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농단 연루' 유해용 前 수석부장 "검찰, 총체적 위법수사"

김기태 기자 KKT@sbs.co.kr

작성 2019.05.27 13:49 조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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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사법행정권 남용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첫 재판에서 검찰의 수사를 정면 비판했습니다.

유 전 수석은 오늘(27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8부 심리로 열린 첫 공판에 출석해 잠시 발언 기회를 얻은 뒤 종이에 적어둔 자신의 주장을 읽어내려갔습니다.

그는 "언론에서 사법행정권 남용, 혹은 사법농단 사건이라 표현하는 이번 일은 사법부 역사에 유례없는 사건"이라며 "따라서 실제로 누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만이 아니라, 수사 절차가 과연 적법하고 공정했는지도 낱낱이 역사의 기록으로 남길 필요가 있다"고 말문을 열었습니다.

이어 "사상 초유의 전·현직 법관에 대한 수사라 검찰 역시 고충이 있었을 테지만, 정의를 행한다는 명분으로 정의롭지 않은 방법을 동원하는 것은 민주국가에서 용납될 수 없다"며 "총체적 위법수사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는 검찰의 위법수사 사례로 "공소장 일본주의 위배, 비공개 면담 조사, 별건 압수수색, 언론을 활용한 대대적 피의사실 공표, 표적수사, 과잉수사, 별건수사, 영장주의 위반" 등을 줄줄이 나열했습니다.

그는 검찰의 공소사실에 대해서도 사실과 다르거나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며 조목조목 반박했습니다.

유 전 수석은 "판사들이 그간 무덤덤하다가 자기 일이 되니 기본 인권이나 절차적 권리를 따진다는 언론과 국민의 비판을 뼈아프게 받아들인다"면서도 "15년 전부터 조서에 의한 재판 등의 폐단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고, 겪어보니 수사 실상이 이런지 몰랐다는 것을 깨우쳤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저는 감히 우리의 수사·재판이 국가의 품격에 맞게 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이번 기회에 디딤돌이 되는 판례 하나를 남기는 것이 제 운명이라 생각한다"고 했습니다.

아울러 자신의 혐의에 대해서도 "때로는 삶이 죽음보다 구차하고 고통스러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며 "수사 단계에서 저는 이미 언론에 중대 범죄자로 찍혀 만신창이가 됐고 모든 삶이 불가역적인 타격을 받았지만, 인권의 최후 보루인 법원만은 증거와 법리에 따라 공정하고 합리적 심리를 해 달라"고 호소했습니다.

이에 대해 검찰은 "표적수사, 과잉수사 등을 이야기하지만, 사법농단 수사 중에 피고인의 범죄 혐의가 드러난 데다 고의로 중요 증거를 인멸한 사실이 있어 수사에 착수할 수밖에 없었다"고 반박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