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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항 체류' 앙골라 가족 대리인 "난민법 조항 위헌" 주장

'공항 체류' 앙골라 가족 대리인 "난민법 조항 위헌" 주장
7개월째 인천국제공항에서 체류 중인 앙골라인 일가족을 대리하는 변호사들이 난민 심사 여부를 정하는 절차를 다루는 법률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서울고법 행정1-1부는 오늘(19일) 앙골라 국적인 루렌도 은쿠카씨 가족이 인천공항 출입국·외국인청장을 상대로 낸 '난민 인정 심사 불회부 결정 취소 소송'의 항소심 첫 변론을 열었습니다.

루렌도씨와 그의 부인은 자녀 4명과 함께 관광 비자로 지난해 12월 28일 한국에 도착한 이후 현재까지 인천공항 면세구역 내 환승 편의시설지역에서 체류하며 숙식을 해결하고 있습니다.

콩고 출신 앙골라 국적자인 이들은 앙골라 정부가 콩고 이주민을 추방하는 과정에서 박해를 받다가 한국행을 결심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들은 그러나 난민심사 대상에 올릴지를 가리는 '회부 심사' 단계에서 거절당했습니다.

출입국 당국은 루렌도씨 일가족이 오로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난민법 시행령은 경제적인 이유로 난민 인정을 받으려는 경우엔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수 있다고 규정합니다.

루렌도씨 일가족은 불회부 결정에 불복해 소송을 냈지만 1심은 "안타까운 사정은 맞지만 불회부 결정이 위법하지 않다"며 기각했습니다.

루렌도씨 측 대리인은 그러나 항소심에서 불회부 결정 관련 조항이 헌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했습니다.

난민 인정 심사에 회부하지 않을 기준을 법률이 아닌 대통령령으로 정한 건 법률 유보 원칙에 위배된다는 주장입니다.

법률 유보란 권리 제한이나 의무 부과는 반드시 법률로써 규정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출입국 당국 측은 "명백한 하자가 없다면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기회를 주는 게 난민법 취지에는 부합하지만, 현실적으로는 회부 심사 제도 없이 누구든 와서 난민 인정 심사를 받을 수 있게 하면 국경 수비에 큰 타격이 된다"며 어려움을 이야기했습니다.

출입국 당국 측은 또 "선진국은 비자로 입국자를 어느 정도 여과할 수 있지만, 우리는 대부분의 외국인에게 인천공항을 통과할 수 있게 개방해 놨다"며 "작위적으로라도 여과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날 재판에서 루렌도씨 측 대리인은 콩고 이주민에 대한 앙골라 정부의 박해 현황을 파악할 필요가 있다며 유엔난민기구에 관련 사실조회도 신청했습니다.

재판부는 원고 측 주장을 받아들여 사실조회 신청을 채택했지만 회신이 너무 늦어질 경우 다른 자료로 대체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습니다.

출입국 당국 측도 유엔난민기구의 회신을 기다리느라 재판이 지연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습니다.
루렌도 가족의 추방을 촉구하는 문화정책반대 등 단체(왼쪽)와 루렌도 가족의 난민심사 기회 보장을 촉구하는 난민과함께공동행동
이날 재판 전후 고등법원 앞에서는 난민단체와 반난민 단체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난민과함께공동행동은 "루렌도 가족의 난민 인정심사 회부 심사는 고작 2시간 남짓이었고 불회부 처분 통보 문서에는 담당 기관의 직인조차 제대로 찍혀 있지 않았다"며 "난민심사를 받을 권리를 보장해 루렌도 가족이 하루빨리 공항에서 벗어나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습니다.

반면 난민대책국민행동, 다문화정책반대, 국민을위한행동 등의 단체는 "루렌도 가족은 가짜 난민으로, 1심 판결문에 따르면 이들은 대한민국 대사관에 가짜 재직 증명서를 냈고 은행 잔고 증명서도 가짜로 보인다"며 "난민법 악용을 막아야 한다"고 맞섰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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