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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까지 판다] 학교 돈이 쌈지돈?…교비로 벌금 내라는 '옥중 편지' (풀영상)

▶ [끝까지판다①] 벌금도 학교 돈으로?…회장님 '옥중 편지' 입수

<앵커>

200억 원대 세금을 체납한 기업인이 아무 권한도 없이 사립학교 경영에 개입하며 전횡을 일삼고 있다고 전해드리고 있습니다. 저희 끝까지 판다 팀은 취재 과정에서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이 옥중에서 자필로 쓴 편지를 입수했는데, 빨리 나가고 싶어서 학교 돈을 끌어다 벌금을 내려했던 정황이 드러납니다.

먼저 박재현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교도소 수감 중 학교 운영에 대해 지시하는 동영상을 촬영했던 이규태 일광그룹 회장.

이 회장의 지시는 동영상뿐 아니라 여러 가지 방식으로 학교 측에 전달됐습니다.

이 회장이 옥중에서 썼다는 편지도 끝까지 판다 팀이 입수했습니다.

작성 시기가 2018년 6월로 보이는 편지에는 "몇억 때문에 이곳에 더 있다는 것이 너무 속이 상한다"고 적었습니다.

벌금 14억 원을 모두 내야 가석방 심사를 받을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못하는 상황에 대한 답답함을 토로한 것으로 보입니다.

이 회장은 가석방 심사 날짜들을 언급하면서 "이미 한 번의 기회를 놓쳤다, 이런 일이 말이 되느냐"며 측근들을 다그쳤습니다.

[학교 관계자 : 벌금을 내면 (가석방) 대상에 올라가고, (수형기간이) 얼마 안 남았으니까 변호사 통해서 나올 수 있다고 생각했던 거죠.]

이후 편지에서는 벌금 마련 방법을 구체적으로 지시했습니다.

이 회장 스스로 마련할 수 있는 돈은 5억 원이니 나머지는 마련해 보라는 겁니다.

그래도 모자라면 학교 돈 6억 5천만 원을 일단 자신이 먼저 쓰고, 나중에 채워 넣으면 어떻겠냐고 측근들에게 얘기합니다.

[학교 관계자 : (주위에서) 다 채워준다고 했지만, 정확하게 그 시간에 나온다는 보장이 없으니까. 일단 학교 돈을 먼저 쓰고 가자는 거죠.]

학교 공금을 마치 개인 쌈짓돈처럼 쓰려한 겁니다.

이런 시도는 그러나 학교 내부의 강력한 반발로 막판에 무산됐습니다.

끝까지 판다 팀이 입수한 이규태 회장의 편지는 2017년 봄부터 2018년 여름 사이 작성돼 측근에게 전달된 것으로 보입니다.

[학교 관계자 : 회장님이 전달하라는 메시지라고 하면서 그렇게 알려 줬어요. (비서) 통해서 오고 운전기사님 통해서 전달해 주실 때도 있고.]

이규태 회장 측은 옥중편지를 보낸 사실이 있는지에 대한 취재진의 질문에 답변을 거부했습니다.

다만, 당시 이 회장 변호인은 이 회장이 준비한 서류를 받아 운전기사에게 전해준 적이 있다며 편지의 필체도 이 회장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진훈,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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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태회장 옥중 편지 내용
▶ [끝까지판다②] "학교는 법인의 왕국"…'교직원 기부금'까지 체크

<앵커>

이규태 회장의 자필 편지 곳곳에는 이 회장이 사립학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습니다. 이 회장은 "학교는 법을 위반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는 법인의 왕국"이라고 측근들에게 강조했습니다.

이어서 이현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이규태 회장은 옥중 편지에서 학교 직원들의 정보도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직원들 모르게 비밀리에 진행하라는 지시였습니다.

교직원들의 지난 5년간 출퇴근 기록, 자신이 장로로 있는 교회의 예배에 누가 참석했는지까지 요구했습니다.

또 자신이 설립한 복지재단에 교직원들이 얼마씩 기부하는지도 확인해 보고하라고 지시했습니다.

기부금 규모를 늘리려고 꼼수도 동원됐습니다.

교사들에게 수당을 더 주는 대신 일부를 기부금으로 내도록 했다는 게 학교 관계자의 얘기입니다.

[학교 관계자 : 교사들에게 사학수당 인상을 처음으로 해줬어요. 그러면서 기부금·후원금으로 50만 원, 30만 원, 얼마씩 내라고 온 거예요. 10만 원 올려 줄 테니까 10만 원씩 기부금 더 내라고 그런 적도 있고.]

학교 돈으로 자신이 설립한 복지재단의 기부금을 불렸다는 겁니다.

게다가 교직원들이 제대로 냈는지 일일이 확인하려 보고까지 받으려 한 겁니다.

자신이 출소한 후 개인적으로 필요한 각종 경비를 학교를 통해 챙기려 한 정황도 있습니다.

이 회장은 옥중 편지에서 학교 기획홍보실 직원에게 다른 계열사와 함께 학교의 법인카드를 신청하라고 지시했습니다.

[학교 관계자 : 기획 홍보실에서 다 예산으로 잡으라고 했던 부분이 있어요. 그때부터 (가석방을) 준비한 거죠.]

직원들에게도 자신이 학교와 계열사의 법인카드를 사용하기로 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유치원)에서 1,500(만 원) 정도 하고 카드 500(만 원)을 하는 걸로 일단 얘기가 됐어. 방학 같을 때에는 안 써야지.]

200억 원대 세금 체납 중에도 학교를 돈줄로 활용하고 있는 셈인데 정작 이 회장은 자신의 세금 체납에 대해서는 별 죄의식이 없었습니다.

[이규태/일광그룹 회장 : 사업하는 사람이 세금 안 낸 건 뭐 도덕적으로 비난받을 부분적인 일이지 쳐죽일 내용은 아니잖아.]

국회 교육위 소속 박용진 의원은 사학비리의 전형이라고 강하게 질타했습니다.

[박용진/더불어민주당 의원 : 이규태의 일광학원같이 심각한 비리사학의 경우 하나마나 한 감사에만 매달릴 것이 아니라 교육 당국이 관선이사 파견 등의 적극적인 조치를 해야….]

박 의원은 이미 여러 차례의 교육청 감사 이후에도 전횡을 일삼고 있는 이규태 회장을 국정감사 증인으로 부르는 방안도 고려 중이라고 밝혔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하 륭, 영상편집 : 김준희, CG : 김민영, VJ : 김준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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