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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강정] 소아암 환자 돕겠다더니…MK스포츠 '수상한 골프대회'

스브스 CSI : 고강정

<앵커>

MK 스포츠라는 인터넷 언론사가 있습니다. 매경닷컴이 40%의 지분을 가진 회사가 운영하는 곳으로 매경닷컴의 기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MK 스포츠에서 소아암 환자들을 돕겠다며 지난해부터 연예인과 스포츠 스타가 참여하는 자선 골프 대회를 열고 있는데 수상한 부분이 있어서 저희 취재팀이 확인해 봤습니다.

사회부 고정현, 강민우, 정다은. 성을 따서 고강정 세 명의 취재 기자가 지금까지와는 조금 다른 새로운 형식으로 그 내막을 취재하고 논의하는 과정까지 함께 리포트에 담아봤습니다.

<기자>

지난 4월 30일 경기 용인에서 열린 MK스포츠배 소아암 환우 돕기 자선 골프 대회입니다.

그러니까 올해로 벌써 두 번째 대회인데 골프 참가비에 기업 후원금을 더해서 소아암 환자를 돕겠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작 얼마를 걷어서 어디다 어떻게 후원했는지 그런 내용은 전혀 나오지가 않습니다.

의아한 게 당시 MK 스포츠가 경기 당일에 홍보성으로 쓴 기사만 해도 120건이 넘는 것으로 확인이 되는데 정작 얼마를 걷어서 어디다가 소아암 환우들을 어떻게 도왔는지 이거에 대한 내용은 한 줄도 안 썼습니다.

[고정현 기자 : 아니, 대회 홍보 기사를 이렇게 많이 쓴 언론사라면 당연히 자기들 기부했다는 것도 기사를 썼을 텐데, 후원 업체는 몇 군데고, 대회 참가자는 몇 명인데?]

[정다은 기자 : 네, 선배 저희가 확보한 자료에는 후원 기업은 40여 곳 정도고요, 골프 대회 참가자는 159명입니다.]

[고정현 기자 : 그럼 민우랑 내가 MK쪽 취재해서 실제로 기부했는지 확인해보고 다은이가 지금 골프장 가서 우리가 확보한 자료들 실제로 맞는 건지 확인해보자]

스포츠 스타 선동열 이봉주, 유명 배우 이순재, 안재모 등이 참가한 자선 골프 대회.

일반 참가자 3명과 유명인사 1명이 4인 1개조로 짝을 이뤄 열렸습니다.

일반 참가자 120명이 1인당 40만 원을 내고 유명인사 40명은 참가비 없이 재능 기부를 하는 형식이었습니다.

골프 비용 40만 원은 일방적인 평일 골프 비용보다 2배 이상 비싼 금액입니다.

[일반인 참가자 : 개인이 가면 십몇만 원이면 치는데, 40만 원 돈 된다는 거는 그중에서 일부분이 (기부금으로) 가는 줄….]

액면상 금액으로 따지면 참가비 수익만 4천800만 원에 달합니다.

기부금은 얼마를 냈을까? MK스포츠는 골프장 사용료와 설치 등 부대비용까지 더해 대회가 적자였다고 주장합니다.

[MK 스포츠 : 1회 때도 느낌상은 몇백 정도 남았는데, 2회 대회 때는 완전히 액면 상에서도 적자였습니다. 5~6팀이 물품 협찬한 (기부하는 일반인 참가자)분들(도) 무료로 하게 된단 말이에요.]

적자였지만 2회 대회가 열리기 한 달 전, 1회 대회와 2회 대회 기부금 명목으로 한 사단법인에 500만 원을 기부했다고 밝혔습니다.

자선 대회의 경우 지원할 단체를 끼고 하는 게 보통인데 MK스포츠는 지원 단체 없이 단독 개최했습니다.

증거자료를 보내달라는 거듭된 요청에 MK스포츠는 사흘 뒤 한 사단법인에 500만 원을 송금한 계좌이체 내역을 보내왔습니다.

그러면서 더 공개할 수 있는 자료는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고정현 기자 : 민우야, MK쪽에서 답이 왔는데]

[강민우 기자 : 네, 선배]

[고정현 기자 : 계좌이체 내역 딱 1장 보내왔네. 대회 한 달 전에 '기부를 미리했다'는 점도 이해가 안 되고 무슨 명목으로 돈을 보낸 건지가 전혀 안 적혀 있어서 네가 사단법인에 직접 가서 관련 내용을 확인해봐야겠다.]

[강민우 기자 : 네 알겠습니다. 지금 보니까 그 사단법인 사무실이 서울이거든요. 지금 바로 출발하겠습니다.]

찾아간 곳은 서비스 산업 관련 사단법인으로 소아암과는 무관한 단체였습니다.

사단법인 역시 500만 원을 입금받은 것은 맞지만 소아암 환자 돕기 명목은 아니었다고 말합니다.

[사단법인 : 사단법인은 거기에 대해선 기부를 안 받고 있어요. 소아암 환자 돕기로는 돈을 10원도 받지 않는다고 제가 말씀을 드렸는데….]

다시 MK 스포츠 쪽에 물어봤습니다.

이번에는 사단법인과 대표자가 같은 모발 협회 쪽 이야기를 꺼냅니다.

[MK 스포츠 : (다른 명목으로 보낸 거를 기부로 보낸 명목이라고 착각한 거 아닌가 싶어서요?) 다 말씀 못 드리지만 조금씩 보탬이 되어서 이쪽으로 쓰시든 저쪽으로 쓰시든 (사단법인과 모발협회를) 하나의 단체로 보고 (기부를) 했기 때문에….]

모발협회는 소아암 환자에게 가발 지원 사업을 하기는 하지만 현금 기부는 받은 적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지금까지 취재를 정리해 보면 소아암 환우 후원 골프 대회를 연 이 MK스포츠는 500만 원을 한 사단법인에 후원했다는 건데, 정작 이 사단법인이나 이 사단법인과 대표자가 같은 모발협회 그 어느 쪽도 소아암 환우 돕기 명목으로는 돈을 받은 적이 없다고 주장합니다.

취재 도중 MK 스포츠 전 직원에게서 소아암 환우 돕기 자원 골프 대회 의혹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MK 스포츠 前 직원 : (후원을 물품 말고) 무조건 현금을 받으란 얘기죠. 돈을 받아라. 그래야 네 월급이 생긴다. 그러지 않으면 너는 물품으로 월급을 가져가란 식으로 얘기를 한 거죠.]

기부 행사를 사실상 수익 사업처럼 추진한 것으로 의심되는 대목입니다.

현금으로 받아 간 기부금 수백만 원 중 일부는 개인 계좌로 받기도 했습니다.

최소 4천만 원 이상 받은 기부 물품 중 고가의 물품을 빼돌렸다는 의혹도 있습니다.

[A사 소아암 골프대회 후원업체 : 소아암이라는 타이틀이 있다 보니까 좀 더 저희들이 물품도 다른 (기부행사)보다는 많이 했고, 나눠주는 걸로 봐서는 저희들 나가는 양이 거의 못 미친 것 같았어요.]

MK스포츠는 개인 계좌로 돈을 받은 건 행정직원의 실수이고, 후원 물품은 대부분 경품이나 상품으로 소진했다고 말했습니다.

공신력을 인정받는 언론사가 그럴듯한 자선 대회를 내세운 대회로 잇속을 챙긴 거 아니냐는 의심을 씻어 내기 어려워 보입니다.

(영상취재 : 양두원·양현철·신동환, 영상편집 : 이승진·김준희, 화면출처 : 네이버TV 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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