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거 신청했어?"…나의 결혼을 앞당겨준 질문 한마디

김유진 PD,조기호 기자 cjkh@sbs.co.kr

작성 2019.05.31 19:52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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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러포즈날, 우리는 가장 크게 다퉜다 이미지 크게보기
“야 서규백! 오랜만이네, 잘 지냈나?”
졸업한 지 4년 만에 찾은 대구.
오래된 친구들보다 더 눈길이 가는 건
바뀐 듯 바뀌지 않은 그곳의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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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무살, 대학생이 되고 아마 첫 수업이었던 것 같다.
어색했던 강의실 분위기만 떠오르는,
강의명도 가물가물한 교양 수업에서 널 처음 만났다.
귀여운 자수가 새겨져 있던 카디건에 청바지.
너는 첫인상부터 호감이 가는 사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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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로 함께 지낸 지 석 달 째.
지금처럼 바람 사이로 풀내음이 진동하는 계절.

햄버거를 같이 먹고 도서관으로 가던 길에 
내 마음이 불쑥 입 밖으로 터져 나왔다.“좋아해, 호연아.”
그렇게 우리는 CC가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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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로를 고민하던 나와 달리 
꿈이 확실하던 너는 먼저 좋은 곳으로 취업했다.

퇴근 후 항상 너는 간식을 가득 싸와 
취준생인 나를 응원했고
나보다 더 나서서 여러 회사들을 알아봐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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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덕에 경기도의 한 탄탄한 중소기업에 들어갔다.
하지만 그때문에 우리는 롱디 커플이 됐다.

나 혼자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탈 때면
너는 촉촉한 눈으로 세차게 손을 흔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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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이 너무 가슴 아파서 
기차 안에서 항상 이런 생각했다.

호연이와 함께 살 집을 마련할 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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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막 취업했는데 
어떻게 열심히 돈을 모을 수 있을까…
깊은 한숨을 내뱉던 나에게 선배가 말을 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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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른바 청년내일채움공제*. 
내가 2년 동안 이 회사에 다니면서
매월 작게나마 돈을 적립하면
정부와 기업에서 돈을 채워 
5배 이상의 만기공제금을 준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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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전공이랑 회사 직무가 전혀 달라서
출근길마다 그만둬야 하나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조금만 참으면 너와 같이 웃을 수 있는 집을
마련할 수 있다는 생각에 버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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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다보니 어느새 2년이 흘렀고, 
일도 점점 재밌어지기 시작했다.
업무로 인정도 받았고 후배도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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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드디어,
 만기공제금을 받아 너와 내 직장 중간쯤의 집을 
구할 수 있는 돈도 마련했다.

어느덧 8년 차 커플이 된 우리.
나는 8년 동안 단 하루도 
너를 사랑하지 않은 날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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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가 없는 나를 
도저히 상상할 수 없다고 말하려던 그 날,
우리는 별 것도 아닌 걸로 8년 만에 가장 크게 다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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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우리 연애의 마지막이었다.

비싼 레스토랑도 예약하고
맛있는 밥을 먹으며 짜잔하고 반지를 건네는
멋진 프러포즈도 준비했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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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서규백!
그래서 니네 뭐 어예 됐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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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그날 우여곡절 끝에 집 앞 카페로 널 불러냈고
망설이던 손이 결국
반지를 테이블 아래로 떨어뜨렸다.

말을 잇지 못하던 우리는 
더듬더듬 반지를 찾기 시작했다.

그러다 머리를 부딪혔고 한동안 서로를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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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우리 연애의 마지막이었다.
그리고, 우리 결혼생활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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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같이 사는 집에서 
내가 요리한 김치찌개를 함께 먹는,
모니터 4대를 놓고 신작 게임을 함께 하는, 
소파에 누워 하루의 힘든 일을 나누는 네가 있다.

난 환하게 웃으며 맞잡은 손을 고쳐잡고 
친구들에게 말했다.

“인사해. 내 와이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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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년 간의 연애를 끝내고 결혼을 하고자 했던 서규백 씨. 
회사에 입사한 지 얼마 되지않아 어떻게 결혼 자금을 모아야할지 막막했습니다.

그러다 '청년내일채움공제'를 알게 됐습니다. 
중소, 중견기업에 신규 취업한 청년이 2년이상 근속하며 적금을 하면 정부와 기업이 공동적립하여 목돈을 마련해주는 제도인데, 서규백 씨는 이를 통해 부족한 결혼 자금을 채우고 결혼을 앞당길 수 있었습니다.

일자리위원회의 현장간담회에서 발표된 서규백씨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글구성 김유진 / 그래픽 김태화 / 기획 조기호 

(SBS 스브스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