선을 더 받습니다. 그렇다고 언론이 속초 주민들이 위험에 처했다는 보도를 하지는 않습니다. 또 핀란드 일부 지역은 공간 방사선량이 속초보다도 훨씬 높아서, 1년에 6m㏜를 웃돌지만, 우리 정부가 여행 금지를 검토하지는 않습니다. 핀란드 자연에서 나온 것이든, 후쿠시마에서 인공적으로 방출된 것이든, 방사선이 인체에 미치는 영향은 똑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