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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파일] 조국은 '가짜뉴스'를 처벌할 것인가?

[취재파일] 조국은 '가짜뉴스'를 처벌할 것인가?
"진실과 허위는 일도양단식으로 선명하게 나눠지지 않는다. 일상 시민의 표현에서 진실과 허위는 섞여 있는 경우가 많으며, 권위 있는 학문과 사상도 완전한 진리를 독점하지 못한다. (중략) 자신에 대한 허위 사실이 공표, 유포 당하였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공적 인물인 경우에는 법적 제재를 가동하는 것은 극도로 조심해야 한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공적 인물은 항상적인 비판과 검증의 대상인데, 보통의 시민이 그 공적 인물에 대한 완벽한 정보를 가지는 것은 불가능하다. 따라서 시민이 공적 인물에 대한 비판을 하는 과정에서 부분적으로 허위사실이 제기되었다는 이유로 그 시민에게 법적 제재가 내려진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위축될 것이 명약관화하다."

마치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처벌 방침에 대한 반대의 뜻을 밝힌 것처럼 보이는 이 문장은 누구의 것일까요? 바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의 민정수석을 지냈고 이번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의 글입니다. 2012년 9월 『서울대학교 法學』 제53권 제3호에 기고한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 -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공표죄 판례 비판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입니다.
(수정) 조국,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 2012년 9월.
● '표현의 자유' 강조한 조국…'가짜뉴스 처벌'과 모순?

그렇다면 표현의 자유를 강조하는 진보적 법학자로 알려진 조국 후보자의 철학과 조 후보자가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법무부 등이 발표한 이른바 '가짜뉴스 처벌 방침'은 서로 모순되는 것일까요? 만약 그렇다면 조국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이 된 후에 가짜뉴스 처벌 방침을 성실하게 집행할 수 있을까요?

이 글에서는 과연 조 후보자의 표현의 자유에 대한 철학과 현 정부의 가짜뉴스 처벌 방침이 공존할 수 있는 것인지 짚어보려고 합니다. 특히 가짜뉴스 처벌 방침과 관련해 제기되는 여러 우려의 목소리와 조국 후보자가 예전 논문에서 주장한 내용에 어떻게 관련되는지 살펴보고, 조국이라는 진보적 법학자가 가짜뉴스 처벌 방침의 책임자가 될 예정인 일견 모순적으로 보이는 상황의 의미를 분석해보겠습니다.

표현의 자유에 대한 조국 후보자의 평소 철학은 분명해 보입니다. 형법학을 전공한 조국 후보자는 2014년 펴낸 저서 『절제의 형법학』 서문에서 "형법을 통하여 특정 도덕이나 사상을 강요하거나 표현의 자유를 비롯한 헌법적 기본권을 제약·억압하는 것에 반대한다"라고 밝힙니다. 2015년에 제2판을 펴내며 덧붙인 글에서도 "법 개폐나 판결을 통하여 형법의 과잉윤리화 현상, 형법을 사용하는 표현의 자유 억압 등이 사라져 이 책이 더 이상 소용없게 되기를 바라마지 않는다"라고 입장을 선명하게 드러냈습니다.

실제로 조국 후보자는 여러 논문에서 국가가 형사처벌을 이용해 시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현실적 문제들을 조목조목 비판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이란 논문에서는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유죄 판결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선거 과정에서 "표현의 자유 행사를 형사처벌로 제약하는 것은 무조건 경계되어야 한다"라고 밝혔습니다. 나아가 조 후보자는 "부분적 오류, 과장, 허위가 있다고 하더라도 공직후보자에 대한 검증을 억제하는 것은 민주주의 원칙에 반한다."라고 주장하며 일부 허위가 있는 정보를 유포한 행위에 대해서 형사처벌을 하는 것 역시 잘못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심지어 "과장 또는 명백한 조작(falsification)조차도 표현의 자유의 근저에 있는 가치와 연결된 유용한 사회적 목표에 기여할 수 있다."라며 허위사실 유포에 대한 형사처벌 조항을 위헌결정한 캐나다 대법원의 판례를 인용하기도 했습니다.

