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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잇] 살아 움직이는 자이언트모아는 언제 볼 수 있을까?

이정모 | '청소년을 위한 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의 초대 관장

[인-잇] 살아 움직이는 자이언트모아는 언제 볼 수 있을까?
아이들이 공룡을 좋아하는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크고 괴상하게 생겼고, 지금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 이 세 가지 가운데 가장 중요한 이유는 뭐니 뭐니 해도 거대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제로 모든 공룡이 컸던 것은 아니다. 지금까지 발견된 1천여 종의 공룡 가운데 키가 사람 무릎보다 작은 게 거의 절반이나 된다.

진화사를 살펴보면 일정한 패턴이 있다. 작은 동물에서 점점 큰 동물이 등장하는 방향으로 진행된다. 그러다가 기후변화 등 환경에 문제가 생기면 큰 동물들이 먼저 사라지고 작은 동물만 살아남아서 이들이 다시 큰 동물로 진화한다. 6,600만 년 전 지름 10km 짜리 거대한 소행성이 지구와 충돌하자 육상에서는 고양이보다 커다란 동물들은 모두 사라졌다. 이로써 중생대는 막을 내렸다.

위기는 항상 누군가에게는 기회다. 신생대 초기의 험난한 시기를 겪어낸 작은 포유류와 작은 조류형 공룡들은 점점 커다란 방향으로 진화했다. 아프리카의 타조와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뮤처럼 커다란 새가 등장한 것이다. 타조와 에뮤는 날지 못한다. 날지 못하고 걷는다고 해서 주금류(走禽類)라고 부른다.

주금류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오해하는 게 하나 있다. 원래 이 새들은 날 수 있었는데 몸이 점차 무거워지면서 어느 순간부터 날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아프리카의 타조,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 오스트레일리아의 에뮤, 그리고 뉴질랜드의 자이언트모아는 모두 같은 조상에서 갈라져 나왔다.

날지 못하는 커다란 새는 육식 포유류의 좋은 먹잇감이다. 최근까지 살아남은 주금류들은 주로 육식 포유류가 없는 곳에 살고 있었다. 지금은 멸종된 코끼리새와 자이언트모아가 살던 마다가스카르와 뉴질랜드도 마찬가지다. 두 섬에는 딱히 위협이 될 만한 육식 포유류가 없었다.

뉴질랜드의 자이언트모아는 암컷의 키가 3.6m, 몸무게는 250kg이나 됐다. 지구상에 존재했던 가장 큰 새다. 수컷은 키가 1.5m, 몸무게 85kg으로, 몸집이 암컷의 1/3 정도였다. 뉴질랜드는 주금류의 천국이었다. 포유류라고는 박쥐 몇 종류, 그리고 해안가에 올라와서 쉬는 물개와 바다사자류가 전부였기 때문이다. 불과 몇 백 년 전까지만 해도.

14세기에 폴리네시아의 마오리족이 뉴질랜드에 진출했다. 마오리족이 나타난 후 자이언트모아는 급격히 감소하기 시작했다. 100년이 지나자 자이언트모아는 거의 사라졌고 마오리족은 20~50만 명으로 늘어났다.

16세기가 되자 유럽인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게 되었다. 그리고 자이언트모아는 멸종하고 마오리족은 19세기 말에는 4만 명까지 줄어들었다. (현재 뉴질랜드의 마오리족은 약 20만 명 정도로 전체 인구의 7.5%를 차지한다.)

외래종이 들어와서 생태계를 교란시키는 경우가 있는 것처럼, 토착종이 멸종해서 생태계가 교란되는 경우도 있다. 자이언트모아가 멸종하자 뉴질랜드 생태계가 요동쳤다. 자이언트모아가 다른 동물에게 독성 작용을 하거나 공격적으로 확장하는 식물 종을 먹어치움으로써 영양의 흐름을 조절하고 들불을 예방하던 역할을 했었기 때문이다.

마다가스카르의 코끼리새가 사람들의 기억에서 점차 사라지는 동안 뉴질랜드의 자이언트모아는 사람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뼈와 근육, 피부와 발톱이 모두 잘 보존된 부시모아의 발이 남아 있는 덕분이다. 작은 동물뼈와 달리 커다란 뼈에는 DNA가 잘 보존되어 있다.

과학자들은 이 표본으로 자이언트모아를 복원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국제 유전학 연구팀은 부시모아의 게놈을 분석해서 재구축했다. 뼈에서 추출한 DNA를 닭의 배아에 넣어서 자이언트모아를 복원하려는 시도는 실패로 끝났지만, 현재는 자이언트모아의 깃털 색깔을 결정하는 유전자를 찾아내는 연구를 통해 복원 시도를 이어가고 있다.

2010년에는 수컷 자이언트모아의 DNA가 붙어 있는 알도 발견되었다. 과학자들은 아마도 자이언트모아는 수컷이 알을 품었을 것이라고 말한다. 일리 있는 추측이다. 현재 오스트레일리아에 살고 있는 주금류인 에뮤의 경우도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양육은 강한 동물의 상징이어서, 인간이 나타나기 전까지 먹이사슬의 최고 위치에 있던 자이언트모아로서는 당연한 행태였을 것이다.

모아 복원에 대한 열망엔 단순히 사라진 동물을 다시 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환경을 지속가능하게 만들겠다는 의도가 깔려 있다. 가장 큰 새인 자이언트모아의 거의 완벽한 화석은 런던자연사박물관에 있다. 이제 머지않아 살아있는 모습을 볼 때다.

(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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