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법원 "고교 테니스 승부조작 유죄…여전히 인정하지 않는 감독"

김기태 기자 KKT@sbs.co.kr

작성 2019.07.21 15:33 수정 2019.07.21 17:03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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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는 2018년 1월, 8시뉴스와 취재파일을 통해 서울의 한 고등학교 테니스부의 승부조작 의혹에 대해 두 차례 보도했습니다. 해당 학교 테니스부 감독 A 씨가 2017년 4월 전국체전 고등부 서울시 예선에서 자신의 아들과 경기를 하게 된 제자를 기권처리 해 패하게 하는 방법으로 승부를 조작했다는 의혹입니다. A 씨는 보도 직후, SBS의 보도 내용에 대해 언론중재위원회에 직권중재를 수차례 요청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원은 보도된 내용을 대부분 사실로 인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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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은 업무 방해 혐의를 적용해 A 감독을 재판에 넘겼고 징역 2년을 구형했습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5단독(최유나 판사)은 지난 11일 A 감독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더 이상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며 판결 내용을 기록으로 남깁니다.
아들 위해, 제자 기권시킨 테니스부 감독법원이 판단한 감독 A 씨(이하 피고인)의 범죄 사실은 이렇습니다. 피고인은 2017년 4월 4일 서울시체육회가 주최한 전국체전 예선 8강전에서 자신의 아들과 경기를 하게 된 제자(고교 2학년)에게 "같은 학교 선수끼리 8강전을 하게 되면 시드를 배정받은 상위랭커를 4강전에 진출시키기로 각 학교 지도자들 간에 합의되었다. 적당히 몸만 풀다 나와라"라고 말하여 사전에 경기 결과가 정해졌다고 알려주고 경기에 임하도록 지시합니다. 이 지시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아들과 맞붙은 제자가 1세트를 6대 2, 2세트도 4대 3으로 앞서게 되자 피고인은 자신의 아들을 코트 밖으로 나오도록 하고 제자를 기권 처리합니다.

법원은 이렇게 판단했습니다. "피고인은 고등학교 테니스 선수가 전국체전 단체전에 입상하면 대학입시에서 상당한 가산점이 부여되는 점과 '제98회 전국체전 고등부 테니스 서울시 대표'로 선발되면 우수 선수들이 많은 서울시가 단체전에서 입상할 가능성이 높은 점을 고려하여 자신이 지도하는 아들(당시 고교 3학년)을 '제98회 전국체전 고등부 테니스 서울시 대표'로 선발하기로 마음먹었다." 한 마디로 자신의 아들을 위해 승부조작을 저질렀다는 겁니다.

검찰 조사에 따르면, "같은 학교 학생끼리 8강전을 하게 되면 시드를 배정받은 상위랭커를 4강전에 진출시키기로 각 학교 지도자들 간에 합의되었다"는 피고인의 주장은 사실과 다릅니다. 대회에 출전한 다른 학교 코치는 이런 내용을 피고인과 합의한 바 없다고 진술했습니다. 또 다른 학교 소속 학생들은 8강전에서 같은 학교 학생끼리 시합을 하게 되었음에도 정상적으로 치른 경기 결과에 따라 4강전에 진출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또 피고인이 주장하는 '8강전 같은 학교 대진 시 상위랭커 진출' 합의는 예선전 주최자인 서울시체육회에서 정하거나 이사회 결의를 거친 사항도 아닌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법원법원은 "피고인의 주장은 다른 학교 코치들과 업무방해행위를 공모하였는지 여부에 관한 것일 뿐 업무방해죄 성립에 영향을 미치지 아니한다"고 판단했습니다. 선수들의 기량이 우연적인 요소와 상호작용하여 승패가 결정되는 까닭에 누구라도 확실하게 미리 결과를 예단할 수 없다는 점이 스포츠 전반의 본질적인 특징인데 피고인이 주장하는 사전적인 담합 자체가 사실상 승부조작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법원은 "이 사건 범행은 전국체전 선발전의 공정성에 대한 사회적 신뢰를 해치는 결과를 초래하였고 정정당당한 승부를 바탕으로 하는 스포츠의 기반 자체를 뒤흔드는 것으로서 죄질이 가볍지 아니하다"고 질타했습니다.

하지만 피고인은 여전히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법원은 형을 결정하면서 "피고인은 자신의 행위가 승부조작이 아니고 정당한 로컬룰이라고 주장하는 등 이 사건 범행에 대해 부인하면서 반성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피고인과 검찰 양측은 모두 1심 판결에 불복해 항소했습니다.

'정정당당한 승부를 바탕으로 하는 게 스포츠의 기반'이라는 법원 판단대로 A 감독이 지금이라도 잘못을 인정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