● 조국 "공인 명예 훼손엔 비형사적 해결방법만 유지해야"

2013년에 발표한 [사실적시 명예훼손죄 및 모욕죄의 재구성]이라는 논문에서는 "'사회적 강자'인 언론이 다른 '사회적 강자'인 공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와 '사회적 약자'인 사인이 '사회적 강자'인 '공인'의 명예를 훼손한 경우에는 비형사적 해결방법만을 유지"해야 한다며 "'사회적 강자'인 공인이 명예감정에 침해받았다고 하여 형벌권을 동원할 수 있게 한다면, 표현의 자유는 심각하게 제약될 수밖에 없다"라고 밝혔습니다.

조 후보자는 또 2015년에 발표한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이라는 논문에서는 "표현의 자유는 민주주의가 살아 숨쉬기 위해 필수적인 공기 같은 원칙이다. 정치권력자에 대한 신랄하고 통렬한 풍자와 조롱은 주권자 국민의 권리이며, 권력자는 이를 감수할 의무가 있다"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이 논문에서 조 후보자는 'G20 홍보물 쥐 그래피티 사건'이나 '광녀 박근혜 포스터 사건' 등에 국가가 모욕죄 등을 적용할 수 없을 경우 공용서류 등의 무효죄나 주거침입죄 등 다른 죄명을 적용한 사례를 집중적으로 비판했습니다. 여러 논문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과거의 조국 후보자는 국가가 명예훼손죄나 모욕죄 등의 형법 조항을 이용해 언론의 보도나 시민의 표현을 처벌하는 것에 강하게 반대하는 입장을 드러냈던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그런 점에서 2018년 10월 16일 법무부가 배포한 ['알 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란 보도자료에 담겨 있는 문재인 정부의 정책은 조 후보자의 철학과 정반대에 서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법무부는 "진실을 가리는 허위조작정보의 제작·유포는 오히려 국민의 알 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교란하여 민주주의 공론의 장을 위협한다고 할 것입니다."라며 "허위조작정보의 제작·유포는, 현행법상 ① 타인의 명예를 훼손하는 경우 형법상 명예훼손 내지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 ②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업무를 방해하거나 신용을 훼손하는 경우 형법상 업무방해, 신용훼손, ③ 자기 또는 타인의 이익 내지 손해를 목적으로 허위의 통신을 하는 경우 전기통신기본법위반죄 등으로 처벌되는 명백한 범죄"라고 주장했습니다.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형사범죄화가 필요하다는 방침을 분명히 한 것입니다. 나아가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 사범 발생 초기 단계부터 신속하고 엄정한 수사 체계를 구축하여 배후에 숨은 제작·유포 주도자들까지 추적 규명"하는 것은 물론 "중대한 사안은 고소·고발 전이라도 수사에 적극 착수하는 등 엄정 대처"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수정) 법무부 보도자료, ['알 권리 교란'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2018년 10월.
● 법무부 "허위조작정보 처벌"…표현의 자유 침해는 아니다?

물론 법무부는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방침은 과거 정부가 형사처벌을 이용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것과는 다르다고 주장합니다. "허위조작정보는 객관적 '사실관계'를 '의도적'으로 조작한 허위의 사실을 의미하고, 객관적 사실에 대한 다양한 '의견' 표명이나 실수에 의한 '오보', 근거 있는 '의혹' 제기 등은 이에 해당하지 않으므로" 표현의 자유의 범위 밖에 있는 것이고, 오히려 허위조작정보가 국민의 알권리와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법무부는 주장합니다. 조국 후보자가 비판했던 "형법을 사용하는 표현의 자유 억압"에 법무부의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정책은 해당되지 않는다는 뜻입니다.

예를 들어, [PD수첩]이 미국산 소고기 수입과 관련한 정부 정책을 비판하는 과정에서 허위 정보가 일부 포함된 프로그램을 방송한 것은 '실수에 의한 오보' 등에 해당하기 때문에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하지 않지만, 문재인 대통령이 엄청난 금괴를 몰래 보유하고 있다는 등의 '가짜뉴스'는 사실이라고 믿을 만한 근거가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고 오로지 문 대통령을 음해하려는 의도성을 띄고 있는 내용이기 때문에 "허위조작정보"에 해당한다는 논리입니다. 방송통신위원장 후보자로 지명된 한상혁 변호사가 "가짜뉴스 내지 허위조작정보는 표현의 자유 밖에 있는 것"이라고 말한 것도 마찬가지 주장입니다.

