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까지 판다] 소방관 생명줄 '20년 독점', 선택권 없었다

최고운 기자 gowoon@sbs.co.kr

작성 2019.07.16 20:35 수정 2019.07.16 21:3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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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목숨을 걸고 생명을 구하는 소방관들의 공기호흡기가 필수 안전장치도 없이 현장에 납품되고 있는 현실, 저희 끝까지 판다팀이 어제(15일) 전해 드렸습니다. 산청이라는 업체가 지난 20년 동안 시장을 독점하면서 이런 일이 벌어졌는데 취재팀이 소방 당국의 구매 절차를 살펴봤더니 독점 업체에 모든 것을 맞추고 또 끌려다니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습니다. 오죽하면 소방 업계에서는 소방청 위에 '산청'이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습니다.

최고운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두 달 전 부산소방본부가 낸 입찰 공고문입니다. 공기호흡기 10억 원어치를 구매한다는 내용입니다.

제품 규격서에는 공기호흡기를 구성하는 4가지 종류의 물품명이 구체적으로 적혀 있습니다.

이게 어떤 물품일까, 물품명을 산청 홈페이지에서 검색했더니 제품들이 나오는데 모두 허드와 급속충전기 등 필수 안전장치가 빠진 것들입니다.

전북소방본부도 마찬가지입니다.

[국민권익위원회 담당 조사관 : ((규격이) 일종의 모델 번호 같은 거죠?) 네 맞습니다. (그럼 규격을 정하는 것만으로도 '산청' 제품이라고 딱 특정이 되는 거네요?) 네 맞습니다.]

형식은 누구나 입찰할 수 있는 경쟁 방식.

하지만, 내용을 들여다보면 '산청' 제품 말고는 진입 자체가 불가능한 구조입니다.

이렇다 보니 '산청'과 관계가 없는 업체들은 낙찰을 받아도 또 다른 문제가 남아 있습니다.

제품 규격을 맞추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산청' 제품을 사서 납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한 업체는 '산청'으로부터 물품을 구매하지 못해 직접 납품을 결국 포기했습니다.

[소방장비 낙찰 경험 업체 : (낙찰받으신 입장에서는 길이 하나뿐인 상황이 되잖아요.?) 그렇죠. 사서 납품하든지 아니면 물건을 양도 양수해서 그 업체(산청)에서 알아서 납품하고 영업 이윤식으로 (조금 받든지.)]

소방 당국도 이런 독점의 문제점을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제품을 살 때부터 A/S까지 소방 쪽의 선택권이 없다는 겁니다.

[A 소방본부 담당자 : 개인적으로 산청을 제일 싫어합니다. 자기 혼자 있을 때는 독점이었으니까, 마음대로 후려치고 저희는 끌려가는 그런 입장.]

그럼에도 '산청' 제품을 선택하는 것은 혹시 새 업체 제품을 썼다가 문제가 생길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라고 털어놨습니다.

[A 소방본부 담당자 : 타사 제품을 썼을 때, 그 책임은 누가 지느냐? 소비자(소방본부)가 진다고 이야기합니다. (산청이) 소비자 책임이라고 하니까 저희가 (타사 제품을) 선뜻 사기가 그렇습니다.]

'산청'도 이런 점을 잘 알고 있다는 듯 품평회마다 호환 문제를 여러 차례 강조하고 있습니다.

['산청' 직원 : (산청 공기호흡기는) 전국 100%의 보급률을 가지고 있는 제품이 되겠습니다. 저희 산청 제품과 타사 제품 호환이 안 되는 부분이 많다는 건데요. 그 이유는 안전성 측면이 가장 크고요, 두 번째는 바로 책임 소지가 고객(소방본부)한테 갈 수밖에 없는 이런 부분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국민권익위원회는 시장을 독점하는 회사의 기술과 부품이 사실상 표준이 되는 것을 문제가 있다며 공기호흡기에 대한 산업 표준을 마련하고 그 표준에 맞춰 여러 업체가 경쟁하도록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습니다.

또, 독점적 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을 보호하는 장치를 마련하는 게 조달 행정이나 소방행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습니다.

(영상취재 : 조창현, 영상편집 : 박기덕, VJ : 김준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