실제로 조국 후보자의 논문에도 악의적 의도가 있으면서 진실로 믿을만한 근거가 없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형사처벌에 대해서는 유보적 입장을 보인 것처럼 해석될 수 있는 대목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앞서 언급한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이란 논문에서 조 후보자는 공직후보에 대한 검증과 비판에 대한 민사판례에선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 아닌 한 쉽게 제한되어서는 아니된다"라는 입장이 유지되고 있다면서, 형사판례의 경향도 "민사판례의 경향으로 바뀌어야 한다"라고 주장합니다. 거꾸로 말하자면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은 형사적으로 제한할 수도 있다는 논리로 해석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동시에 조국 후보자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이라는 우리나라 법원 민사판례의 기준은 미국 판례의 '현실적 악의(actual malice)' 이론을 염두에 둔 것이고, 현실적 악의 이론의 '무모한 무시'를 우리 헌법 실정에 맞게 변용시킨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하다는 논지에 동의한다고 밝힙니다. 그런데 조 후보자는 같은 논문에서 '현실적 악의'를 언급한 미국 연방대법원 판례에 대해 "원고가 '현실적 악의'를 입증하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게 할 정도로 어렵게 만드는 것인 바, 표현의 자유를 강하게 보호하려는 취지"였다고 설명합니다. 복잡한 이야기를 짧게 하자면, 조 후보자는 "악의적이거나 현저히 상당성을 잃은 공격"에 대해서는 형사처벌하는 것이 옳다는 취지로 논문을 쓴 것이 아니라, 거의 입증이 불가능한 정도로 허위정보의 악의성 입증 기준을 까다롭게 설정해 형사처벌을 어렵게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한 셈입니다.

(※ 우연의 일치이겠지만 조국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이낙연 총리가 민주당 대변인이었던 2002년에 국가사랑모임으로부터 허위사실유포로 인한 명예훼손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를 당했지만 승소한 경우를 적절한 판결의 예로 듭니다. 이 총리는 허위조작정보에 대한 형사처벌 방침을 여러 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법무부 장관에 내정된 조국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9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적선동 현대빌딩에 마련된 인사청문회 준비 사무실로 들어가고 있다.
● "악의성 판단 기준은 주관적"…국가권력의 오용 가능성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대책'을 우려하는 법조인들도 실수에 의한 오보 등과 악의적인 허위조작정보를 가르는 기준, 즉, 허위 정보의 악의성 또는 의도성을 정하는 기준이 매우 주관적일 수밖에 없어서 정부가 오용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합니다. 정부가 자신들에게 불리한 허위정보에 대해서는 악의적 의도가 있는 허위조작정보로 판단해 수사권이나 기소권을 발동하고, 자신들에게 불리하지 않는 허위정보에 대해서는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가 있었던 실수, 의도가 없는 오보 등으로 판단해 기소하지 않는 방향으로 움직일 가능성이 크다는 겁니다. 법무부가 공언한 것과 다르게, 그리고 과거의 조국 후보자가 우려했던 것과 같이, 형법이 집권세력의 자의적 기준에 근거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방향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실제로 이명박 정부가 표현의 자유를 억압한 대표적 사건으로 꼽히는 'PD수첩 사건'을 변호했던 김진영 변호사는 지난해 10월 인터뷰에서 "(허위조작정보 처벌에 대한 정부 방침은) 정부의 선의를 믿어 달라는 그런 정도의 의미로밖에 안 들린다. 과연 과실에 의한 오보와 의도적 조작을 명확하게 구분하는 것이 가능한가? 해당 뉴스를 문제 삼는 입장에서는 의도적인 조작이라고 얘기를 하고 보도하는 입장에선 과실에 의한 오보라고 주장을 한다면 명확한 판단이 가능한 것인가? 정부나 권력의 입장에서 마음에 들지 않는 보도에 대해서는 얼마든지 제재나 과잉규제를 가할 수 있는 근거나 방편이 될 수 있다"라며 강한 우려의 뜻을 밝혔습니다. 혐오표현 규제 등 표현의 자유와 관련된 연구에 집중하고 있는 진보적 법학자 홍성수 숙명여대 교수 역시 정부 방침이 발표된 직후 페이스북에 글을 남겨 "이명박근혜가 국민입막음소송 했던 거 하고 뭐가 다른가? 당시 시민사회가 그리고 민주당이 함께 반대했던 조치들이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는지 모르겠다"라며 문재인 정부의 가짜뉴스 엄정 대처 정책을 비판하기도 했습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 (사진=연합뉴스)
● '대통령 합성 사진' 고발한 여당…조국이 비판했던 사례?

게다가 현 정부나 여당이 정부를 비난하는 '가짜뉴스'나 '폭로'에 대해 형사적 수단을 사용하는 방식을 보면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정책이 표현의 자유를 억압할 수 있다는 우려를 기우로만 볼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예컨대, 지난해 1월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가짜뉴스법률대책단은 "가짜뉴스유포 및 명예훼손"에 해당하는 211건을 고소하거나 고발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가운데는 자유한국당 소속 김진권 충남태안 군의원이 문재인 대통령과 개를 합성한 사진을 유포한 사건이 포함돼 있었습니다. 이 같은 여당의 조치는 정확하게 조국 후보자가 [정치권력자 대상 풍자·조롱행위의 과잉범죄화 비판]이라는 논문에서 비판하고 경고했던 종류의 행동입니다. 조 후보자는 이 논문에서 이명박 대통령과 관련해 쥐를 G20 홍보물에 그려 넣은 사건이나, 박근혜 전 대통령을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이 들어간 사과를 들고 있는 백설공주로 묘사한 사건, 박근혜 전 대통령 생가 터 표지판에 닭 부리를 달고 있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얼굴을 그린 사건 등을 "범죄화하는 형사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조국 후보자가 2015년에 우려했던 행동을 가짜뉴스 엄정 대처를 부르짖는 여당이 실천에 옮긴 셈입니다.

기획재정부 사무관이었던 신재민 씨를 정부가 형사고발했던 사건도 표현의 자유의 억압과 관련해 문제가 제기된 사안입니다. 서울지방변호사협회장을 지낸 김한규 변호사는 [신재민 폭로와 미네르바 사건의 교훈](비즈한국, 2019년 1월 7일)이란 칼럼에서 KT&G 사장 선정 과정 개입이나 적자국채 발행과 관련해 언론에 폭로한 신재민 씨를 직무상 비밀 혐의로 고발한 정부의 입장이 법리적으로 근거가 없다고 비판했습니다. 정부가 신 씨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고 주장하면서도, 사실이어서 "비밀로서 보호할 가치가 있다고 인정될 수 있는 것"을 유출했을 때만 적용할 수 있는 직무상 비밀 누설 혐의를 적용해 고소한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는 것입니다. 참여연대 역시 신 씨에 대한 고발은 지나치다며 "내부고발을 가로막는 고발과 소송남발, 인신공격을 지양해야 한다"라고 정부를 비판했습니다. 신 씨에 대한 고발 역시 과거 정부의 '입막음용 형사고발'과 다르지 않다는 뜻입니다. 그럼에도 정부는 문재인 대통령이 2019년 1월 신년기자회견에서 신재민 씨에 대해 "젊은 공직자가 자신의 판단에 대해서 소신을 가지는 것은 대단히 좋은 일"이라고 감싸면서 "그 문제를 너무 비장하게 너무 무거운 일로 그렇게 생각하지 말아 달라"라고 신 씨에게 공개적으로 당부한 이후에도 석 달이 지나서야 고발을 취하했습니다. 이때는 이미 신 씨와 관련된 뉴스가 언론에서 사실상 사라진 후였습니다. 신 씨의 추가폭로를 막고 언론을 조용히 만드는 것이 형사고발의 목적이었다면, 정부로서는 목적을 달성한 셈입니다.

● 조국 장관은 가짜뉴스를 처벌할 것인가?

그래서 정부의 '허위조작정보 엄정 대처' 방침, 특히 형사처벌 방침을 책임지게 될 법무부 장관이 되려는 조국 후보자에게 물어야 할 질문은 다음과 같습니다: 조국 후보자는 정부의 '가짜뉴스 처벌' 정책에 찬성합니까? 만약 찬성한다면 이 정책이 조국 후보자가 공직에 진출하기 전 여러 논문을 통해 비판했던 "형법을 사용하는 표현의 자유 억압"과 다르다고 보는 이유는 무엇입니까? 허위조작정보를 판별하는 기준인 '진실이라고 믿을만한 근거' 그리고 '악의적 의도'에 대한 판단 기준이 자의적이어서 위험하다는 지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만약 정부 정책에 찬성하지 않는다면, 법무부 차원의 가짜뉴스 처벌 정책은 철회할 것입니까? 그렇다면 청와대 민정수석으로 재직할 때 정부 차원의 가짜뉴스 처벌 정책 수립에 개입한 사실은 없습니까? 만약 학자 시절과 공직에 참여한 이후의 생각이 달라졌다면, 이 같은 생각 변화를 정당화하는 근거는 무엇입니까?

이 글을 쓰기 전 법무부 인사청문회 준비단을 통해서 가짜뉴스 정책에 대한 조국 후보자의 '지금의 입장'을 질문했지만, 조 후보자 측은 "학자 시절부터 가진 기본적 생각은 있지만 추후 밝힐 기회가 있을 것이다"라고만 답했습니다. 청문회 준비단 사무실에 출근하면서 쏟아지는 모든 질문에 "인사청문회에서 답을 하겠다"라고 밝힌 것과 마찬가지 기조의 답변이었습니다. 개인적 도덕성에 대한 이슈가 아니라, 조국 후보자가 전문적으로 연구해 온 핵심 주제에 대해서조차 "학자 시절부터 가진 기본적 생각"을 언론에 밝히지 않은 이유가 선뜻 납득되지는 않습니다. 앞으로 인사청문회가 열리기 전 가급적 이른 시기에 가짜뉴스 처벌 정책과 관련한 "학자 시절부터 가진 기본적 생각"을 포함해 법무부 장관이 되려는 지금의 본인 생각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를 바랍니다.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와 윤석열 신임 검찰총장(왼쪽)이 지난 달 25일 청와대에서 가진 차담회에서 대화하고 있다.
● "판단자는 집권세력"…'우리 편은 괜찮다'는 아니길

마지막으로 조국 후보자가 2012년 발표한 논문에서 한 대목을 인용하면서 글을 마치려고 합니다.

"그리고 '허위사실유포죄'처럼 허위사실 유포로 침해되는 법익이 추상적인 경우는 그 위험성이 더욱 커진다. 진실과 허위에 대한 최종판단이 법에 의하여 이루어질 때 그 판단자는 국가권력, 특히 특정 시기 집권을 하고 있는 지배세력일 것이기 때문이다." (조국, '일부 허위가 포함된 공적 인물 비판의 법적 책임', 『서울대학교 法學』 제53권 제3호, 2012, 180쪽)

마찬가지 논리로, 무엇이 악의성을 띈 허위조작정보인지 아닌지를 결정하는 판단자 역시 "국가권력, 특히 특정 시기 집권을 하고 있는 지배세력"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리고 조국 후보자는 그 지배세력의 통치를 형법을 통해 뒷받침하는 법무부 장관이 되려는 사람입니다. 때문에 조국 후보자는 자신의 학자적 소신과 자신이 핵심 실세로서 참여하고 있는 현 정부의 가짜뉴스 처벌 방침 사이의 화해하기 어려워 보이는 모순과 간극에 대해 국민에게 설명할 의무가 있습니다. '조국은 가짜뉴스를 처벌할 것인가'에 대한 조국 후보자의 답을 기대합니다. 그리고 적어도 이 문제에 대한 조국 후보자의 답이 '지금 집권하고 있는 지배세력은 선한 세력이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라는 것은 아니기를 바랍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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